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누구를 위한 유보통합인가?
과연 누구를 위한 유보통합인가?
  • 정은혜 기자
  • 승인 2014.07.23 11: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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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보통합 1단계 앞두고 불거진 주요 쟁점들

【베이비뉴스 정은혜 기자】

 

“유보통합의 궁극적인 목적은 모든 아이가 행복하고 좋은 환경에서 자라도록 하는 것인데 유보통합 과정에서 아이들의 이익과 의견은 과연 누가 대변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서영숙 숙명여대 아동복지학부 교수는 21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언론재단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2014년 제2차 육아선진화 포럼-유보통합 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육아정책연구소(소장 이영)가 개최한 이번 토론회는 유보통합(유치원, 어린이집의 일원화)의 구체적인 방안을 추진하기에 앞서 유아교육 및 보육을 둘러싼 몇 가지 주요 쟁점을 살펴보고 현실적인 유보통합을 위해 각계 입장을 들어보기 위한 자리였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서영숙 교수는 “유보통합이 어린이집과 유치원간 시설의 통합인지, 아니면 보육정책과 유아교육정책의 통합인지 불분명하다”며 “정책의 통합이라면 어린이집 지원뿐 아니라 가정양육지원도 중요한 보육정책인데 이 정책은 어떻게 되느냐”고 질문을 던졌다.

 

또한 서 교수는 “현재 유보통합을 준비한다면서 유보기관 관리 감독 차원에 그치고 있고 교사의 자격기준이나 양성체계 등을 마련하는 것은 아예 시작도 하지 않아 형식적인 틀만 건드려 목적에 못 미치는 통합이 될까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보통합이 아동의 이익을 중심에 두고 추진하고 있는지 아니면 학부모와 운영자 입장을 우선 챙기고 있진 않은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면서 “질 갖춘 유보통합을 위해 양 학계가 연구·논의할 장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학계 “유보통합, 영유아 부모 시각에서 접근”

 

유보통합을 바라보는 학계의 반응은 어떨까. 한국유아교육학회장인 지성애 중앙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긴 항해로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선 항로를 선정하는 것이 필수이듯 유보를 성공적으로 통합하기 위해선 통합의 방향을 명확하게 정하고 유보통합 관련 법을 우선 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유보통합 첫 과제로 평가인증과 정보공시, 재무회계규칙 일원화를 추진하겠다고 했는데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유형에 따라 각기 다른 규정을 적용받고 있어 이를 모두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평가인증을 보면 유치원은 3년 주기로 의무 실시하는 반면 어린이집 평가인증은 자발적으로 신청한 어린이집에 한해 실시한다. 또한 국공립유치원은 교육부령으로 ‘시도 교육규칙’ 및 ‘공립학교 회계규칙’을 따르고 사립유치원은 ‘사립학교법’에 따른 사학기관 ‘재무회계규칙’을 따르게 돼 있다.

 

이를 두고 지 교수는 “사립유치원과 민간어린이집은 법인이 아니므로 사학법인과 사회복지법에 근거한 재무회계규칙이 아니라 현재 상황에 더 적합한 재무회계규칙을 만드는데 중점을 둬야 한다”며 “평가결과에 따라 재정지원 차등화 등의 현실적인 보상 체계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유보통합을 수요자 시각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유보 이원화 문제에 대해 거의 모든 이해관계자가 동의하고 있지만 통합의 연령 범위나 유보를 관장하는 부처 선정, 종사자 양성체제 등의 문제 앞에선 의견이 분분하다”고 언급했다.

