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전아름 기자】
우리나라 청년 10명 중 7명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과 출산은 물론 미래계획 전체를 포기한 비율은 20% 가까이 됐다.
이승진, 안선경, 정익중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는 월드비전이 주관한 '2022년 한국 미래세대 꿈 실태조사' 자료를 활용해 '청년들은 무엇을 포기하고 있는가?-N포세대 유형과 우울 불안 및 행복감 간의 관계' 논문을 2월 발표했다.
조사는 지난해 12월 만19세~23세 청년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잠재계층분석(LCA)을 적용했다.
조사 결과 미래에 결혼, 출산, 내집 마련 등의 계획이 있는 '미래계획형'은 31.2%, 취미, 건강, 취업, 창업 등 자기계발 계획은 있으나 결혼과 출산의 계획이 없는 '결혼출산포기형'은 50.4%, 결혼과 출산은 물론 대부분의 미래 계획을 포기한 'N포형'은 18.4%로 나타났다.
결혼출산포기형에 속한 경우 연애 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확률이 35.8%로 낮았고, 결혼 계획은 0%, 출산 계획은 0.3%로 거의 없었다. 그러나 내집마련 계획은 66.1%로 높았고, 대인관계, 취업 창업, 취미생활, 건강관리, 외모관리, 자기계발 계획 모두 80% 이상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취미생활 계획은 미래계획형보다 높았다. 현실적인 상황으로 연애, 결혼, 출산만 포기하고 그 외의 것은 포기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결혼출산포기형'으로 명명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N포형은 모든 문항에서 절반 이상이 미래계획이 없다고 대답했다.
N포형에 포함된 청년들은 다른 유형 청년들보다 우울과 불안이 가장 높았고, 행복감은 미래계획형, 결혼출산포기형, N포형 순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전 세계적인 경제 저성장과 사회구조적인 불평등 심화가 맞물리면서 실업과 빈곤이 증가하여 청년들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은 ‘N포세대’는 한국에만 있는 것이 아닌 탕핑족(중국), 사토리세대(일본), 희생당한 세대(프랑스), 이케아세대(유럽) 등으로 세계적인 현상"이라며 "하지만 본 연구에서 살펴본 한국의 N포세대는 ‘결혼출산포기형’과 ‘N포형’으로 전체의 68.8%로 매우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결혼과 출산만을 포기하는 ‘결혼출산포기형’이 절반 이상이라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처럼 청년의 대다수가 N개의 미래계획을 포기하였고, 이러한 미래계획의 포기가 청년들의 우울·불안과 행복감에 영향을 미친 만큼 우리나라는 특히 청년의 희망 고취를 위해 집중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미래계획형’, ‘결혼출산포기형’, ‘N포형’ 순으로 최종학력은 높고, 취업 경험이 있으며, 가족 유형은 양부모 가정에 속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라며 "따라서 청년들이 다양한 참여와 활동을 통해 경험을 축적하고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대응해야 한다. 예를 들면, 고등교육에 따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지자체 차원의 정책(학자금 이자보전, 청년수당 등)을 마련하고, 청년들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함과 더불어, 다양한 가족 유형에 따른 지원정책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한편 15년 후 자신이 바라는 미래 실현에 대해 조사했을 때 40대, 50대, 60대는 각각 21.9%, 24.5%, 37.1%가 미래를 낙관적으로 바라보고, 미래의 변화에 참여할 의향이 있으며 기대한다고 응답했으나 20대는 6.5%, 30대는 10%만이 동의했다.
또한 MZ세대 자산 상위 20%(8억 7044만 원)와 하위 20%(2473만 원)의 격차는 35배가 났는데, 연구진은 이 결과를 통해 "결국 같은 청년세대 내에서도 인적·물적자원이 충분하지 않은 청년기 초기가 가장 취약한 대상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더욱 실효성 있는 정책 추진을 위해서는 청년기를 세분화하고, 청년세대 내 이질성을 보이는 집단 파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연구진은 "결혼출산포기형이 경제적 문제로 결혼과 출산을 포기한 것이 아님"에 주목하고 해당 조사대상이 20대 초중반이라는 점, 결혼의향이 없는 이유로 '개인 삶'이 중요하다고 선택한 점, 자녀출산 의향이 없는 이유로 '육아 부담'과 '개인생활 부족'을 선택한 비율이 높았다는 점을 들며 20대 초중반 청년들의 결혼 및 출산관련 심리적 부담을 줄이는 정책을 지속해서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결혼출산포기형은 결혼과 출산을 제외한 모든 미래계획에 긍정적이므로 정책적 지원을 통해 미래계획형으로 전환이 상대적으로 쉬울 것"이라며 "적절한 지원이 낮은 연령부터 빠르게 이루어진다면 미래계획이 긍정적으로 바뀔 여지가 더 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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