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영화,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은가요?
잔인한 영화,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은가요?
  • 정가영 기자
  • 승인 2014.08.28 13: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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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에 맞지 않는 영화, 폭력성향 키울 수 있어

【베이비뉴스 정가영 기자】

 

[특별기획] 숨은 아동 인권 찾기
 
눈에 드러나는 아동에 대한 심각한 신체적 학대나 정서학대, 방임만큼이나 어른들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부분이 바로 만성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아동 학대다. 베이비뉴스(대표 최규삼)는 푸르니보육지원재단(이사장 송자)과 함께 어른들이 무의식중에 행하고 있는 행동들과 사회 구조물 가운데 우리 아이를 아프게 하거나 불편하게 만드는 잘못된 행동을 살펴보고, 아이들의 인권을 되짚어보는 ‘숨은 아동 인권 찾기’ 특별기획을 진행하고 있다. 그 열네 번째로 아이들이 연령에 맞지 않는 영화를 봤을 때 아이에게 어떤 영향이 미치는지에 대해 짚어봤다.

 

“초등학생 아들 데리고 명량 보고 왔어요! 역사를 배우는 아이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서 함께 봤네요.”

 

최근 영화 ‘명량’이 흥행몰이를 하면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 아빠들이 자녀들과 함께 역사교육 차원에서 영화 관람을 하려는 경우가 많다. 부모들이 자주 찾는 커뮤니티에는 자녀와 함께 ‘명량’을 관람했다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명량’은 위인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을 바탕으로 한 영화로 27일 기준 누적관객수 1645만 명을 넘어섰다. 우리나라 국민 5명 중 1명 이상이 영화를 관람했다는 이야기다. 특히 역사 내용을 바탕으로 한 영화라는 특징 때문에 아이를 데리고 영화를 보러 오는 가족 관람객들이 많은 편이다.

 

초등학생인 아이들과 영화관을 방문했다는 A씨는 “명량이 교육적으로 아이들에게 도움될 거 같아 함께 봤다. 영화를 보기 전 아이들에게 명량해전에 대해 알려줬다. 가족 모두가 역사공부도 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초등학생 이하의 아이를 데리고 영화관에 가도 되느냐는 질문도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서 꽤 많이 찾아볼 수 있다. B씨는 “영화 명량 너무 보고 싶은데, 10개월 딸을 데려갈 수 있는 극장이 있나요?”라는 질문을 올렸다. C씨도 “5살 아이를 데려가서 영화를 보여주고 싶다. 영화관에 입장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제공하는 등급자료조회를 통해 영화의 선정성이나 폭력성 정도를 확인할 수 있다. 영화 '명량'을 등급자료조회에서 검색하니 폭력성과 공포가 다소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영상물등급위원회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제공하는 등급자료조회를 통해 영화의 선정성이나 폭력성 정도를 확인할 수 있다. 영화 '명량'을 등급자료조회에서 검색하니 폭력성과 공포가 다소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영상물등급위원회

 

‘명량’의 영화 상영등급은 15세 이상 관람가. 하지만 부모 등 보호자가 아이를 동반해 관람하는 경우에는 관람이 가능하다. 등급은 15세 이상이지만 보호자만 있다면 등급 연령은 상관이 없어지는 것이다. 이는 모든 영화에 적용되는 룰이다.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제29조(상영등급분류)에 따르면 영화의 상영등급은 영화의 내용이나 영상 등의 표현 정도에 따라 ▲전체관람가 ▲12세 이상 관람가 ▲15세 이상 관람가 ▲청소년 관람불가 ▲제한상영가로 나눠진다. 이에 따라 12세 이상 관람가나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의 영화는 해당 연령에 도달하지 않은 아이의 입장을 금지하고 있지만 부모 등 보호자가 아이를 동반해 관람하는 경우에는 12세 이상 관람가, 15세 이상 관람가 상관없이 관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논란의 여지가 많은 부분이다. 자신의 연령에 맞지 않는 영화를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게 극명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실제 관람 연령에 맞지 않는 영화를 보는 것이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도서 ‘신의진의 아이 심리백과(신의진 지음, 갤리온)’에 따르면 TV와 같은 영상물은 화면이 바뀌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아이에게 시각적으로 끊임없는 자극을 준다. 자극의 강도가 심하면 정서적으로 악영향을 주게 된다. 특히 영유아가 폭력적이고 잔인한 장면을 보게 될 경우에는 뇌 발달상 현실과 환상을 혼동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이때 생긴 불안과 공포가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다.

