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함께 아시안게임 보기... 승패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과 함께 아시안게임 보기... 승패보다 중요한 것은?
  • 칼럼니스트 고완석
  • 승인 2023.10.04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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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아동권리 히어로] 아이들과 함께 아시아게임을 보면서 느낀 것
승패보다 중요한 것은? ⓒ고완석
승패보다 중요한 것은? ⓒ고완석

여느 때보다 길었던 추석명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지나갔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시간이 빠르게 흘러 어느덧 연휴의 끝자락을 맞이하고 있다. 특히, 이번 연휴가 더 짧게 느껴진 것은 이번 연휴기간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일정을 같이 하고 있어서일 것이다.

가끔 만나는 친지들과 오랜만에 만나게 되면 어색하기 마련인데 이번 연휴에는 함께 아시안게임 중계를 보면서 응원도 하고, 스포츠와 관련된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다보니 어색할 틈이 없었다.

11살, 7살 두 아이와도 아시안게임 응원을 핑계로 늦게까지 야식을 먹으며 TV중계를 보니 연휴 기간 동안 더욱 가까워진 느낌이다.

사실, 야구를 좋아하는 둘째 아이와는 연휴기간 동안 친지들을 찾아뵙는 일정을 쪼개 이틀이나 야구장에 가서 직관을 했다. 낮에는 땡볕에 목이 터져라 야구팀을 응원하고 집에 돌아와 저녁에는 아시안게임을 보며 대한민국을 응원 한 것이다.

돌아보니 이번 연휴는 아이들이나 나나 스포츠에 빠져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아이와 함께 아시안게임을 함께 보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다는 것이다. 아시안게임에 나온 모든 선수들은 이 순간을 위해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 년을 준비했을 것이다. 그리고 치열하게 각 국가를 대표하는 국가대표가 되었을 것이다.

그렇게 각 나라에서 제일 잘하는 선수들이 모여 아시안게임을 치른다. 그리고 몇 번의 경기를 통해 순위를 매기는 것이다. 이번 아시안게임 기간에 제일 잘 한 선수는 금메달을 따게 되고, 그렇지 못한 선수들은 다음 기회를 기약하게 된다.

사실, 승자가 있으면 패자도 있는 법이지만 우리는 패자에 대한 위로 보다는 승자에 대한 환호에 익숙한 게 사실이다. 아이들도 아시안게임을 보면서 승패에 가장 큰 관심을 갖는다. 대한민국이 이겼는지 졌는지, 대한민국 선수가 금메달을 땄는지 못 땄는지 말이다.

물론, 나 역시 대한민국 선수들이 모든 경기에서 이겼으면 좋겠고, 우리 선수들이 이기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목이 터져라 응원하지만 사실 우리 아이들이 이번 아시안게임, 나아가 스포츠경기를 접하면서 느꼈으면 하는 점은 승패가 아닌 다른 것이다.

바로, ‘스포츠맨십’이다. 스포츠맨십은 운동 경기에서, 정정당당하고 공정하게 승부를 겨루는 정신을 뜻하는데 우리 아이들이 이번 아시안게임을 보면서 느꼈으면 하는 점은 이러한 ‘스포츠맨십’이다. 이기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거나 반칙을 쓰는 것이 아니라 공정하게 경기에 임하는 것. 그리고 자신이 준비한대로, 아니 준비한 만큼 결과를 얻어가는 것. 만약 경기에서 이기더라도 그 영광을 홀로 누리는 것이 아니라 함께 경쟁한 경쟁자들의 수고와 노력도 인정할 줄 아는 것, 아쉽게 경기에서 지더라도 정정당당하게 패배를 인정할 줄 아는 것. 이러한 것들이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 우리 아이들이 느꼈으면 하는 ‘스포츠맨십’이다.

지금으로부터 이십오 년 전 ‘88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때에 아버지의 손을 잡고 잠실야구장에 갔던 것이 기억에 난다. 사실, 정확히 어느 나라와 어느 나라의 경기인지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당시 선발 투수 중 한 명이 한쪽 팔을 쓰지 못하는 장애인이었던 것은 명확히 기억이 난다. 후에 인터넷을 통해 찾아보니 그 투수는 미국의 제임스 앤서니 애보트라는 이름의 선수였는데 한쪽 팔을 거의 사용하지 못하는 장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메이저리그에서 에이스로 활약하며 메이저리그 여가에 당당히 이름을 남긴 선수였다. 뿐만 아니라 ‘88 서울올림픽’에서는 미국 대표팀으로 참가하여 결승전에서 완투승을 거두는 엄청난 활약을 했다고 한다.

사실, 당시에는 ‘88 서울올림픽’이라는 큰 대회 중에서 아버지는 왜 하필 우리나라 선수들이 참가하는 경기가 아닌 다른 나라끼리 하는 야구 경기를 보여주셨을까 의아했지만 이제는 그 뜻을 명확히 알 것 같다.

아버지는 당시 어린 아들에게 승패보다 중요한 것은 스포츠맨십이고, 스포츠맨십은 꼭 스포츠에만 해당되지 않고, 삶의 모든 영역 속에서 적용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으셨던 게 아니었을까? 지금 내가 내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것처럼 말이다.

*칼럼니스트 고완석은 열한 살 딸, 일곱 살 아들을 둔 지극히 평범한 아빠이다. 글로벌 아동권리 전문 NGO인 굿네이버스에서 15년째 근무하고 있으며, 현재는 굿네이버스 아동권리옹호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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