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돌봄아동에게는 미래를 위한 시간과 정보가 필요해요"
"가족돌봄아동에게는 미래를 위한 시간과 정보가 필요해요"
  • 기고=수혁
  • 승인 2023.12.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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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의 시간에 붙잡힌 아이들] 11. 가족돌봄아동 수혁(가명)

베이비뉴스와 초록우산은 가족돌봄아동·청소년에 대한 인식 개선과 지원 필요성을 공론화하기 위해 '돌봄의 시간에 붙잡힌 아이들' 연속 특별기고를 마련했습니다. 고령, 장애, 질병 등으로 도움이 필요한 가족을 보살피는 아동·청소년은 성장을 위한 '나의 시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가족을 돌보면서도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제도적인 지원 환경을 만들어 가기 위한 사회적 인식과 공감이 필요합니다. 매주 월요일 이에 관한 아이들과 복지 현장,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들려드립니다. -편집자 말

가족돌봄아동 수혁(가명). ⓒ초록우산
가족돌봄아동 수혁(가명). ⓒ초록우산

내가 중학교 3학년이 됐을 때, 어머니 건강이 허리디스크, 고혈압, 당뇨 등으로 인해 악화됐다. 그렇게 나는 몸이 불편한 어머니를 대신해 평일에는 학교에 다니면서 집안일을 하고, 주말에는 온종일 아르바이트를 하는 생활을 하게 되었다. 이런 나를 주변에서는 가족돌봄아동·청소년이라고 부른다. 보호받아야 할 시기에 몸이 불편한 가족을 돌보는 보호자가 된 아이라는 뜻이다. 

어머니를 돌보는 일상을 지내다 보면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때도 있다. 하지만 나를 키우기 위해 고생하신 어머니를 생각하면서 마음을 다잡고 꿈을 실현하기 위해 좀 더 열심히 살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나의 꿈은 ‘소방관’이고, 나는 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처음부터 내가 소방관이라는 꿈을 꾸었던 것은 아니다. 어머니 건강이 나빠지면서 나는 삶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그때 초록우산 선생님들을 만나면서 나는 내가 원하는 것, 하고 싶은 일에 대해 고민하고 세상을 보다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남을 돕고 봉사하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으로 ‘소방관’이라는 장래를 꿈꾸게 된 배경에는 내 미래를 함께 고민해준 초록우산 선생님들의 진심어린 조언과 지지가 있었다.

가족돌봄아동·청소년은 성장할 시기에 가족돌봄 환경에 놓이면서 스스로 미래를 충분히 생각하고 실천해나갈 시간이 부족하다. 집안 일을 하고 병원을 오가면서 부족한 잠을 학교에서 자거나, 이마저도 어려워 학업을 중단하는 아이들도 있다고 들었다. 나는 초록우산 선생님들 같은 주변 어른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장래를 고민할 시간을 그나마 가질 수 있었지만, 지금도  곳곳에는 하루하루 돌봄 일상에 자신을 돌아보지 못하는 친구들이 더 많을 것이다. 

시간 부족은 곧 정보 부족으로 이어진다. 돌봄과 집안 일 위주로 살다보니 다양한 기회를 접할 일 자체가 적고, 그리고 몸이 불편한 가족들에게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기도 쉽지 않다. 게다가 아동인 만큼 지식과 경험이 부족해 어디서 무엇을 찾아 봐야 하는지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나도 주변 어른들이 조언과 정보를 주지 않았다면 ‘소방관’이라는 꿈을 구체적으로 그리기는 어려웠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나는 가족돌봄아동·청소년을 위해 주변 어른들이 좀 더 노력해 달라고 말하고 싶다. 보호가 필요한 아동·청소년들은 기대고 의지할 어른이 필요하다. 가족이 고민을 터 놓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거나, 아예 가족이 없는 아동들에게는 더욱 믿고 의지하며, 상의할 수 있는 주변 어른이 있어야 한다. 

아이들에게 건강하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알려주는 좋은 어른들이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많다고 확신한다. 곁에 있는 가족돌봄아동·청소년들을 찾고 손을 잡아 고민을 들어주시길 바란다. 그러면 아이들은 지지와 응원을 실감하고 웃는 얼굴로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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