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아의 삶과 경험은 '특별활동'이 아닌 '자유'로 채워진다"
"영아의 삶과 경험은 '특별활동'이 아닌 '자유'로 채워진다"
  • 전아름 기자
  • 승인 2023.11.29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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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특별활동 실태조사] ③어린이집 특별활동 기준 연령 상향 조정하고 교사 대 아동 비율 개선 시급

【베이비뉴스 전아름 기자】

현행법상 만 24개월 이상의 아동들은 어린이집에서 이른바 '특별활동'과 '특성화 프로그램'을 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보통 체육, 미술, 음악, 댄스부터 영어, 수리, 과학, 교구활동 등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면 으레 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특별활동'이 아동의 발달단계와 맞지 않게 현장에서 이뤄지고 있고, 조기 사교육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만 0세부터 만 2세까지의 영아 사교육 및 조기교육 실태를 파악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영아의 발달권을 보장하는 정책 방안을 제안하기 위해 아이들이행복한세상 연구진과 함께 영아 부모와 영아 담당 보육교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 및 심층 인터뷰를 실시했다. 이번 조사에는 5월 3일부터 31일까지 어린이집에서 근무 중인 영아 보육교사 417명과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영아의 부모 935명 총 1352명이 참가했다. 베이비뉴스는 이번 조사를 통해 확인한 가정 내 사교육 실태, 어린이집 영아반의 특별활동 및 특성화 프로그램 실태를 3회에 걸쳐 기획연재하며 현황을 알려내고 정책적 대안까지 제시하고자 한다.

① 영아 특별활동 및 특성화프로그램 실태
② 영아 특별활동 및 특성화프로그램의 문제
③ 정책 대안 제시 

아이들에게 '자유놀이' 중요한 거 잘 알지만, 우리는 왜 '특별활동'을 포기할 수 없을까. ⓒ베이비뉴스
아이들에게 '자유놀이' 중요한 거 잘 알지만, 우리는 왜 '특별활동'을 포기할 수 없을까. ⓒ베이비뉴스

만2세 미만 영아들에게 어린이집에서 진행하는 특별활동이 사실은 크게 교육적 효과가 없고, 도리어 수면권과 발달권 등을 침해한다는 걸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현장에서도 알고있음에도 변화는 쉽지 않아보인다. '아이주도' '아이주도놀이''자유놀이'가 중요하다고 하면서도 어린이집 특별활동과 특성화 프로그램은 확대되는 추세다. 그 이유가 뭘까? 교사들은 '부모의 요구'때문이라고 응답했고(64.5%), 부모들은 44.4%가 '부모의 요구', 26.5%가 '영아에게 필요한 교육환경'이라고 응답했다. 이런 특별활동과 특성화 프로그램이 어린이집 재정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는 응답도 부모 15.2%, 교사 11.5%가 동의했다. 

여기서 말하는 '부모의 요구'란 뭘까. 영유아 사교육이 확대되는 추세와 맞물려 생각할 수 있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사교육과 조기교육을 받는 연령이 더 낮아지고 있다'는 문항에 대해 교사 79.9%, 부모 72.9%가 동의했다. 아직 이럴 때가 아닌 것을 알면서도 왜 조기사교육을 선택하는지, 이 요구가 어째서 이렇게 확대되는지를 묻자 '사회의 경쟁이 치열해짐'(부모 29%, 교사 24.7%), '자녀 수가 적어서 자녀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짐'(부모 39%, 교사 47.2%), '부모가 사교육과 조기교육을 많이 경험한 세대'(부모 12.4%, 교사8.9%)라는 응답이 이어졌다. 이 응답은 '어린이집에서 영아 특별활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와도 상통하는데 부모 60%, 교사 51.6%는 '영아에게 다양한 관심과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응답했다. 

◇ 영아에게 좋은 어린이집은 '자유놀이'가 되는 어린이집, 부모도 교사도 다 안다 

조사 결과를 종합한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부모가 자녀에게 가장 좋은 것을 지원하고 싶은 욕구는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나, 이런 욕구가 건강한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발달단계에 맞지 않는 과도한 조기교육으로 오히려 자녀의 인지정서적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는 딜레마가 생긴다"라고 경고한다. 우리 사회가 조기사교육의 속도와 방향을 적절히 조절할 수 없다면 불안한 부모는 조기사교육을 더 요구하게 되고, 영유아기 아동에게 심각한 어려움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불안과 경쟁, 부모의 욕구와 요구 이런 것들을 다 내려놓고 아이만 생각했을 때, 부모들은 '영아기에 가장 중요한 건 놀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다. 우선 '가정에서 영아의 발달에 적합한 양육방안' 질문에 '영아 주도 놀이 중요성과 발달에 적합한 부모교육 확대'(부모 31.7%, 교사 45.3%), '부모가 영아와 이용할 수 있는 공공 놀이센터 확대'(부모 29.5%, 교사 15.3%)라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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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아에게 바람직한 어린이집은 '충분한 놀이공간과 시간'이 있는 어린이집이라는 것, 교사와 부모 모두 알고 있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또 '영아에게 바람직한 어린이집'을 물었을 때 부모와 교사 모두 '충분한 놀이공간과 시간이 있어 자유놀이가 활발한 어린이집'이라고 응답했다(부모 75.7%, 교사 90.9%). 특별활동이나 특성화 프로그램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비율은 18%에 그쳤다. 아울러 '보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정책'에 대해서는 부모는 교사 대 아동 비율 개선(35.3%), 놀이공간 확대(26.1%), 자유놀이 확대 운영(21.4%), 특별활동과 특성화 프로그램 확대(10.4%) 순으로 응답했고, 교사는 '교사 대 아동비율 개선'(72.4%), '자유놀이 확대 운영'(12.9%), '놀이공간 확대'(8.9%), '특별활동과 특성화 프로그램 확대'(1.4%)순으로 응답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특별활동과 특성화 프로그램 확대에 부모 교사 간의 유의미한 차이가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부모들의 요구가 일부 있으나, 특별활동과 특성화 프로그램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구체적으로 아는 교사 그룹에서 1.4%만이 응답한 것은 눈여겨볼 대목"이라고 꼽았다.

