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무심코 내뱉은 부모의 말이 ‘편견’을 담고 있다면?
아이에게 무심코 내뱉은 부모의 말이 ‘편견’을 담고 있다면?
  • 칼럼니스트 정효진
  • 승인 2023.11.13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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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하는 육아법] 편견 없이 아이 자라게 만드는 부모의 말
아이에게 아무 생각 없이 무심코 내뱉은 말들이 편견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는 것은 어떨까. ⓒ베이비뉴스
아이에게 아무 생각 없이 무심코 내뱉은 말들이 편견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는 것은 어떨까. ⓒ베이비뉴스

우리는 누구나 편견을 갖고 있다. 편견(偏見)이란, ‘한쪽으로 치우친 공정하지 못한 생각’을 의미한다. 편견은 충분한 근거가 없다는 점에서 지극히 주관적인 사고방식이다. 따라서 자칫 비논리적 추론으로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 있어 의식적인 노력으로 편견을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

부모도 아이에게 본의 아니게 편견을 여과 없이 전달할 때가 있다. 가령, ‘공부를 잘해야 사랑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이 말을 듣고 자란 아이는 어떤 생각을 할까. 조금만 성적이 떨어져도 ‘나는 공부를 못해서 사랑받을 자격이 없어’라고 판단한다. ‘외모가 제일 중요하다’는 말을 자주 듣고 자란 아이는 어떨까. 어떤 일을 성취하지 못했을 때 다른 원인을 고려하지 못한 채 모두 얼굴 탓으로 일반화할 수 있다. ‘부자는 욕심이 많고 나쁜 사람이다’라는 편견을 가진 부모를 둔 아이는 어떤 인생을 살아갈까. 돈 버는 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해 부를 축적하기 어려울 수 있다. 반대로 ‘요즘엔 가난하면 성공 못 해’라는 말을 자주 들은 아이는 돈이 최고인 삶을 꿈꾸며 살아가게 될 것이다.

이러한 편견에서 벗어나려면 단정적인 표현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 편견이 담긴 말에는 ‘반드시’, ‘절대로’, ‘항상’, ‘틀림없이’, ‘꼭’, ‘결코’ 등의 단정적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예컨대, ‘이건 반드시 이렇게 해야 해’, ‘그렇게 하면 절대로 안 돼’, ‘그 방법으로는 결코 만족할 수 없어’ 등이 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는 이런 경우가 많았어. 그렇지만 반드시 그렇진 않아’, ‘우리 때는 그렇진 않았지. 지금은 상황에 따라 다른 법이니까’처럼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관점을 바꿔 생각할 수 있도록 유도해 준다.

은연중에 하는 질문도 편견에 갇힌 질문이 될 수 있다. 부모가 ‘친구 많이 사귀었어?’라고 물었을 때, 유치원에 다녀온 아이는 어떤 생각에 잠길까. 아이는 ‘친구는 많아야 하는구나. 나는 친구가 별로 없는데, 나한테 어떤 문제가 있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요즘 누구랑 친해?’라는 질문도 마찬가지다. 부모는 아이가 유치원에서 누구와 어떻게 지내는지가 궁금했을 뿐이지만, 아이는 이 질문을 받고 ‘반드시 친한 친구가 있어야만 하는구나. 혼자 있는 건 이상한 거였어. 그럼 난 친한 친구가 떠오르지 않으니까 잘못된 걸까’라는 생각에 잠기게 된다. 부모가 자꾸 이런 식으로 질문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던 아이도 마치 자신이 문제가 있는 것으로 생각해 괜히 불안해진다. 정작 아이가 듣고 싶은 질문은 누구와 어떻게 지내는지보다 어떤 마음으로 유치원 생활을 하고 있는지이다.

그렇다면 아이 앞에서 편견 없이 중립을 지키는 것이 항상 가능할까. 사실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울뿐더러 거의 불가능하다. 단지 주관적 가치나 편견을 배제하고 있는 그대로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를 가질 필요가 있다. 아이는 사물이나 현상의 옮고 그름을 판단하는 비판적 사고력이 아직 제대로 형성되지 못해 부모의 편견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에게 아무 생각 없이 무심코 내뱉은 말들이 편견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는 것은 어떨까.

*칼럼니스트 정효진은 의사소통 관련 연구를 주로 진행하고 있다. 서로 소통하며 함께 성장하는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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