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보통합의 비전, 돈의 평등을 넘어 질의 평등으로”
“유보통합의 비전, 돈의 평등을 넘어 질의 평등으로”
  • 기고=김영명
  • 승인 2024.01.23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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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김영명 아이들이행복한세상 대표

영유아 교육과 보육의 통합은 세계적인 추세이며, 이는 영유아에게 제공되는 교육의 질적 균등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핵심 방안으로 간주된다. 그렇기 때문에 유보통합은 단순한 비용의 평등을 넘어서, 모든 영유아에게 높은 질의 교육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본고에서는 이러한 관점에서 유보통합의 실행 방안 중 중요한 이슈가 되는 전면 무상교육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영유아 무상 교육·보육은 선거나 정책의 큰 변화가 있을 때마다 주요 이슈로 등장해왔다. 그러나 영유아교육의 질이 높고 영유아의 권리를 중시하는 대다수 나라에서 모든 영유아의 전면 무상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는 않다. 이는 이들 나라가 각 가정의 경제적 여건에 따라 비용 부담의 차이는 어느 정도 인정하되 영유아 교육정책의 최우선 과제를 모든 영유아에게 차별없는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는 것으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 스웨덴 영유아교육의 가장 큰 장점은 모두를 위한 양질의 교육 

스웨덴 푀르스콜라의 원장과 교사들은 ‘모든 영유아가 동등하게 양질의 교육을 받는 것’을 스웨덴 영유아교육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지역이나 부모의 소득, 취업 여부 등에 관계없이 한 국가의 모든 영유아가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것이야말로 출발선에서의 평등이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차별금지 원칙의 궁극적인 목적 또한 ‘같은 금액의 돈을 지불하거나 똑같이 무상교육을 받는 것을 넘어서서 모든 영유아가 같은 질의 교육을 제공받는 것이어야 한다’. 돈이 있으면 교육을 받을 수 있고 없으면 제대로 된 교육을 받기 어려운 미국을 보면서 무상교육을 실시하게 되었다는 스웨덴의 경우도 영유아교육에서는 큰 부담을 주지 않는 상한선 내에서 고소득의 부모가 더 많은 부담을 하는 차등 교육비를 적용하고 있다. 

스톡홀름 인근에 있는 오렌지 푀르스콜라에서 진행한 교사 인터뷰. ⓒ김영명
스톡홀름 인근 오렌지 푀르스콜라에서 교사 인터뷰를 진행하던 모습. ⓒ김영명

◇ 최우선 과제인 양질의 교육을 위한 인적 환경의 개선

영유아는 성장 과정에서 다양한 교육을 경험하게 되는데 만약 어떤 영유아가 발달의 기초가 형성되는 영유아기에 질이 낮은 교육을 경험한다면 그러한 경험은 영유아에게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특히 영유아교육기관을 이용하는 영유아의 경우 매우 어린 나이부터 장시간, 장기간 교육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영유아의 발달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그동안 부모와 교사, 원장이 지속적으로 가장 강력하게 개선을 제안해온 교사 대 아동 비율은 2004년 영유아보육법 개정 이후 지금까지 20년간 변함이 없다. 어린이집의 교사 대 아동비는 여전히 0세 1:3, 만1세 1:5, 만2세 1:7, 만3세 1:15, 만4세 이상 1:20으로 규정되어 있다. 유치원의 경우 지역에 따라 상이한 기준을 가지고 있으나 학급당 유아 수가 연령별로 18명에서 30명 정도까지인데 이는 교사 대 아동비뿐 아니라 양질의 교육과정이 이루어지기 위한 집단크기 측면에서도 바람직한 여건이 아니다. 현재 어린이집과 유치원 모두 적정한 교사 대 아동 비율이 아니므로 영유아의 발달권과 참여권을 보장해줄 수 있는 양질의 교육과정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교사 대 아동 비율이 개선되어야 한다. 물론 교사 대 아동 비율의 개선은 매우 큰 예산이 소요되는 정책이나 양질의 교육과정을 운영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여건이므로 더 이상 미룰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작지만 다양한 놀이가 이루어지는 뉴질랜드의 20-30명 규모 차일드케어센터 실외놀이터. ⓒ김영명
작지만 다양한 놀이가 이루어지는 뉴질랜드의 20-30명 규모 차일드케어센터 실외놀이터. ⓒ김영명
작지만 다양한 놀이가 이루어지는 뉴질랜드의 20-30명 규모 차일드케어센터 실외놀이터. ⓒ김영명
작지만 다양한 놀이가 이루어지는 뉴질랜드의 20-30명 규모 차일드케어센터 실외놀이터. ⓒ김영명
작지만 다양한 놀이가 이루어지는 뉴질랜드의 20-30명 규모 차일드케어센터 실외놀이터. ⓒ김영명
작지만 다양한 놀이가 이루어지는 뉴질랜드의 20-30명 규모 차일드케어센터 실외놀이터. ⓒ김영명
작지만 다양한 놀이가 이루어지는 뉴질랜드의 20-30명 규모 차일드케어센터 실외놀이터. ⓒ김영명
작지만 다양한 놀이가 이루어지는 뉴질랜드의 20-30명 규모 차일드케어센터 실외놀이터. ⓒ김영명

◇ 아이들에게 제공하는 실외놀이 환경이 곧 권리 보장의 척도      

영유아교육의 질을 결정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인 물리적 환경 또한 양질의 교육을 모든 영유아에게 제공하기에는 한계가 많은 상황이다. 실외 놀이터와 실내 유희실의 설치, 1인당 교실 및 실내 면적 등 영유아교육의 가장 기본적인 여건이 미비한 현재 상황을 해결해야 하며, 이 또한 많은 재정이 소요될 것이다.  