이어 "조사 결과를 종합해보면, 가정에서 사교육과 조기인지교육을 선택하는 주체인 부모는 어린이집에 특별활동과 특성화프로그램을 요구하지만, 영아기의 중요한 발달 과업으로 자유놀이의 필요성을 잘 알고 있다고 볼 수 있다"라며 "부모들의 갈등과 고민에 공감하며, 우리 사회가 영아의 발달권을 보호하는 책임을 개인에게만 묻지 않고 제도문화적으로 국가가 책임지고자 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 다음과 같이 '영아 발달권 보장'을 위한 네 가지 정책을 제안했다.

우선 영유아보육법령의 특별활동 허용 연령 규정에서 '18개월 이상 허용'을 삭제하고, 3월 기준 24개월 이상 영아에게만 허용하는 것으로 연령을 상향 조정해 특별활동의 무분별한 확대를 막는 것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영아기 발달 특성에 맞지 않는 특별활동이 더 이상 확대되지 않도록 특별활동 허용 연령을 18개월 이상부터 가능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을 삭제하고 3월 기준으로 24개월 이상의 영아 즉 만2세 반의 경우만 허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횟수와 시간이 확대되지 않도록 하루 30분 이내 주 1~2회 정도까지 허용하는 것으로 제한을 둬야 한다. 일부 부모들의 요구가 있다 하더라도 영아기의 발달 특성에 맞게 어린이집이 운영될 수 있도록 규정을 강화하는 것은 기관과 부모, 원아들을 보호하는 가장 확실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부모의 불안'을 개인이 알아서 해소하라고 그냥 둬선 안 된다. 이제 제도가 책임지고 바꿔야 한다. 그래야 영아의 자유, 놀이가 보장되는 보육환경이 실현될 수 있다. ⓒ베이비뉴스
'부모의 불안'을 개인이 알아서 해소하라고 그냥 둬선 안 된다. 이제 제도가 책임지고 바꿔야 한다. 그래야 영아의 자유, 놀이가 보장되는 보육환경이 실현될 수 있다. ⓒ베이비뉴스

◇ 보육현장에선 '교사 대 아동비율 개선' 가정에선 '공공 놀이센터' 확충 필요 

두 번째, 36개월 미만 영아에게 인지중심과목 교육을 금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36개월 미만의 영아를 대상으로 인지 중심 과목의 특별활동을 금지하고 36개월 이상이더라도 1일 40분이상의 교육을 금지하도록 하는 「영유아 발달권과 놀이권 보장을 위한 영유아 인권 4법」을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2025년 유보통합을 앞두고 신설될 통합 법률에서도 영유아인권보장 및 과잉교육 방지를 위한 조항으로도 반영돼야 한다는 게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측의 주장이다.

세 번째, 교사 대 아동 비율 개선이다. 부모의 ‘영아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려는 욕구’를 영아 발달 특성에 맞게 현장에서 구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교사 대 아동 비율을 개선해 개별 영아의 다양한 관심을 이끌어내고 자율성을 높이는 자유놀이 확대와 질 높은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이 주장의 핵심이다.

아울러 네 번째로 '접근성이 좋은 공공 놀이센터 확대 및 부모 네트워크 확충'으로 가정 내 육아 부담을 덜어주는 환경을 만드는 게 마지막 주장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심층인터뷰 결과 영아를 키우는 부모가 고립감을 해소하고 다른 부모를 만날 수 있는 장으로서 문화센터 등의 기관이나 책육아와 같은 조기교육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공공 놀이센터 등을 기반으로 영아의 발달에 적합한 육아 정보를 제공하고 고립감과 육아 스트레스를 해소하는데 도움이 되는 네트워크를 활성화 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며 '공공놀이센터의 한 형태로 아파트의 커뮤니티 공간을 활용하거나, 폐원하는 어린이집을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김유미 숙명여자대학교 교육대학원 유아교육전공 교수는 "영아에게 형식적 교육이 효과가 있는가라고 물었을 때 일반적 아동발달연구에선 필요없다고 말한다. 자연스러움으로 이미 충분히 아동은 발달에 자극을 받는다"라고 말하며 "예를 들어, 아이들이 충분히 자는 게 중요하다는 거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잠을 잘 자는 게 뇌 발달에 좋다고 해서 애를 20시간씩 무조건 재우진 않는다. 아이들에게 특정자극이 필요하다고 했을 때 그게 너무 과도하게 가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이들에게 필요한 경험이 뭔지를 기준에 놓고 좋은 보육을 고민해야 하는데 어른의 욕구와 편의 중심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명하 안산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는 "어린이집 특별활동은 실상 어른을 위한 서비스적 성격이 강하다. 어린이집은 기본보육이 12시간이다 보니 그 시간을 채우려면 특별활동 등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성인도 일 노동시간이 8시간인데 아무리 편안하고 좋아도 집 아닌 곳에서 장시간 머무는 건 영유아에게도 스트레스다. 유보통합이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노동자에 대한 서비스적 성격이 강한 보육을 영유아 발달에 초점을 맞춘 교육적 관점으로 재편하는 시도기 때문"이라며 "부모의 노동환경 또한 양육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영유아가 부모를 기업과 자본에 양보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과 자본이 아이들에게 부모를 돌려줘야 한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가 함께 고려되지 않는 한 영유아 발달에 부적합한 특별활동은 개선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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