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손으로 만든 밥, 우리에게는 작은 관심이 필요해요”
“작은 손으로 만든 밥, 우리에게는 작은 관심이 필요해요”
  • 기고=연우
  • 승인 2024.03.18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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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의 시간에 붙잡힌 아이들] 23. 가족돌봄아동 11세 연우(가명)

베이비뉴스와 초록우산은 가족돌봄아동·청소년에 대한 인식 개선과 지원 필요성을 공론화하기 위해 '돌봄의 시간에 붙잡힌 아이들' 연속 특별기고를 마련했습니다. 고령, 장애, 질병 등으로 도움이 필요한 가족을 보살피는 아동·청소년은 성장을 위한 '나의 시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가족을 돌보면서도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제도적인 지원 환경을 만들어 가기 위한 사회적 인식과 공감이 필요합니다. 매주 월요일 이에 관한 아이들과 복지 현장,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들려드립니다. -편집자 말

가족돌봄아동 연우(가명)가 집안 일을 하고 있다. ⓒ초록우산
가족돌봄아동 연우(가명)가 집안 일을 하고 있다. ⓒ초록우산

내가 8살이던 어느 날, 아빠가 집에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엄마는 “아빠는 이제 우리를 만나러 오지 않는다”며 “이제부터 돈을 벌어야 해 매일 늦게까지 일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나는 그날부터 학교가 끝난 후 늦은 밤 엄마가 집에 돌아올 때까지 갓난아기인 동생을 돌봐야 했습니다. 숙제를 하는 것은 꿈도 꿀 수 없었고, 쉬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나도 보호받아야 할 시기였지만 어린 동생을 돌봐야 하는 ‘가족돌봄아동’이 그렇게 되었습니다.

동생과의 시간은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힘이 들때면 ‘누군가 같이 동생을 돌봐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집안 일을 하고 동생을 돌보기 위해 함께 놀자는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 하거나, 학교에서 숙제를 해오지 않았다며 혼날 때면 그런 마음이 더 크게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어른들에게 도와달라고 먼저 말하기 어려웠습니다. 초록우산을 통해 알게 된 대학생 멘토링 선생님을 만나기 전까지는 그랬습니다.

멘토링 선생님은 내 말을 잘 들어주었습니다. 나에 대해 궁금해 하고, 도움을 주려고 했습니다. 선생님은 나를 잘 돌봐준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매일 집에서 동생을 돌보면서 혼자라고 생각했는데, 선생님과 이야기할 때는 나도 사랑받는다고 느꼈습니다. 선생님은 내가 동생을 돌보는 일이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일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대신, 가족을 위해 힘을 내는 일이라며 용기를 주었습니다.

나를 믿어주는 선생님 덕분에, 지금 나는 장래를 생각하며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나를 도와주려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니, 나도 누군가를 도우며 살고 싶어졌습니다. 우선은 나와 같이 가족을 돌보는 친구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매일 동생을 돌보며 지내고 있는 나는, 이미 친구들을 도울 수 있는 준비가 된 사람이니까요.

나처럼 가족을 돌보는 아이들이 여기저기 많다고 합니다. 그 친구들은 선생님을 만나기 전의 나처럼 매일 외롭다고 생각하면서 지내고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친구들에게 좋은 어른들이 곁에 많이 있다고 알려주고 싶습니다. 친구들에게도 관심 갖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어른들이 생기면, 나처럼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따뜻하게 말을 걸어줄 수 있는 어른들이 주변에 있다는 것만 알아도 희망을 갖고 웃으면서 지낼 수 있지 않을까요.

어른들에게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가족을 돌보는 아이들을 보시면 도움을 요청할 수 있게 먼저 다가와 달라고. 그리고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물어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필요한 지원을 해주시는 것도 좋지만, 저희에겐 마음을 열고 기댈 수 있는 어른도 필요합니다. 힘들어도 혼자 끙끙 앓고 있는 가족돌봄아동들이 믿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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