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이유주 기자】
할머니 할아버지는 물론 고모나 삼촌에게도 안기기 싫어하고, 심지어 아빠가 안경만 바꿔 써도 울고불고 난리를 치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 아이들은 외부 세계가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고 분별력이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낯가림을 시작하기 마련이다. 지나치게 염려할 필요는 없지만 시간을 두고 유심히 관찰할 필요는 있다. 계속해서 아이가 타인과 관계 맺기를 어려워하면 극복할 수 있을 만한 대안을 만들어 도와줘야 한다. '신의진의 아이심리백과'(신의진 저, 갤리온, 2012)를 통해 아이의 낯가림에 대처하는 자세를 정리했다.
◇ 낯가림은 뇌가 발달했다는 증거
아이는 세상에 대한 인식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자신과 다른 대상에 대해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게 되는데, 이를 '낯가림'이라고 한다. 그 대상은 낯선 사람이 될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 동물이나 소리, 혹은 상상으로 만들어 낸 대상이 되기도 한다.
아이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개 8개월 전후로 낯가림이 시작된다. 아무리 순한 아이라고 해도 이 시기가 되면 낯선 사람을 경계하고, 심한 경우 경기를 일으킬 만큼 울기도 한다.
이는 엄마를 알아본 직후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형상으로, 이전에는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을 구분하지 못했지만 이젠 구분을 하고 두려움을 갖게 된 것이다. 그만큼 기억력이 발달하고 나름의 사고 체계가 잡혔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질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아이에게는 이제 새롭게 보고 듣는 모든 것이 무섭다. 하지만 대상을 무서워하는 자체가 바로 세상에 적응해 가는 과정이다. 엄마는 낯을 가리는 아이 때문에 주변 사람에게 민망할 때가 종종 있겠지만, 낯가림 자체가 아이가 엄마를 알아본다는 의미니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 아이가 느끼는 두려움에 공감해 주자
아이의 낯가림을 완하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이가 스스로 안전하다고 믿을 수 있게 조금씩 적응시키는 것이다.
그 첫 번째 방법이 아이의 두려움에 공감해 주는 것이다. 이제 막 세상을 알아 가는 아이에게 모든 것이 무섭고 두렵게 느껴지는 당연하다. 엄마가 먼저 아이의 편이 돼 무서워하는 아이의 마음과 울고 떼쓰는 행동을 이해해 주자. 이와 함께 아이가 낯선 대상을 무서워할 때 행동으로 그것이 두려운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 주는 것도 효과적이다.
또한 낯가림에 대비해 평소에 아이로 하여금 부모가 보호나는 범위 안에서 호기심을 마음껏 충족시킬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자. 평소에 부모가 보호한다는 핑계로 이것저것 제재를 가하고 억압을 한 아이일수록 낯가림이 심하다.
이때 중요한 것은 '아이가 얼만큼 엄마를 신뢰하고 있는가'이다. 엄마를 완전히 믿을 수 있어야만 아이의 두려움도 사라진다. 낯가림을 할 때 엄마가 보살펴 주면 이 믿음이 커져 점점 낯가림이 덜하게 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더 심하게 낯을 가리게 된다.
◇ 여러 사람 앞에 아이를 내놓은 것은 금물
낯가림을 없앤다고 아이를 낯선 사람 앞에 억지로 내놓는 부모가 간혹 있다. 낯가림을 억지로 극복하게 하려다 되레 불안 장애를 일으키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엄마 없이 낯선 사람만 잇는 곳에 아이를 내놓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는 아이가 불안해하지 않도록 엄마가 깨달아야 비로소 낯을 가리는 범위가 점차 줄어든다.
처음에는 되도록 간단하고 짧게 만나고 점차 만남의 시간을 늘리며 적응할 시간을 준다. 애착은 엄마와만 생기는 것은 아니므로 할머니, 할마버지, 이모 등 가까운 사람과도 자주 같이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낯가림은 대개 3세 정도가 되면 줄어드는데, 기질에 따라 조금씩 차이를 보인다. 낯가림이 유독 심한 아이라면 굳이 억지로 극복하게 하기보다 아이의 기질을 존중해 주는 지혜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