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 '굴욕 3종 세트' 꼭 해야만 하나?
산모 '굴욕 3종 세트' 꼭 해야만 하나?
  • 이유주 기자
  • 승인 2013.07.15 14: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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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모와 관장, 내진, 회음부 절개는 필요 없다"

병원 출산을 경험한 수많은 대한민국 여성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단어가 있다. '산모 굴욕 3종 세트'가 그것인데, 바로 '제모'와 '관장', '내진'을 일컫는 말이다. 이는 출산을 위해 병원에 입원하면 당연히 해야 하는 필수 요소이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한다면 아기가 나오기 직전 여성의 회음부를 가위로 자르는 시술인 '회음부 절개'가 추가될 수 있다.

 

많은 산모들은 이 과정들이 출산이 끝나 세월이 흐른 후에도 두고두고 고통스럽고 때론 치욕스러웠다고 느낀다. 병원출산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산모들 중에서도 굴욕 세트 중에 한두 가지만 없다면 출산이 덜 괴로웠을 것이라 토로하는 사람들도 있다. 안전한 출산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출산 굴욕세트', 그런데 왜 '굴욕'이라는 단어가 붙었을까? 최근 출간된 '자연주의 출산 보고서'(SBS 스페셜 제작팀 저, 마더북스, 2013)에서 그 이유를 살펴봤다.

 

태초에 여성은 병원과 의사, 의료 조치 없이 아기를 낳아 왔고 여성의 몸과 아기의 몸은 서로가 어울리도록 맞춰져 왔다.  '자연주의 출산 보고서' 표지 사진. ⓒ마더북스
태초에 여성은 병원과 의사, 의료 조치 없이 아기를 낳아 왔고 여성의 몸과 아기의 몸은 서로가 어울리도록 맞춰져 왔다.  '자연주의 출산 보고서' 표지 사진. ⓒ마더북스

 

◇ 제모

 

병원에 입원수속을 하고 나면 관장과 함께 가장 먼저 시행하는 코스다. 전체를 제모하는 것이 아닌 아기가 나오는 질부위만을 제모하게 되고 혹 제왕절개로 이어질 경우 앞쪽까지 전체적으로 행해진다.


산모가 직접 할 수 없는 상황인지라 대부분 간호사들이 진행한다. 제모를 하는 이유는 위생 때문이라고 말한다. 아기가 나오는 문을 깨끗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과학적 증명이 되지 않은 것으로 사실 산모의 자율에 맡겨야 할 문제다.

 

◇ 관장

 

인공적으로 관장을 해 산모 몸에 남아 있는 대변을 빼 내는 것이다. 출산 시 아기가 자궁문을 나와 엄마의 산도(질)에 들어서면 산도와 직장이 바로 이웃하고 있는 여성 신체의 구조상 산도를 빠져나오는 아기의 머리가 직장을 지속적으로 누르게 된다. 때문에 변의가 느껴지고 때론 변을 보는 경우도 있다.

 

관장의 이유는 아가의 산도를 깨끗하게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또 의사나 간호사 등 출산을 지켜보는 이들에게 창피할 수 있고 미관상 좋지 않다는 이유도 있다. 관장 때문에 병원 입원 전날 아무 것도 먹지 않는 산모들도 많다. 관장 또한 산모의 자율에 맡겨야 할 부분이다.

 

◇ 내진

 

산모는 무릎을 구부리고 허벅다리는 넓게 벌리는 자세를 취한다. 의사는 산모의 질 안으로 집게손가락 또는 가운뎃 손가락 중 하나, 혹은 둘을 삽입한 손가락으로 촉진한다. 임신 말기에는 골반의 크기와 골반 내 장기, 자궁, 난소, 난관의 상태를 확인하는 용도로, 진통이 시작되면 자궁 문이 얼마나 열렸는지 확인하기 위해 시행한다.

 

출신 시 무통주사를 맞아야 한다면 내진은 더욱 중요해지고 빈번해진다. 자궁문이 3~7cm 정도 열렸을 때, 무통주사를 주입해야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밖에서 육안으로 확인할 방법이 없으니 내진은 어쩌면 산모가 감내해야 할 코스다. 하지만 내진이 굴욕이 된 것은 빈번한 횟수와 일방적인 방식 때문이다. 종합병원 또는 규모가 큰 산부인과를 이용한 산모들에게서 이러한 성토는 더 크다. 주치의 이외에 많은 스태프들이 산모의 의견을 물어보지 않은 채 내진을 행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여성이 평생 동안 가장 예민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출산을 앞뒀다고 해서 만인의 것이 되는 것은 아니다.

 

◇ 회음부 절개

회음부는 여성의 경우 질과 항문사이를 칭한다. 출산 시 아기의 머리가 질 사이로 3~4cm 크기로 보일 때 회음부의 피부와 내부 근육까지 3~5cm 정도 절개한다. 절개 후 아기가 나오면 그 부위를 다시 꿰매게 되는 이 시술은 오히려 출산 후 고통이 가중되게 만든다.

 

다리 사이 주요 부위를 절개했으니 편하게 앉을 수 없고 걸을 때나 화장실에서 일을 볼 때도 불편함은 오래 간다. 근육을 임의로 절개한지라 상처는 깊고 아물 때까지 고통스럽다.

 

병원에서 회음부 절개를 고집하는 이유는 ▲아기가 나올 때 질 부위가 불규칙적으로 찢어지는 열상을 예방하기 위해 ▲산후 요실금 예방하기 위해 ▲직장과 항문 괄약근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하지만 미국 산부인과 의학 교과서인 'Willianms OBSTETRICS'(23rd Edition. 2009)에서는 "회음부 절개술은 회음부를 보호해 주지 않는다. 오히려 3도, 4도 열상의 위험성을 증가시켜 괄약근의 기능 저하, 즉 요실금과 변실금을 유발한다"라고 전한다.

 

영국 산부인과 의학 교과서인 'Lecture Note on Obsrertics'(1999)도 이와 같은 이유로 "회음부 절개술은 더는 통상적으로 시행하지 않는다. 대신 산모에게 따뜻한 욕조를 제공한다"라고 전한다.

 

일본 병원에서도 회음부 절개 시술은 6~7년 전 사라졌다. 극히 예외적인 경우 말고는 거의 시행하지 않는다. 물론 회음부 절개를 안해서 죽는 일 또한 일어나지 않았다.

 

여성의 몸은 출산에 맞게 골반과 회음부가 조절돼 있다. 태초에 여성은 병원과 의사, 의료 조치 없이 아기를 낳아 왔고 여성의 몸과 아기의 몸은 서로가 어울리도록 맞춰져 왔다. 이에 아기는 회음부 절개없이도 태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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