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 효녀 프레임에 가둔 아이들... 아동·청소년의 가족돌봄, 사회가 책임져야"
"효자, 효녀 프레임에 가둔 아이들... 아동·청소년의 가족돌봄, 사회가 책임져야"
  • 기고=홍송림
  • 승인 2023.11.13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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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의 시간에 붙잡힌 아이들] 5. 홍송림 광주광역시서구청 복지정책과 계장

베이비뉴스와 초록우산은 가족돌봄아동·청소년에 대한 인식 개선과 지원 필요성을 공론화하기 위해 '돌봄의 시간에 붙잡힌 아이들' 연속 특별기고를 마련했습니다. 고령, 장애, 질병 등으로 도움이 필요한 가족을 보살피는 아동·청소년은 성장을 위한 '나의 시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가족을 돌보면서도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제도적인 지원 환경을 만들어 가기 위한 사회적 인식과 공감이 필요합니다. 매주 월요일 이에 관한 아이들과 복지 현장,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들려드립니다. -편집자 말

광주광역시 서구청 복지정책과 홍송림 계장. ⓒ초록우산
광주광역시 서구청 복지정책과 홍송림 계장. ⓒ초록우산

우리는 시각장애인 아버지를 위해 헌신한 효녀 심청 이야기를 익히 알고 있다. 그런데 이 이야기가 21세기 대한민국 곳곳에 가족돌봄아동·청소년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아이들 일상과 무척 닮았다는 것을 아는 이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2019년 9월 대구에서 청소년 시절부터 아버지를 간병하던 22세 청년이 생활고로 아버지를 방치해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은 연일 뉴스를 장식하면서 가족돌봄청년 문제가 조명받게 되는 계기가 됐다. 

실제로 사건 이후 정부나 여러 지방자치단체는 ‘가족돌봄아동·청소년’, ‘가족돌봄청년’, ‘영케어러’ 등 명칭은 다르지만, 돌봄을 받아야 하는 시기에 가족을 돌보는 아이들을 위한 조치에 나서기 시작했다. 광주 서구에서도 가족돌봄의 책임을 사회가 져야 한다는 인식 아래 가족을 돌보는 아동청소년이나 청년들을 위한 관련 기관과 연대해 다양한 지원 방안을 찾아 나섰다.

먼저 광주 서구에서는 민간과 함께 지난해부터 가족돌봄아동·청소년을 위한 지원사업을 진행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대상자를 만 9세부터 만 39세까지 폭넓게 보는 조례를 제정(2023.7.공포)했다. 또한, 국내 최초로 가족돌봄아동·청소년에게 수당을 주기 위한 보건복지부 사회보장제도 신설 협의를 진행해 내년부터 지급될 예정이다. 아울러 올해 8월 실태조사를 진행했으며, 이를 토대로 실질적인 지원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그러나 이 같은 지원 계획에도 불구하고, 아직 가족돌봄아동·청소년 지원을 위한 정책 시행에는 어려운 점들이 많다. 우선, 가족돌봄아동·청소년에 대한 시민들의 이해도가 높지 않다는 점이다. 가족돌봄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가족돌봄아동·청소년들이 겪는 삶의 고통에 관심 갖기 보다는 효자나 효녀라는 틀 안에서 아이들을 바라보는 인식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한, 가족돌봄아동·청소년 스스로가 정책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어려운 점이다.

지금도 많은 가족돌봄아동·청소년은 ‘힘들다’는 목소리 한번 내지 못하고 간병, 생계, 가사 등 여러 문제를 홀로 해결하면서 빈곤의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이들이 가족의 돌보는 삶을 시작한 것은 아마 아동·청소년 시기였으리라고 본다. 해본 적 없는 간병과 살림, 병원비를 비롯해 생계까지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면 성인이라도 쉽게 상황을 헤쳐나가긴 어려울 것이다. 

가족돌봄아동·청소년들이 돌봄의 굴레에서 벗어나 다른 일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지역사회 어른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그 시작은 대상자 발굴이다. 필자는 광주 서구에서 네트워크를 활용해 가족돌봄 상황에 놓인 아동·청소년을 찾아 나서면서 대학수학능력시험 공부를 다시 시작하게 된 아이, 여행을 통해 심리적 안정을 찾게 된 아이들을 만났다. 이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좀 더 많은 어른들이 돌봄 상황에 놓인 주변 아이들에게 사랑과 관심, 그리고 지원의 손길을 내밀어 주는 모습을 보았으면 한다. 그래서 이들이 더 이상 미래를 포기하지 않고 꿈을 꾸며 성장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지금도 곳곳에 있을 가족돌봄아동·청소년들에게 말하고 싶다. 힘내라, 꿈꿔라, 빛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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