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돌봄아동 발굴, 직접 만날 유기적 체계 만들자"
"가족돌봄아동 발굴, 직접 만날 유기적 체계 만들자"
  • 기고=심지민
  • 승인 2024.02.12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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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의 시간에 붙잡힌 아이들] 18. 초록우산 전북종합사회복지관 심지민

베이비뉴스와 초록우산은 가족돌봄아동·청소년에 대한 인식 개선과 지원 필요성을 공론화하기 위해 '돌봄의 시간에 붙잡힌 아이들' 연속 특별기고를 마련했습니다. 고령, 장애, 질병 등으로 도움이 필요한 가족을 보살피는 아동·청소년은 성장을 위한 '나의 시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가족을 돌보면서도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제도적인 지원 환경을 만들어 가기 위한 사회적 인식과 공감이 필요합니다. 매주 월요일 이에 관한 아이들과 복지 현장,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들려드립니다. -편집자 말

초록우산 전북종합사회복지관 심지민. ⓒ초록우산
초록우산 전북종합사회복지관 심지민. ⓒ초록우산

다문화 가정의 9살 지연이(가명)는 베트남인 어머니, 한국인 아버지와 함께 산다. 아버지가 허리 수술로 병상에 누워 있는 까닭에 어머니는 생계를 위해 밖에서 일하기 바쁘다. 아이는 어머니가 집에 없으면 몸이 불편한 아버지를 돕고, 간단한 집안일을 한다. 또한, 한국말이 서툰 어머니에게 문서를 읽어주기도 한다. 지연이는 “아빠가 아프시니 엄마가 힘들지 않게 돕고 싶다”고 말한다.

필자는 사회복지사로 가정방문 등을 하면서 이러한 가족돌봄아동을 포함해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아동을 찾아 지원하고 있다. 가족돌봄아동은 돌봄을 받아야 하는 시기에 보호자를 대신해 가족을 돌보는 아이들이다. 친구들과 어울리고 공부할 시간에 가족을 돌봐야 해 학업 등에서 격차가 나타나기도 하며,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아이들도 있다. 문제는 현재 우리 사회에서 가족돌봄아동을 찾고 지원하기는 무척 어렵다는 것이다.

우선, 가정환경만으로 가족돌봄아동인지를 판단하기 어렵다. 고령이거나 장애, 질병이 있는 보호자와 함께 사는 아이, 집안일을 많이 하는 아이라고 곧바로 가족돌봄아동으로 부를 수 있을까. 오히려 효자, 효녀로 받아들여지는 일이 많을 것이다. 가족돌봄아동이 직접 목소리를 내어 지원을 요청한다면 좋겠지만 그러기도 쉽지 않다. 아이가 자신에게 지원이 필요하다는 상황 인식을 하는 경우도 많지 않은 데다가, 스스로 서류를 통해 가족돌봄을 입증하는 것도 매우 어려운 일이다.

가족돌봄아동을 제대로 지원하기 위한 첫걸음은 ‘발굴’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2019년 가족돌봄아동이 간병하던 아버지가 생활고로 인한 방치 속에 숨졌다는 사건이 알려지면서 비로소 이 아이들에 관한 관심이 커졌다. 그리고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 가족돌봄아동 지원을 위한 조례를 각각 마련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정의, 지원 연령 등이 서로 다른 까닭에 일관된 지원은 여전히 어렵다. 어떤 아이가 가족돌봄아동인지, 어떻게 지원을 해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현장에서 아이를 직접 만나보는 것이 현실적인 가족돌봄아동 발굴 방안이다. 개별 아동을 만나고, 가정환경을 진단하면서 돌봄 상황에 놓여 있는지, 도움이 필요한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아동과 가정에 대한 대면 상담은 가족돌봄아동이 처한 환경에 맞춰 가장 필요한 지원을 연계하는 데 적합한 접근법이기도 하다.

현장에서 가족돌봄아동을 찾고 지원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행정기관, 지자체, 교육청, 대학교, 병원, 청소년 단체 등 다양한 기관의 협업이 필수적이다. 지자체와 학교에서는 도움이 필요한 아동을 적극적으로 찾고, 이를 토대로 관계기관이 적극적으로 대면 상담하면서 가족돌봄 문제가 있는지를 살펴본다면 사각지대를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다. 

가족의 보호자로 살아가는 아이들을 직접 만나고 그들의 짐을 덜어주기 위한 지원 체계가 마련되기를 바란다. 또한 많은 이들의 관심과 지원을 바탕으로 효자, 효녀로 불리는 아이들이 미래를 설계하고 준비하는 데 전념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 필자도 더 많은 가족돌봄아동을 발굴하고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지원하기 위해 현장에서 열심히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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