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역할 고정관념 깨주는 소꿉놀이
성역할 고정관념 깨주는 소꿉놀이
  • 칼럼니스트 황유순
  • 승인 2013.06.19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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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게 엄마의 마음을 이해주기도

[연재] 윤이와 연이의 행복한 하루 - 엄마와 함께하는 탐색과 놀이

 

열 번째 놀이 - 소꿉놀이

 

아이들의 성은 놀이선택에 영향을 줘 놀이에서 성별분리가 보편적으로 일어나는 것 같다. 어린 시절 이뤄진 고정관념과 편견은 성인이 돼서는 더욱 변화하기 어렵기 때문에 윤이를 키우며 중점을 뒀던 것 중 한 가지는 양성성을 갖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옷을 살 때도 꼭 하늘색이 아닌 다양한 색을 선택했고 남자는 이래야지, 여자는 이래야지 하는 말 대신 “남자도 울 수 있고, 여자도 힘이 셀 수 있어” 등의 이야기를 해줬다.

 

그리고 윤이가 상황에 따라 남성적 특성과 여성적 특성을 융통성 있게 수행할 수 있도록 남자아이들이 좋아하는 자동차, 공룡, 공구나 도구를 사용하며 하는 놀이를 존중하면서 인형놀이와 그릇을 갖고 노는 아기자기한 소꿉놀이를 하는 시간도 많이 갖도록 했다. 특히, 여동생이 태어나면서부터는 동생이 하는 머리핀이나 치마에도 관심이 많았다. 치마도 입어보고 머리핀도 해보도록 윤이의 마음을 이해해 줬던 것은 놀이를 통해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갖지 않게 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외출하면서 윤이는 동생처럼 머리핀을 해달라고 졸라서 자주 하고 나갔다(왼쪽, 35개월 당시). 삽으로 모래를 힘껏 푸고 있다(오른쪽, 43개월 당시). ⓒ황유순
외출하면서 윤이는 동생처럼 머리핀을 해달라고 졸라서 자주 하고 나갔다(왼쪽, 35개월 당시). 삽으로 모래를 힘껏 푸고 있다(오른쪽, 43개월 당시). ⓒ황유순

 

◇ 인형놀이


사촌형에게 물려받은 곰돌이 인형은 윤이의 특별한 친구가 되었다. 로즈마리 잎의 향기를 만졌다가 곰돌이 코에도 대어주고 한창 스카프를 하고 다닐 때는 곰돌이에게도 해주었다. 밥도 먹여주고, 책도 읽어주고, 때론 컴퓨터도 같이 하고 잠잘 때 베개로 쓰기도 했다. 안아주고 뽀뽀해주고 애정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지금은 관심조차 없지만 한동안 윤이의 놀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친구였다.

 

곰돌이를 앉혀놓고 책을 읽어주고 있다(34개월 당시). 곰돌이에게 스카프를 해주었다(24개월 당시). 엄마가 가지치기한 나뭇가지에서 느티나무 잎을 떼어 향기를 맡으라고 곰돌이 코에 올려놓았다. 평소에 로즈마리 향기를 많이 맡으면서 하게 된 행동이다(18개월 당시).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황유순
곰돌이를 앉혀놓고 책을 읽어주고 있다(34개월 당시). 곰돌이에게 스카프를 해주었다(24개월 당시). 엄마가 가지치기한 나뭇가지에서 느티나무 잎을 떼어 향기를 맡으라고 곰돌이 코에 올려놓았다. 평소에 로즈마리 향기를 많이 맡으면서 하게 된 행동이다(18개월 당시).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황유순

 

◇ 차 마시기와 설거지


17개월 무렵 윤이는 장식장에 있는 다기들을 너무나 갖고 놀고 싶어 했다. 그래서 두툼한 카펫 위에서 차 마시는 놀이가 시작됐다. 처음엔 찻잔을 부딪치는 소리도 요란하고 찻주전자를 사용하는 것도 어려워했지만 점점 다기를 능숙하게 다루며 조용히 차를 마셨다. 행여 깨질까 다칠까 불안하던 마음도 사라졌고 매일매일 차를 따라 윤이도 먹고 엄마도 먹고 참 많이도 마셨다.

 

그러던 어느 날 부터는 차를 마신 후 수세미까지 가져와 설거지를 하는데 안쪽, 바깥쪽 구석구석 사용한 모든 그릇을 닦는 것이었다. 이젠 물을 사용하여 기름기 없는 설거지는 윤이가 도와주기도 한다. 물론 물장난까지 하느라 더디지만 설거지놀이를 행복하게 하는 모습이 주는 기쁨이 더 크다.