보건복지부의 전국보육실태조사(2021) 결과 전체 어린이집의 30.6%만 자체 실외놀이터가 설치되어 있다. 유치원은 체육장 설치가 의무화되어 있는데 반해 어린이집은 영유아보육법에 실외놀이터 설치가 50인 이상인 경우에만 의무화되어 있으며 50인 이상인 경우라 하더라도 인근 100m이내에 있는 놀이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이와는 달리 뉴질랜드의 경우 소규모 차일드케어센터라 하더라도 영유아가 있는 곳은 어디든지 실외놀이를 위한 공간이 있어야 하며, 스웨덴의 경우 세계 어느 나라보다 영유아에게 최대의 실외 공간을 확보해주기 위해 노력한다.    

스웨덴 노바 푀르스콜라 실외놀이공간. 엄청난 규모에 놀라고, 다양한 놀이가 이뤄질 수 있게 구성됐다는 점에 한 번 더 놀랐다. ⓒ김영명
스웨덴 노바 푀르스콜라 실외놀이공간. 엄청난 규모에 놀라고, 다양한 놀이가 이뤄질 수 있게 구성됐다는 점에 한 번 더 놀랐다. ⓒ김영명
스웨덴 노바 푀르스콜라 실외놀이공간. 엄청난 규모에 놀라고, 다양한 놀이가 이뤄질 수 있게 구성됐다는 점에 한 번 더 놀랐다. ⓒ김영명
스웨덴 노바 푀르스콜라 실외놀이공간. 엄청난 규모에 놀라고, 다양한 놀이가 이뤄질 수 있게 구성됐다는 점에 한 번 더 놀랐다. ⓒ김영명

◇ 우리의 현실과 과제  

현재 우리나라의 인적, 물리적 여건 속에서 영유아중심, 놀이중심의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것은 한계가 명확하다. 따라서 신설 영유아교육기관의 인가 조건으로 실외놀이터 설치를 의무화해야 하며 놀이터가 미설치 되어있는 기존 어린이집의 경우 놀이터 설치가 불가능한 경우가 다수이므로 정부가 인근에 영유아가 이용할 수 있는 놀이 공간을 조성해서 이를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먼저 실외놀이터가 없는 영유아교육기관인 경우 자체 또는 인근에 실외놀이터를 조성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조사부터 하는 것이 급선무다.

또한 영유아보육법의 규정에 의하면 어린이집은 보육실 면적이 영유아 1인당 2.64㎡이상으로 되어있으며 유치원은 유아 1인당 2.2㎡이상으로 되어 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모두 영유아가 좁은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으므로 법령 개정을 통해 1인당 사용 면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최근 원아 모집이 어려운 상황에서 정원충족률이 낮아지고 있어 영유아 1인당 사용 면적이 확대되는 추세이다. 그러나 교사 대 아동 비율이 개선되지 않고 영유아 1인당 보육 단가의 기준이 그대로 적용되고 있으므로 어린이집이 운영난으로 폐원을 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조속히 교사 대 아동 비율을 개선함으로써 영유아 1인당 교육단가를 높이고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는 영유아 수가 축소되더라도 운영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영유아 1인당 사용 면적을 자연스럽게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 무상교육 정책에서 질의 평등 정책으로   

비용 부담과 지원의 무차별을 목표로 진행되어온 ‘무상교육 정책’은 향후 모든 영유아가 ‘같은 질의 교육’을 경험하는 방향으로 변화되어야 한다. 영유아가 경험하는 교육의 질적 차이를 없애는 데 중점을 둠으로써 교육서비스의 당사자인 영유아의 권리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펼쳐져야 한다. 소득의 많고 적음이나 부모의 취업 여부 등에 따라 이용하는 서비스의 질적 차이가 이루어져서는 안 되나 어느 정도 각 가정의 비용 부담은 양질의 영유아교육을 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때까지는 받아들여야 한다. 정부 또한 재정 투자의 우선순위를 숙고하고 모든 영유아가 높은 질의 교육을 누릴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임을 인식해야 할 때다. 

*베이비뉴스는 유보통합의 성공적인 도입을 위해서 고민하는 각계 관계자들의 활발한 토론을 기대합니다. 유보통합 추진 방향에 대해 기고를 원하는 분들은 이메일(pr@ibabynews.com)로 기고문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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