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가족돌봄아동·청소년들의 키다리 아저씨가 되길 바란다
경기도가 가족돌봄아동·청소년들의 키다리 아저씨가 되길 바란다
  • 기고=이자형
  • 승인 2023.10.23 08: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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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의 시간에 붙잡힌 아이들] 2. 이자형 경기도의원

베이비뉴스와 초록우산은 가족돌봄아동·청소년에 대한 인식 개선과 지원 필요성을 공론화하기 위해 '돌봄의 시간에 붙잡힌 아이들' 연속 특별기고를 마련했습니다. 고령, 장애, 질병 등으로 도움이 필요한 가족을 보살피는 아동·청소년은 성장을 위한 '나의 시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가족을 돌보면서도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제도적인 지원 환경을 만들어 가기 위한 사회적 인식과 공감이 필요합니다. 매주 월요일 이에 관한 아이들과 복지 현장,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들려드립니다. -편집자 말

이자형 경기도의원. ⓒ초록우산
이자형 경기도의원. ⓒ초록우산

2019년 9월 22살의 대구청년은 홀로 모시던 아버지를 병환으로 떠나보내야 했다. 이 세상에 혈혈단신으로 남겨진 그에게 주어진 것은 징역 4년이라는 무거운 형벌뿐이었다. 몸이 불편한 아버지를 집에 방치해 숨지게 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때부터 우리 사회는 가족돌봄 상황에 놓인 아동·청소년·청년들에게 주목하기 시작했다.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국가의 사회적 책임을 논하며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청년들을 지켜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이들을 향한 우리 사회의 따뜻한 손길을 기대했지만, 5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국회에서는 법안조차 마련되지 못했다.

반면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가족돌봄청년에 대한 관심이 많은 너울을 일으켰다. 지자체가 발 벗고 나서 가족돌봄청년 조례를 만들고 대상자를 발굴하여 취업, 간병, 의료비, 교육 등 지원체계를 구축해 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올해 경기도의회는 전국에서 세 번째로 '가족돌봄청소년 및 청년지원에 관한 조례'를 통과시켰다. 특히, 다른 시·도와 달리 지원 대상자를 만 34세 이하로 두어 연령의 하한선을 없앴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가족돌봄은 청·장년뿐만 아니라 아동·청소년 시기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아픈 가족을 돌보는 아동·청소년을 보호하고 경제적 안정과 사회적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공감대는 있었지만, 조례 제정까지는 쉽지 않았다. 돌봄 상황에 처한 아이들을 ‘영 케어러(Young Carer)’로 지칭하고 보편적으로 이런 개념이 보편적으로 잘 알려진 해외와는 달리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이들을 규정하는 법적 개념조차 부족한 상황이었다. 모두가 인지하는 정확한 개념이 없는 상황에서 지원 대상자를 발굴하고 새로운 사업을 만들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경기도의 경우 담당 부서를 지정하는데 지난한 시간을 보냈다. 조례에서 연령 하한선을 두지 않다 보니 아동, 청소년, 청년, 복지 부서 중 담당을 정하기가 조심스럽다는 것이었다. 그 사이 경기도 광주시에서 생활고와 돌봄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20대 청춘의 꽃 한 송이가 또 지고 말았다. 비보를 접한 뒤 가족돌봄청년과의 간담회, 언론 인터뷰, 5분 발언 등을 통해 이 문제를 공론화시키고 지원의 시급성과 필요성을 알렸다. 

지난 4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2년 가족돌봄청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13세~34세 가족돌봄청년 수는 810명이었다. 이를 전국의 복지 사각지대에서 가족을 돌보고 있는 모든 아동·청소년을 찾아낸 것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행정기관의 한계가 있다면 민간 봉사단체나 가스검침기사 등을 통해 민관이 협력하여 대상자를 발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아동·청소년의 경우 학교와 연계하여 잦은 결석, 과제 불이행, 수업 태도에 어려움이 있는 아이들을 발굴하고 교사 및 지자체를 통해 대신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지원 신청 시스템도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 제도의 수혜를 받기 위해서는 다양한 서류를 발급하고 제출해야 하는데, 이런 복잡한 일을 간병에 지친 당사자들이 하기에는 여유가 부족하다. 민간과 연계하여 발급신청을 돕고 서류제출 기간에 일시 간병을 지원하는 등의 시스템 간소화 및 보완이 필요하다. 

또 가족돌봄아동·청소년들이 접근하기 쉽도록 해외처럼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하여 이들을 그룹핑하고, 돌봄 지원 프로그램, 각 상황에 따른 행동요령, 거주지 인근에 있는 지원기관, 위급상황 발생 시 온·오프라인으로 도움받는 방안 등을 상세하게 안내하여 서로 정보를 쉽게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 지자체마다 지원 연령 및 내용이 상이하기 때문에 지원에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아쉽다. 해외 사례들을 참고하여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시스템을 하루빨리 구축하여 경기도가 가족돌봄 아동, 청소년들에게 힘이 되는 키다리 아저씨가 되어줄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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