만 1세 전까지 예방접종 무려 27회... 워킹맘 위한 대책 없을까?
만 1세 전까지 예방접종 무려 27회... 워킹맘 위한 대책 없을까?
  • 전아름 기자
  • 승인 2023.09.26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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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리포트] 엄마들이 생각하는 영유아 예방접종 개선사항 조사결과

【베이비뉴스 전아름 기자】

#사정상 갓 100일 지난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급하게 회사에 복직할 수밖에 없었던 수진 씨. 갓난아이 떼어놓고 아침 일찍 집을 나설 때마다 마음이 아프지만 일은 할 수 있을 때 열심히 하자는 게 수진 씨의 신조다. 하지만 요새 수진 씨는 진지하게 퇴사를 고민하고 있다. 우선 일찌감치 기관에 다닌 탓인지 아이는 너무 자주 아팠다. 열이 38도가 넘어 출근하자마자 어린이집에서 전화가 오는 일이 반복되곤 했다. 그럴 때마다 수진 씨는 팀원들의 양해를 구하고 조퇴, 반차, 연차 등을 사용했다. 

좀 나아질라치면 예방접종 시기가 돌아온다. 미룰 수도 없고 안 할 수도 없는 게 영유아 예방접종 아니던가. 언젠가 예방접종하려고 마음먹고 아껴뒀던 연차까지 낸 날, 아이는 갑자기 새벽부터 열을 앓았다. 접종도 못하고 귀한 하루를 통으로 날렸을 때의 허탈함이란... 심지어 회사 일이 바빠 접종 일정을 잊어 어린이집에서 따로 리마인드 해준 적도 있을 정도다. "어머니, 이번 달에 꼭 OO이 예방접종 해야 하는 거 아시죠? 바쁘시겠지만 잊지 말고 챙겨주세요!" 일도 열심히 잘하고 아이도 야무지게 잘 키우는 엄마가 되고 싶었는데 요샌 두 가지 모두 놓치고 혼자 허우적대는 느낌이다. 

아이가 태어나고 만1세 전까지 최대 27회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드는 일이라 양육자들, 특히 워킹맘들의 부담이 크다. ⓒ베이비뉴스
아이가 태어나고 만1세 전까지 최대 27회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드는 일이라 양육자들, 특히 워킹맘들의 부담이 크다. ⓒ베이비뉴스

◇ 만 1세 전까지 최대 27회 예방접종... “소아과 다니는 게 너무 큰 일“

영유아기는 양육자의 돌봄 부담이 큰 시기다. 먹이고, 입히고, 씻기고, 재우고, 놀리는, 아침에 눈 떠서 밤에 잠들 때까지 아기의 모든 일상에 양육자의 손길과 관심이 필요하다. ‘먹-놀-잠’의 패턴에 일정한 루틴이 생긴다면 한결 편안해지긴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영유아의 일상엔 다양한 돌발상황이 발생한다. 잘 먹고 잘 자고 일어났는데 영문 없이 운다거나, 뜬금없이 열이 난다거나, 변 색깔이 좀 이상한 것 같다거나 하는 예상치 못한 변화가 크고 작게 아이에게 일어나면 양육자들은 덜컥 겁부터 나기 마련이다. 

정확한 인과관계를 따지기 전에 "나 때문인가"하는 부채감과 심리적 부담감을 느끼게 되고 초보 부모일수록 유연하게 대처하기 어렵다. 또 이 시기는 아기가 살아가면서 각종 질병에 대응할 수 있는 기초 면역을 형성하는 시기라 건강한 성장과 발달에 양육자의 역할이 더욱 클 수밖에 없는데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워킹맘의 경우 이에 대한 부담과 의무, 책임을 더 크게 느낀다. 실제 2019년 KB금융그룹에서 발표한 '한국 워킹맘 보고서'에 따르면 영유아‧미취학 아동을 키우는 워킹맘 집단은 초등학생이나 중고등학생 자녀를 키우는 워킹맘 집단보다 자녀가 아플 때, 자녀를 직접 케어하지 못할 때 자녀에게 죄책감을 더 많이 느끼고 있었다.

