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젖, 물젖이 따로 있나요?
참젖, 물젖이 따로 있나요?
  • 칼럼니스트 김나희
  • 승인 2013.07.18 11: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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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장되고 와전된 모유수유 속설

[연재] 김나희의 불량정보 거기 서!

 

'참젖, 물젖이 따로 있나요? 젖이 좋다는 말이 무슨 뜻인가요?'

 

자신의 젖이 영양가가 없는 것 같으니 다른 엄마의 젖을 기증받아 먹이고 싶다는 산모를 본 적이 있습니다. ‘좋은 젖’과 ‘좋지 않은 젖’이 따로 있고 ‘참젖’과 ‘물젖’이 따로 있다는 속설 때문이구나 싶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모든 엄마는 좋은 젖을 만듭니다!

 

참젖-물젖 속설이 참 많이 퍼져있지요. 엄마젖이 물젖이라 아기가 안 큰다거나 설사한다는 이야기 말입니다. 아마도 앞젖-뒷젖(전유-후유) 이야기가 과장되고 와전된 것 같습니다. 모유수유 해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아기가 먹기 시작할 때는 묽어 보이는 젖이 나오고, 좀 지나면 뽀얀 젖이 나옵니다. 이 묽어 보이는 젖이 앞젖(전유)이고 뽀얀 젖이 뒷젖(후유)입니다. 앞젖-뒷젖 경계가 뚜렷한 것은 아닙니다. 점차적으로 앞젖에서 뒷젖으로 이행해가지요.

 

아기가 빨기 시작할 때는 유당과 수분이 많은 앞젖이 나와 아기의 갈증과 허기를 빨리 해소해주고, 점차 지방이 많아져 뒷젖이 됩니다. 뒷젖은 지방 성분이 많아 뽀얀 빛을 띠고 아기가 포만감을 느끼게 해주고 살이 토실토실 찌게 해주지요. 앞젖과 뒷젖 모두 아기에게 필요합니다. 그리고 앞젖 뒷젖 순서대로 먹는 것이 좋지요. 대부분의 경우는 수유를 해나가면서 아기에 맞게 엄마의 몸이 앞젖과 뒷젖의 비율이 최적화되도록 잘 조절됩니다.

 

문제는 젖양이 아주 많거나 아기가 한 번 먹는 양이 작아서 한쪽 젖만 물려도 앞젖만 내내 먹게 되는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엄마젖이 한쪽 유방에 300cc가 저장돼 있는데, 아기는 100cc만 먹으면 배 부르는 경우, 지방이 많은 뒷젖은 먹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앞젖을 먹게 되겠지요. 그러면 아기는 배가 금방 꺼져서 잠시 후 또 젖을 찾게 됩니다. 자주 젖을 물리니 젖 생산이 잘 되어 젖양도 줄지 않게 되고요. 또 유당이 많은 젖만 먹게 되니 아기는 설사를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참젖은 안 나오고 물젖만 나온다’는 오해를 하게 됩니다. 사실 뽀얗고 진한 뒷젖도 엄마 유방 속에 들어 있는데 아기에게 전달이 안 되고 있을 뿐이에요.

 

이렇게 젖양이 많은 경우는 젖물리기 직전에 앞젖을 어느 정도 유축해서 빼놓고 뒷젖부터 아기에게 바로 먹일 수 있도록 하면 됩니다. 젖양이 많으면 한쪽 유방을 충분히 먹여야 뒷젖까지 다 먹을 수 있으니까 한 번 먹일 때 한쪽 유방만 먹이도록 하세요. 그리고 다음 수유 시에도 그쪽 유방에서 이어서 먹이기 시작하면, 앞젖이 많이 차오르기 전에 또 먹이는  셈이 되어 뒷젖을 먹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하루 8번 젖을 먹인다면, 왼쪽-왼쪽-오른쪽-오른쪽-왼쪽-왼쪽-오른쪽-오른쪽 식으로 먹입니다. 그러면 젖양이 자연스럽게 줄어들게 됩니다. 단, 이렇게 할 때 쉬고 있는 쪽 젖이 너무 불어서 멍울이 서지 않게 적절히 유축하시기 바랍니다. 또 유축해 놓은 앞젖은 버리지 마시고 잘 냉동 보관해 뒀다가 나중에 이유식 만들 때 활용하시거나 젖이 모자랄 때 먹이시면 되겠습니다.

 

젖양이 부족할 때도 고민이지만 젖양이 많아도 고민이 됩니다. 그럴 경우 내 젖이 물젖이라거나 영양이 없다거나 하는 자책을 하지 마시고 앞젖, 뒷젖의 양에 유의하면서 아기에게 젖을 먹여 보세요. 엄마젖에 영양이 없을 리는 절대 없답니다.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한 한의사(한방내과 전문의)이며 국제모유수유상담가이다. 진료와 육아에 차가운 머리, 뜨거운 가슴이 둘 다 필요하다고 믿는다. 궁금한 건 절대 못 참고 직접 자료를 뒤지는 성격으로, 잘못된 육아정보를 조목조목 짚어보려고 한다. 자연출산을 통해 낳은 아기를 모유수유로 키우고 있는 중이며 대한 모유수유한의학회 운영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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