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릴 것 하나 없는 겨울 보약, 늙은 호박

[김소형의 힐링타임] 산후 부종 해소에 좋은 호박

호박의 속살이 띠는 노란색이 바로 베타카로틴 성분인데 피부와 각막, 시신경 등을 보호하는 것은 물론이고 다양한 세포와 조직의 손상을 방지하고 상처 치유에도 효과가 있다. ⓒ베이비뉴스

외국에서는 할로윈 장식용으로 많이 쓰는 주황색 호박은 한국에서는 청둥 호박, 맷돌 호박 혹은 늙은 호박으로 불리며 겨울철 속을 든든하게 하는 호박죽의 재료로 쓰입니다. 늙은 호박은 이름처럼 여름에 호박을 수확하지 않고 그대로 두어 숙성을 시킨 것인데, 그 시간만큼 영양소가 풍부해지기 때문에 가을, 겨울에 보약처럼 먹을 수 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호박을 ‘남과(南瓜)’라고 하는데 염증을 해소하고 통증을 멎게 하며 습한 기운이 쌓여 생기는 부종 등의 해소에 효과가 있습니다. 그래서 산후에 소화가 원활하지 않고 체력이 떨어져 있고 부종이 심한 경우에 늙은 호박을 죽으로 쑤어 먹으면 산후 부기와 회복에 도움이 됩니다.

늙은 호박을 달인 호박물은 한때 다이어트 식품으로 유행이 되기도 했습니다. 호박이 체지방을 줄인다기보다는 부종 해소에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몸이 차고 수분 배출이 원활하지 않아서 수독이 쌓이게 되면 부종이 심해지고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면 쉽게 살이 찌는 체질이 됩니다. 즉 산모뿐만 아니라 평소 잘 붓고 부종 관리가 어려운 사람들이나 부종이 살처럼 지속되는 경우의 사람들에게 도움이 됩니다.

또한 늙은 호박에 들어 있는 펙틴 성분은 적은 양으로도 포만감을 주기 때문에 다이어트 시 식사량의 조절에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빵 같은 탄수화물의 섭취 비율을 줄이고 칼로리가 낮고 혈당을 천천히 올려주는 호박의 비율을 늘려주는 것도 방법입니다. 게다가 펙틴 등의 성분이 혈당의 급상승을 막아주기 때문에 당뇨가 있는 사람들에게도 좋습니다.

호박에 펙틴만큼이나 많이 들어 있는 성분은 바로 베타카로틴입니다. 호박의 속살이 띠는 노란색이 바로 베타카로틴 성분인데 피부와 각막, 시신경 등을 보호하는 것은 물론이고 다양한 세포와 조직의 손상을 방지하고 상처 치유에도 효과가 있습니다. 겨울철 약해진 면역력을 향상시켜서 각종 질병으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며, 차고 건조한 날씨에 뻑뻑하고 이물감이 느껴지는 눈의 보호에도 도움이 됩니다.

늙은 호박은 죽뿐만 아니라 떡, 스프, 전, 나물이나 김치 등 다양하게 조리해 먹을 수 있는데 익히면 맛이 달고 소화 흡수가 용이해서 아이부터 노인까지 겨울철 가족들의 건강식으로 활용하기 좋습니다. 위장 건강이 좋지 않아서 평소 음식을 먹고 탈이 잘 나거나 신경성 위염 등을 앓아서 속이 편치 않은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됩니다.

해독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늙은 호박은 위장과 대장의 운동을 촉진하기 때문에 변비 해소, 노폐물이나 독소의 배출에도 좋습니다.

호박은 사실 호박씨와 잎까지 버릴 게 하나도 없는 영양 가득한 식품입니다. 호박씨에는 마그네슘, 아연, 비타민, 불포화지방산 등이 골고루 들어 있기 때문에 스트레스 해소, 근육의 긴장 및 통증 완화, 우울증 완화, 집중력 및 기억력 향상에도 효과가 있습니다.

늙은 호박을 먹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호흡기 보호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차고 건조한 날씨로 겨울철이면 감기를 달고 사는 사람들이 많은데, 감기가 아니더라도 코나 목이 자주 건조해지고 비염이 심해지거나 기침이 있을 때 늙은 호박이 호흡기 증상을 가라앉혀주고 기관지와 폐를 튼튼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칼럼니스트 김소형은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원 한의학 박사로 서울 강남 가로수길의 김소형한의원에서 환자를 만나고 있다. 치료뿐만 아니라 전공인 본초학, 약재 연구를 바탕으로 한방을 보다 넓고 쉽게 적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컨텐츠를 만들고 있다. 저서로는 「꿀피부 시크릿」「데톡스 다이어트」「CEO 건강보감」「김소형의 경락 마사지 30분」「김소형의 귀족피부 만들기」「자연주의 한의학」「아토피 아가 애기똥풀 엄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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