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왜 태어났을까' 우울증 겪는 8살 아이
'내가 왜 태어났을까' 우울증 겪는 8살 아이
  • 칼럼니스트 이문기
  • 승인 2013.08.20 16: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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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을 기울여주는 것이 최고의 치료법

[연재] 이문기의 우리 아이 통(通) 크게 키우기

 

도담(가명)이는 8살, 초등학교 1학년 생입니다. 이제 갓 학년기에 접어들었지만 학교생활도  나름 잘해냈습니다. 반 아이들과도 원만하게 잘 지냈고 학급활동도 무리 없이 잘 해냈습니다. 이러한 도담이를 엄마는 문제가 있다고 여기시고 상담센터를  방문하셨습니다. 도담이의 첫인상은 몸이 아픈 아이 같이 축 처져있었고 표정도 시무룩했습니다. 상담 내내 표정의 변화가 거의 없이 반응했고 시무룩한 표정을 짓기도 하며 목소리에 아무런 의욕도 묻어나지 않았습니다.  어디 아픈 곳이 있느냐는 상담자의 질문에 고개를 가로 저으며 괜찮다고 만 했습니다.

 

엄마는 도담이가 동생에게 모질게 대한다고 하셨습니다. 실은 두 살 어린 도담이의 동생은 소아백혈병이어서 지금 1년이 넘게 투병중입니다. 엄마는 그런 동생에게 모질게 대하는 도담이가 무척 서운하고 이해가 안 간다고 하셨고 늘 동생과 부딪치는 도담이가 때론 밉고 매우 힘들다고 하셨습니다. 이러한 도담이가 뭔가 문제가 있다라고 여기시게 된 건 근래에 들어 도담이가 자주 지나치게 감정적인 표현을 하게 돼서였습니다. ‘엄마, 나 너무 힘들어, 내가 왜 태어났을까?, 다시 한 살 때로 돌아가고 싶어’ 등이었습니다. 그리곤 동생뿐만 아니라 친척동생들과도 좋게 지내지 못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지난해에 동생이 백혈병으로 인해 병원 치료를 할 때 도담이만 이모 집에 맡겨졌습니다. 거의 1년여를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야 했습니다.

 

도담이의 상태를 알아보기 위해 심리검사를 한 결과 도담이는 심한 우울증을 겪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그 이유는 소외감이었습니다. 그림검사에서도 도담이는 자신을 뺀 가족을 그렸습니다. ‘저 만 빼면 우리 식구는 다섯이에요, 저는 투명 물고기에요.’ 그리고는 자신을 투사한 투명 물고기의 위치는 놀랍게도 가족들이 모여 있는 한 가운데였습니다. 가족들은 모두 모여 있는데 도담이만 방에 있는 모습도 있었습니다. 엄마의 말로는 도담이가 이모 집에서 지내다가 온 후로 지금의 행동이 더욱 두드러졌다고 했습니다. 놀라운 것은 도담이가 수개월 동안 거의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다는 사실을 가족들이 몰랐다는 겁니다. 학교에서도 활동을 그리 활발하게 하지 못했을 거라 여겨집니다. 악몽도 꾸고 식사량도 줄고 8세짜리 아동의 일반적인 활동성과 도담이는 아주 많이 달라있었습니다. 아토피도 더욱 심해져서 피부 상태도 매우 안 좋아 보였습니다.

 

지금 도담이에게는 무엇보다도 가족들의 관심 특히 엄마의 관심이 필요한 때입니다. 하지만 엄마는 너무 바쁜 상황입니다. 도담이 말고도 아이 셋을 돌봐야하고 숙박업을 하고 있어서 가사 말고도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습니다. 엄마의 검사 결과도 도담이와 별다르지 않았습니다. 중증정도의 우울증과 함께 스트레스로 인한 감정조절이 어려운 현상까지 겪고 계십니다. 도담이는 항상 자기는 필요 없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누구도 자기에게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다고 여겼을 겁니다. 우울증 밑에는 자기분노가 있습니다. ‘이렇게 버려진 못난 내가 있어’라는 왜곡된 자기상이 있습니다.

 

지금 도담이는 엄마와 함께 일주일에 한 번씩 상담장면에서 상호작용하는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엄마가 자신을 항상 사랑하고 있었음을 알아가고 있습니다. 동생에 대한 도담이의 마음도 실은 미움이 아니었습니다. 그러한 동생에 대한 마음도 차차 알아가게 될 겁니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관계 안에 있게 됩니다. 관계를 통해 자신을 사랑하는 법도 타인을 사랑하는 법도 배우게 됩니다. 소외감은 이러한 모든 관계를 부정하게 만드는 심리입니다. 이로 인한 우울은 매우 고통스러운 것이지만 치료법은 의외로 명료합니다. 작은 관심입니다. 사소한 관심만 있어도 가능하다는 겁니다.

 

지금 내 주위에 혹시 외로움으로 소외감으로 힘들어하는 사람이 없는지 한번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칼럼니스트 이문기는 아주대에서 상담심리전공 교육학석사를 취득했으며 주로 공공기관과 NGO단체에서 저소득 층 및 소외계층 아동청소년 상담을 했습니다. 아동청소년들의 문제가 가족의 기능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음을 알고 이와 관련해 부모교육을 통한 가족의 기능을 강화시키는 것에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현재는 (주)허그맘 아동청소년 심리센터에서 수석심리상담사로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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