 

물을 이용하여 설거지를 하고 있다(39개월 당시). 다기를 가지고 차를 따라 마시는 놀이를 하고 있다(17개월 당시). 차를 따라 마신 후 수세미로 설거지를 하고 있다(26개월 당시).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황유순
물을 이용하여 설거지를 하고 있다(39개월 당시). 다기를 가지고 차를 따라 마시는 놀이를 하고 있다(17개월 당시). 차를 따라 마신 후 수세미로 설거지를 하고 있다(26개월 당시).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황유순

 

◇ 요리하기

 

엄마가 식사를 준비할 때 마다 윤이는 발받침에 올라와 엄마의 요리를 지켜봤다. 무른 채소는 윤이가 잘라줬고 익기도 전에 맛보게 해달라고 졸라댔다. 요리놀이는 윤이가 가장 많이 한 소꿉놀이이다. 점토, 작은 돌들, 작은 블록, 종이조각 등을 이용해 요리를 즐겨했다.

 

처음엔 단순히 큰 그릇에 넣어 휘젓거나 접시에 담기만 하더니 가스레인지를 만들어 볶기도 하고 요리를 정해 재료와 양념을 고민하며 넣기까지 했다. 38개월 무렵에는 상차림까지 해서 자고 있는 연이와 집에 없는 아빠의 음식은 뚜껑으로 덮어놓은 후 엄마와 둘이만 먹기도 했다. 점점 요리놀이가 실제 요리과정과 비슷해져갔다.

 

요리를 하면서 무슨 재료를 더 넣을지 생각하고 있다(31개월 당시). 가스레인지를 만들어 그 위에 그릇을 올려 볶는 요리를 하고 있다(28개월 당시). 작은 나무블록으로 음식을 만든 후 집에 없는 아빠와 자고 있는 동생 것은 덮어놓고 엄마와 식사할 준비를 하고 있다(38개월 당시).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황유순
요리를 하면서 무슨 재료를 더 넣을지 생각하고 있다(31개월 당시). 가스레인지를 만들어 그 위에 그릇을 올려 볶는 요리를 하고 있다(28개월 당시). 작은 나무블록으로 음식을 만든 후 집에 없는 아빠와 자고 있는 동생 것은 덮어놓고 엄마와 식사할 준비를 하고 있다(38개월 당시).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황유순

 

◇ 빨래놀이

 

윤이는 요즘도 목욕할 때 자기가 벗어놓은 옷가지들을 빠는 것을 좋아한다. 조물조물 하기도 하고 들어 올려 물이 떨어지는 것도 관찰하고 목욕하며 물놀이 도구보다 빨래하는 것을 더 좋아했다. 한번은 엄마가 방에서 빨래를 널고 있는데 자기도 빨래를 널었다고 해서 가봤더니 베개마다 집게 옷걸이가 하나씩 놓여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웃었던 기억이 난다.

 

빨래를 널었다며 베개에 집게 옷걸이를 하나씩 놓다 두었다(위, 35개월 당시). 세탁한 양말을 모아 짝을 지은 후 테이블 가장자리에 널고 있다(아래, 39개월 당시). ⓒ황유순
빨래를 널었다며 베개에 집게 옷걸이를 하나씩 놓다 두었다(위, 35개월 당시). 세탁한 양말을 모아 짝을 지은 후 테이블 가장자리에 널고 있다(아래, 39개월 당시). ⓒ황유순

 

윤이가 42개월 됐을 때 하루일과를 마치고 마지막으로 마른 빨래를 접는데 나도 몰래 “아, 힘들다”라는 말이 나왔다. 그 말을 들은 윤이는 “엄마 내가 도와줄게요”하며 빨래를 접기 시작하는데 엄마의 말을 듣고 마음으로 이해해준 것이 너무나 고마웠다. 어린이집에서 가르쳐 준대로 척척 접는데 신기해서 끝까지 지켜봤다. 다 접고는 양말과 팬티는 못 접어서 안 접었다고 말하며 윤이도 참 뿌듯해했다.

 

양말과 속옷을 제외하고 마른 빨래를 접었다(42개월 당시). ⓒ황유순
양말과 속옷을 제외하고 마른 빨래를 접었다(42개월 당시). ⓒ황유순

 

이제 윤이의 소꿉놀이는 하루일과 안에서 자연스럽게 행하는 놀이가 됐고 엄마의 마음을 이해해 줄 수 있는 놀이가 됐다. 유아기 때부터 남성적 특성과 여성적 특성을 조화롭게 키울 수 있도록 놀이를 제공한다면 사회성도 기를 수 있고 사회적 관계도 발달시킬 수 있다.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은 가정에서부터 시작된다. 다양한 놀이경험과 엄마, 아빠의 노력을 통해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벗어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이해를 돕고자 활동사진을 첨부하고 연령을 표기하였으나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지 않길 바랍니다. 아이들은 발달의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윤이와 연이의 놀이는 하나의 예일 뿐입니다.

 

*칼럼니스트 황유순은 덕성여대 유아교육과와 교육대학원에서 유아교육을 공부했다. 5년 동안 유치원 교사로 활동한 경력과 그동안 배운 지식을 총 동원하여 놀이를 통한 교육을 두 아이에게 실천하고 있다. 몸과 생각주머니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행복해하며 살고 있는 엄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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