 

이 교수는 “이런 유보통합의 논쟁이 결국 공급자 중심으로만 전개되는 것이 아닌가란 우려가 있다”며 “유보통합이 사회적 공감대를 얻으려면 아동과 가족 등 수요자 중심의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교수는 “유보통합의 진정한 사회복지적 의미는 모든 영유아에게 질 높은 에듀케어(educare) 서비스를 제공해 균등한 출발선을 마련해준다는 데 있다”면서 “유보통합이 아동과 가족 중심으로 접근하려면 통합을 통해 서비스 질을 어떻게 올릴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21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언론재단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육아정책연구소(소장 이영)가 개최한 2014년도 제2차 육아선진화 포럼-유보통합 토론회에서 정광진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회장이 토론하는 가운데 조인철 국무조정실 영유아교육보육 통합추진단 과장(맨 오른쪽), 이미화 육아정책연구소 기획경영실장,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경청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21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언론재단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육아정책연구소(소장 이영)가 개최한 2014년도 제2차 육아선진화 포럼-유보통합 토론회에서 정광진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회장이 토론하는 가운데 조인철 국무조정실 영유아교육보육 통합추진단 과장(맨 오른쪽), 이미화 육아정책연구소 기획경영실장,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경청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 현장 관계자 “공급자 입장도 고려해 달라”

 

현장 관계자들은 유보통합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나타냈다. 정광진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회장은 “정부의 유보통합 추진과정을 지켜보면 영유아가 아닌 부모의 입장만 들으려 하는 등 너무 성급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우려가 든다”며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데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영유아와 부모가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아이사랑카드와 아이즐거운카드를 통합하는 것은 별문제 없지만 아직 어린이집 평가인증 3차지표가 완성이 안 된 상황에서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통합 지표가 올해 안에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의구심을 나타냈다.

 

이어 “유치원보다 규제가 강한 어린이집 정보공시를 감안해 객관적인 안을 만들고 모든 형태의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담을 수 있는 재무회계규칙을 적극 추진해 달라”며 “수요자 중심의 정책도 중요하지만 공급자 입장도 고려해 정책을 수립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경자 한국유치원총연합회 회장은 유치원의 현안을 언급하고 나섰다. 이 회장은 “정부가 애초에 유치원 평가는 비공개, 비서열화를 원칙으로 했던 약속을 깨고 2016년에는 정보공시를 통해 상위 11%를 공개하겠다고 해 전국의 사립유치원이 평가를 전면 거부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있다”고 털어놨다.

 

또한 이 회장은 “정부가 규제를 점차 강화해 해당 기관이 운영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면 이는 행정 편의적인 규제”라면서 “어떠한 경우에서라도 유보통합으로 불이익을 받았다는 이해관계자가 생겨서는 안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 전문가들 “재정투입 늘리는 것 답은 아냐”

 

한편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유보통합이 재정투입의 증가를 전제로 진행 되선 안 된다”고 못 박았다. 그는 “재정을 늘리면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자녀와 부모, 시설의 원장 및 교사 등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지만, 자녀가 커서 보육서비스가 필요 없거나 자녀가 없는 가구에선 세금을 추가로 납부해야 하기에 이들의 이해관계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장 관계자의 고충을 충분히 듣고 부모들의 요구를 경청한 다음 예산 때문에 부모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면 재정투입을 늘리고, 이원화된 구조 때문에 중복 집행된 예산은 과감히 줄이는 방법으로 기존의 재정을 효율적으로 재배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유보통합은 질 낮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부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수준을 어느 정도 올리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연구위원은 “존경받는 이해단체의 공통점은 그 단체가 자정기능이 있는지 여부”라면서 “유치원이든 어린이집이든 자기 분야의 문제를 꺼내놓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순간 사회로부터 공감을 얻을 수 있다”며 “질 낮은 공급자가 시장에 남기 힘든 환경을 조성하고 질을 높이기 위해 스스로 차별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이날 참여한 조인철 국무조정실 영유아교육보육 통합추진단 과장은 “지난해 말 10여 개의 추진방안이 확정됐고 정보공시 연계부분에 대해서도 이미 방안이 서 있다”며 “독단적으로 결정하고 밀어붙여서 될 일이 아니기 때문에 각 이해관계자 의견을 듣고 필요하면 공청회도 추진하겠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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