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자가 된 아이들의 목소리 반영해 사회적 지원 나서야"
"보호자가 된 아이들의 목소리 반영해 사회적 지원 나서야"
  • 기고=박경선
  • 승인 2024.01.01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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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의 시간에 붙잡힌 아이들] 12. 강원특별자치도아동보호전문기관 박경선

베이비뉴스와 초록우산은 가족돌봄아동·청소년에 대한 인식 개선과 지원 필요성을 공론화하기 위해 '돌봄의 시간에 붙잡힌 아이들' 연속 특별기고를 마련했습니다. 고령, 장애, 질병 등으로 도움이 필요한 가족을 보살피는 아동·청소년은 성장을 위한 '나의 시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가족을 돌보면서도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제도적인 지원 환경을 만들어 가기 위한 사회적 인식과 공감이 필요합니다. 매주 월요일 이에 관한 아이들과 복지 현장,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들려드립니다. -편집자 말

강원특별자치도아동보호전문기관 박경선. ⓒ초록우산
강원특별자치도아동보호전문기관 박경선. ⓒ초록우산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만나는 아동 중에는 보호자의 질병, 질환, 중독 등으로 보호받지 못하고 생활하는 아이들이 있다. 처음에는 가정에서의 방임 문제로 필자와 연결이 되지만, 대화를 나누고 사례를 관찰하다 보면 많은 경우에 아동이 돌봄의 주체로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이른바 ‘가족돌봄아동·청소년’으로 불리는 이들이다. 

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는 초등학생 현지(가명)가 필자가 경험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현지가 하교 후 집에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알코올 중독과 우울증을 앓는 어머니의 약을 챙겨주는 일이었다. 또 어머니가 병원 진료를 위해 자리를 비우는 날이 많아 끼니를 사탕으로 때우거나 아예 거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지는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어떡하나”라고 걱정하면서 매일 가족돌봄 일상을 살아가고 있었다. 

현지와 같이 우리 주변의 가족돌봄아동·청소년은 혼자 남겨질 수 있다는 두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아울러 가족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무감과 돌봄을 대신할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스스로 보호자를 자처하고 있다. 공부를 하거나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가족을 위해 자신의 시간을 희생하게 되면서 학업, 진로에 제약이 생긴다. 그리고 가족돌봄 위주로 삶을 살아가게 되면서 사회에서 고립될 가능성도 늘어나게 된다.

이러한 현실은 2019년 생활고로 인해 한 청년이 청소년 시절부터 간병하던 아버지가 사망한 사건이 알려진 이후로 세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강원특별자치도에서도 ‘가족돌봄청년 지원 조례안’을 공포하는 등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제도 개선 움직임이 나타나기도 했다. 정책 추진을 위한 실태조사를 하고 가족돌봄아동·청소년을 발굴하고자 하는 노력 또한 스스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아동의 현실을 고려하면 고무적이라고 하겠다.

하지만 지자체별로 가족돌봄아동·청소년에 대한 지원 연령이나 범위, 행정 절차 등이 서로 다르다는 점은 아직 이들을 포괄해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데 한계가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돌봄 상황에 놓인 아이들을 ‘가족돌봄청년’으로 좁게 부르는 경우가 많은데, 이 역시 폭넓게 지칭하여 지원에 소외되는 아동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 더해 정부, 지자체, 유관기관 등이 머리를 맞대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 맞춤형 서비스 지원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본다.

가족을 돌보는 아이들에 대한 맞춤형 지원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아동 목소리를 반영하는 것도 중요하다. 정책 당사자인 아동이 직접 필요한 지원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참여의 장을 마련한다면 실효성도 커질 것이다. 이는 또한 유엔아동권리협약 비준국인 우리나라가 아동 권리를 보장하면서 복지안전망을 강화하는 일이기도 하다.

돌봄 부담으로 인해 또래보다 문화, 여가, 교육 등의 기회가 적은 이 아이들에게 관심을 주고 지원에 동참해 주시기를 바란다. 보호받을 시기에 보호자가 된 아동이 자기 시간을 찾고, 당당하게 제 목소리를 내고,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사회를 구성원 모두가 함께 만들어 갔으면 한다. 필자도 현장에서 가족돌봄아동·청소년이 일상의 짐을 내려놓고 스스로 성장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함께 힘써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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