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5시간 수업, 유아에게 꼭 필요할까
1일 5시간 수업, 유아에게 꼭 필요할까
  • 이유주 기자
  • 승인 2014.03.07 0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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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과정 5시간 강제운영 논란…국회서 긴급 간담회

 【베이비뉴스 이유주 기자】

 

교육기술과학부는 지난달 4일 전국 교육청에 유치원에 다니는 만 3~5세 원생에게 1일 5시간(300분) 교육과정을 의무적으로 시행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그간 교육부는 유치원의 환경과 반(학급) 특성에 따라 수업을 1일 3~5시간으로 자율 운영토록 했지만, 앞으로는 5시간 수업을 진행하라고 강제한 것이다. 이 계획은 유아의 창의성 계발 등을 위한 몰입 활동이 충분치 못하다는 교육부의 판단에서 비롯됐지만 교육현장은 "유아 발달을 무시한 비교육적, 반인권적 처사"라며 교육부의 방침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2간담회실에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상희 민주당 의원의 주최로 열린 '누리과정 5시간 강제운영 지침 관련 긴급간담회'는 현재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누리과정 5시간 강제운영 지침'과 관련해, 교육현장의 혼란과 운영 파행에 대한 우려가 커짐에 따라 국회 차원에서의 해결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날 간담회에는 송환웅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부회장을 비롯해 김태정 평등학부모단체 집행위원장, 이재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정책지원국장, 김은형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유치원위원회 위원장, 박주용 교육부 유아교육정책과장, 박영란 한국유치원총연합회 교육홍보이사 등이 참석해 교육부가 하달한 '누리과정 5시간 지침'에 관한 현황과 문제점을 살펴보고, 교육부와 교육현장의 갈등을 중재할 수 있는 대책을 논의했다.

 

만 3, 4, 5세 유치원 누리과정 5시간 운영 강제지침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유치원 누리과정 교육 운영 지침 관련 긴급 간담회'에 한국교총, 전교조, 학부모 등이 참석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만 3, 4, 5세 유치원 누리과정 5시간 운영 강제지침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유치원 누리과정 교육 운영 지침 관련 긴급 간담회'에 한국교총, 전교조, 학부모 등이 참석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 교육현장 "누리과정 5시간 강제 지침, 유아교육의 질 악화"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대부분의 교육관계자들은 아동의 발달 특성, 인력의 부족, 유치원의 교육 환경 등의 이유로 "정부가 추진하는 '누리과정 5시간 교육'은 유아교육의 질을 악화시킨다"며 현행 3~5시간 교육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먼저 이재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정책지원국장은 "전국 병설유치원의 행정업무는 초등학교 행정실에서 겸직을 하고 있지 않아 전담 행정인력이 부재한 상태"라며 "누리과정이 5시간으로 강제되면 교사 1인이 수업준비 뿐만 아니라 유치원 운영에 필요한 모든 행정업무를 맡아서 하고 있는 소규모 병설유치원의 경우, 유치원 교사의 근무여건 악화로 유아교육이 부실해 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이 국장은 "유치원 교육의 특성상, 교사들은 수업이 끝나도 다음달 수업준비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며 "우선 병설유치원부터 단계적으로 전담 행정인력을 배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은형 전교조 유치원위원회 위원장은 "유치원의 교육활동은 유아가 등원할 때부터 활동이 시작되며 초등과 달리 별도의 쉬는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기에 3~5시간을 연속으로 활동하는 구조"라며 "초등학교 1학년은 4교시 수업을 하는데 유아에게 300분 수업시간은 8교시 수업을 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또한 김 위원장은 "수업시간을 5시간으로 강제하는 것은 방과후과정에 전담교사를 확보하지 않으려는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방과후과정 시간을 줄여 전담교사를 확보하는 대신 보조원을 주면서 정규교사에게 방과후과정까지 책임을 떠넘기는 구조를 만든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위원장은 "교육부는 '기존에도 4시간 정도씩 운영을 했는데 1시간 바깥놀이를 더 해라는 건데 그렇게 부담이 되냐'고 교사가 마치 수업을 하기 싫어서 반대하는 것처럼 말하고 있으나 바깥놀이를 매일 할 수 있는 환경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김 위원장은 "황사, 혹한기, 혹서기, 장마철, 자외선 지수 등 기후조건이나 아이들 건강상태를 고려하면 실외활동을 할 수 있는 시기가 절반도 안 된다"며 "실외활동 대신 실내에서 대근육활동을 하라는 것인데 유치원의 여건은 갖춰졌냐"고 제기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아이들의 돌봄 및 교육이 보장되는 사회가 되려면 국가가 예산을 확보해 정규직 전담교사를 배치, 전담교실을 확보해야 하고, 유치원 교육 과정은 현행 3~5시간인 고시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태정 평등학부모단체 집행위원장은 '유치원 교육과정의 1장 누리과정 총론'을 들며 "180분은 학계에서 합의된 유아발달에 적합한 교육시간"이라며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지난 40여 년 간 시행된 유아교육 역시 180분이였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3~5세 시기의 아동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따뜻하게 배려 받고 있고, 얼마나 마음껏 뛰어놀 수 있으며, 다양하고 새로운 경험들을 얻을 수 있는가"라며 "또 이 시기는 '놀이'를 통해 '감각'을 발달시키는 단계로, 인간의 인지발달단계 중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 시기는 교육이야말로 어린이 개개인의 개성과 특성이 가장 섬세하게 존중받아야 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데, 3~5세 아이들에게 5시간 수업을 강제하겠다는 교육부의 지침은 천부의 인권마저 부정하는 반인권적, 반사회적 범죄"라고 말했다.