영유아라면 반드시 해야 하는 예방접종도 워킹맘 등 양육자들의 육아 부담을 높이는 요인 중 하나다. 영유아는 권장 일정에 맞춰 만 1세 전까지 최대 27회 접종해야 한다. 생후 2개월부터는 본격적으로 예방접종이 시작돼 병원에 자주 방문해야 하지만 소요되는 시간이 길어 부담과 어려움을 느끼는 양육자들이 적지 않다.

베이비뉴스는 영유아 예방접종 시 양육자들의 어려움을 조사해 개선점을 도출하고자 영유아 필수예방접종 경험이 있는 18개월 미만의 아이 부모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조사는 지난 11일부터 18일까지 온라인 조사 방식으로 이뤄졌다. 

조사 결과, '자녀의 예방접종에 소요하는 시간이 일상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 편인가'라는 질문에 설문 참가자의 28%는 '많은 영향을 미침'이라고 응답했고, 57%는 '다소 영향을 미침'이라고 응답했다. 즉, 양육자의 85%는 자녀 예방접종이 일상에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한 것.

자녀의 예방접종을 위해 외출 준비부터 병원에 갔다가 다시 집에 돌아오는 총 소요시간이 어느 정도 되냐는 질문에 설문 참가자의 45%는 '1시간~2시간 미만'이라고 응답했다. '2시간~3시간 미만'이라는 응답도 24%였다. 

'예방접종 시 어려운 점'에 대해 설문 참가자의 38%는 ‘예방접종 종류가 너무 많아서 놓치는 접종이 있을까봐 우려된다’고 답했다. 이어 ‘접종 후 자녀의 불편함, 통증, 알레르기 반응 우려’(24%), ‘잦은 병원 방문 스케줄 조정’(23%), ‘병원 방문 전후로 소요되는 시간 및 노력에 부담’(15%) 순으로 나타났다.

영유아기 예방접종은 일정대로 적기에 마쳐야 효과적으로 면역을 형성할 수 있다. 때문에 양육자들 모두 접종 시기를 지키려고 노력하지만 현실적으로 시간적 부담과 한계를 경험하기도 한다. 워킹맘은 이런 어려움을 더 극단적으로 겪는 실정이다. 설문 참가자의 81%가 '권장 스케줄에 맞춰 접종을 진행했다'고 대답했지만, 스케줄을 제때 지키지 못했다고 답한 설문 참가자의 52%는 '워킹맘이라 병원 방문 시간을 맞추기 어려웠다'고 답했다.

워킹맘의 경우, 휴가를 내고 예방접종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녀의 예방접종 때문에 휴가를 사용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62%로 나타났다. ⓒ베이비뉴스
워킹맘의 경우, 휴가를 내고 예방접종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녀의 예방접종 때문에 휴가를 사용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62%로 나타났다. ⓒ베이비뉴스

◇ ”휴가 아무리 지원해도 쓸 때 결국 눈치 보여... 혼합백신 등으로 접종 횟수 줄여야 실효성 有“

우리나라 워킹맘의 수는 약 262만 2000명이다. 직전 조사 대비 1만 6000명 증가한 수치다. 통계청의 '2022년 상반기 지역별고용조사 기혼여성의 고용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미성년 자녀와 동거하는 기혼여성 중 60%는 워킹맘이었다. 현재 여성고용률은 62.6%로 역대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어린 자녀를 둔 여성 10명 중 6명은 일과 육아를 병행하고 있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도 10명 중 6명 이상이 '현재 학업이나 직장생활을 병행하고 있다'(66%)고 응답했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국회에서도 '가족돌봄휴직‧휴가' 확대 법률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제도를 보완하는 움직임이 확산하고는 있으나 휴가나 근무시간 조정 외에 육아에 수반되는 근본적인 어려움을 개선해 양육 부담을 경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실제로 학업이나 직장생활을 육아와 병행 중인 양육자는 휴가를 내고 예방접종을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도 자녀의 예방접종 때문에 휴가를 사용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62%로 나타났고, 본인이나 배우자 직장에서 예방접종을 위한 가족돌봄휴가가 지원된다고 응답한 경우도 51%로 나타났다. 하지만 설문조사를 통해 확인한 결과 '제한적인 휴가 일수로 연차나 반차를 사용하기 어렵고'(33%), '업무 일정에 대한 지장이 우려된다'(18%)고 느끼고 있으며, '상사나 동료를 불편하게 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경우'(5%)도 있었다. 아이의 예방접종을 위해 휴가를 쓰는 것에도 적지 않은 고충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설문 참가자들은 '혼합백신을 사용해 하나의 백신으로 여러 감염질환을 예방해 병원 방문 횟수를 줄이는 것'(39%)을 가장 이상적인 대안으로 선택했다. 혼합백신이란 여러 감염질환을 하나의 백신으로 예방하는 접종이다. 단일접종 대비 접종 횟수 자체를 줄여 스케줄을 비교적 간소화해 아이 돌봄에 시간적 부담을 느끼는 양육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어 '예방접종 진료시간 연장 또는 주말 예약제 제공'(31%), '직장에서 예방접종에 필요한 휴가제도 지원'(18%), ‘1회 방문 시 여러 백신(2~3개 백신)을 동시 접종함’(11%) 순으로 영유아 예방접종의 편의성을 높일 수 있는 대안으로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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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의 예방접종을 위해 외출 준비부터 병원에 갔다가 다시 집에 돌아오는 총 소요시간이 어느 정도 되냐는 질문에 설문 참가자의 45%는 '1시간~2시간 미만'이라고 응답했다. '2시간~3시간 미만'이라는 응답도 24%였다. ⓒ베이비뉴스
예방접종 시 어려운 점'에 대해 설문 참가자의 38%는 ‘예방접종 종류가 너무 많아서 놓치는 접종이 있을까봐 우려된다’고 답했다. 이어 ‘접종 후 자녀의 불편함, 통증, 알레르기 반응 우려’(24%), ‘잦은 병원 방문 스케줄 조정’(23%), ‘병원 방문 전후로 소요되는 시간 및 노력에 부담’(15%) 순으로 나타났다. ⓒ베이비뉴스
예방접종 시 어려운 점'에 대해 설문 참가자의 38%는 ‘예방접종 종류가 너무 많아서 놓치는 접종이 있을까봐 우려된다’고 답했다. 이어 ‘접종 후 자녀의 불편함, 통증, 알레르기 반응 우려’(24%), ‘잦은 병원 방문 스케줄 조정’(23%), ‘병원 방문 전후로 소요되는 시간 및 노력에 부담’(15%) 순으로 나타났다. ⓒ베이비뉴스
실제로 학업이나 직장생활을 육아와 병행 중인 양육자는 휴가를 내고 예방접종을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도 자녀의 예방접종 때문에 휴가를 사용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62%였다. ⓒ베이비뉴스
실제로 학업이나 직장생활을 육아와 병행 중인 양육자는 휴가를 내고 예방접종을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도 자녀의 예방접종 때문에 휴가를 사용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62%였다.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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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지원보다는 혼합백신 등의 방식으로 접종 횟수 자체를 줄이는 게 양육자들의 육아 부담을 줄인다는 응답이 38%를 차지했다. ⓒ베이비뉴스

또한, 제한적인 휴가 일수로 연차나 반차를 사용하기 어렵다고 답변 워킹맘들 역시 ‘예방접종 진료시간 연장 또는 주말 예약제 제공’, ‘직장에서 예방접종에 필요한 휴가제도 지원’ 등의 지원책 보다 혼합백신을 통한 접종횟수 감소를 가장 많이 선택(50%)해 실질적으로 편의성을 높이고 시간적, 심리적 부담을 줄여주는 제도 마련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영규 리더스노무법인 관악지사 대표노무사는 “현장에서 아이를 키우는 근로자들과 상담을 하다보면, 출산휴가, 육아휴직 등 근로자의 권리를 마음껏 누리지 못하고 있는 사례가 적지 않은 현실이지만, 아이의 건강상의 문제로 휴가를 써야 하는데, 갑작스러운 업무 스케줄 조정 문제로 직장 내에서 눈치를 보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전했다.  

이어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백신 휴가에 대한 논의가 우리 사회에서도 시작됐다. 영유아 필수예방접종의 경우 종류가 매우 많아서 일하는 부모라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해야 하는 실정으로, 백신휴가, 돌봄휴가 등 부모가 다양한 양육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지원해 부모가 일과 육아를 병행하면서도 아기의 건강을 보호할 수 있도록 지원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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