 

박영란 한국유치원총연합회 교육홍보이사도 "유아교육에서 정말로 필요한 것은 창의·인성교육 등 마음이 따뜻하고 행복한 정서함양"이라며 "이러한 행복함을 느끼기 위해서는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가진 아이로 키우는 것이지 결코 획일화 되고 교육시간만을 늘린다고 해결되는, '개성 없는 통일된 기성복과 같은 교육'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박 이사는 "따라서 유치원 교육과정은 운영시간은 유아교육기관의 특성을 고려해 현행 3~5시간을 유지해야 하며 유아교육기관별로 융통성 있게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교육부 "현재 유아 교육시간 부족하다"

 

하지만 교육부의 입장은 확연히 달랐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교육부 관계자들은 "현재 유아의 창의성을 계발시키는 몰입 활동 시간은 부족하다"며 수업시간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햇다.

 

박주용 교육부 유아교육정책과장은 "교육부에서 '누리과정 5시간 운영'을 제시한 것은 유아에게 3시간 교육은 너무 적다는 판단 하에 나온 것"이라며 "실제로 교육 시간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기 때문에 지난 2011년부터 5시간으로 확대해 수업을 진행하라고 권고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과장은 "아이들은 밖에서 놀다 들어가는 시간, 손 씻는 시간, 모이는 시간 등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어릴수록 더 충분한 시간을 갖고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5시간 교육에는 등원, 간식시간, 평가 및 귀가 시간 등의 활동이 모두 포함된 것"이라고 말했다.

 

박 과장은 "유치원을 포함한 각 급 학교 별 행정직원 및 보조인력의 배치는 교육감이 해당 시·도의 교육여건을 감안해 판단하고 있으나, 교육부도 교사의 업무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행정인력 지원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선숙 교육부 유아교육정책과 교육연구원도 박 과장과 같은 의견을 전했다. 김 연구원은 "실제로 유치원에서 많은 교사들이 아이들에게 '빨리 하자'라는 식으로 아이들을 재촉한다"며 "이 때문에 아이들이 유치원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예를 들어 유치원에서 아이들은 1시간 이상 '자유선택활동'을 하는데, 자유선택활동 시 교사들은 영역별로 인원수와 시간을 제한해 놀이하도록 한다. 때문에 아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활동을 다 하기에는 시간이 턱 없이 부족하다"며 "아이들은 놀이 활동을 충분히 즐기지 못하면 행복감을 느끼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5시간으로 늘리는 것은 아이들에게 충분하게 준비하고 쉬는 시간을 제공해 주기 위한 것"이라며 "더 많은 내용을 가르치자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활동은 여유 있게 진행하자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번 간담회를 주최한 김상희 의원은 "부모들은 아이를 잘 돌봐줄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지길 원하지, 누리과정을 5시간으로 강제해 무조건 오후 2시까지 돌봐주는 유치원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며 "정부는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을 참조해 효율적인 정책을 마련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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