 

또한 무엇이든 모방하려는 성향의 아이들은 영상물에서 본 것을 그대로 흉내 내기도 한다. 자기가 모방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렇게 하면 좋은 행동인지 나쁜 행동인지도 모른 채 폭력적인 장면을 따라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12세 이상 관람가나 15세 이상 관람가 영화는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만큼은 아니더라도 잔인하고 폭력적이며 선정적인 장면들이 포함될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어린 아이들에게 노출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소아청소년상담전문가인 허그맘 강동센터 양소영 원장은 “영유아가 자신의 연령에 맞지 않는 영화나 TV에 많이 노출될 경우 자극이나 쾌감 추구적이 될 수 있다. 강렬한 자극이 주어지지 않으면 흥미를 덜 느끼며, 공격적인 성향으로 자라나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양 원장은 “심리통계적인 연구에 의하면 강렬하고 자극적인 경험은 아이들의 대뇌변연계를 강하게 자극하게 되는데, 이는 마치 평생 잊지 못하는 기억으로 남게 된다”며 “영화 등의 매체를 통해 경험한 것인데도 직접 자신이 경험한 것 같은 감정들을 유사하게 경험하게 되고 일상생활에서 과민하게 반응하는 외상후스트레스 장애가 생길 수 있다”고 염려했다.

 

부모들이 영화의 유해성으로부터 아이들을 어떻게 보호해줄 것인지 제대로 된 인식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모모와 포도엄마’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한 누리꾼은 자신의 블로그에 “아이에게 맞는 영상물을 보여주는 것이 부모가 가지는 책임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며 “무시무시한 사건을 겪어야만 트라우마가 되는 건 아니다. 어린 시절 무분별하게 노출된 자극은 아이의 일생에 있어 트라우마적인 사건으로 기억될 수 있다. 아이를 동반해 영화를 본다면 아이들을 위해 다시 한 번 고려해 달라”고 말했다.

 

아이와 영화를 같이 볼 계획이라면 영상물등급위원회(http://www.kmrb.or.kr)에서 제공하는 ‘등급자료조회’를 통해 영화의 선정성이나 폭력성 정도를 확인하는 게 좋다. ‘등급자료조회’에서는 영화의 일반적인 정보를 포함해 표현정도, 줄거리 및 서술적 내용까지 공개하고 있다. 표현정도는 ▲주제(유해성 등) ▲선정성 ▲폭력성 ▲공포 ▲약물 ▲대사(지속성) ▲모방위험 7가지를 낮음·보통·다소높음·높음·매우높음의 5단계로 정리해, 아이들에게 유해한 부분이 있는지 등을 알려주고 있다.

 

영상물등급위원회 관계자는 “2000년 9월부터 등급자료조회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영화가 어떤 선정성이나 폭력성을 갖고 있는지, 부모들이 아이와 함께 이 영화를 봐도 되는지를 미리 확인하는, 부모들의 안내 가이드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양소영 원장은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영화를 자주 본 것이 아니라 단 한번을 봤더라도 아이에게는 평생 기억에 남을 수 있다. 폭력적인 영화를 본 아이들은 자신도 모르게 무화가 날 때 손, 발이 나가면서 폭력적으로 대응하는 등 영화에 대한 모방행위가 나타나기도 한다”며 “아이의 연령에 맞는 영화를 볼 수 있게 해주고, 특히 자극적인 영화보다도 따뜻한 인간애를 느끼고 감동을 줄 수 있는 영화를 보여주는 게 좋다. 영화를 본 뒤에는 가족과 함께 느낌을 나누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자신의 연령에 맞지 않는 영상물은 아이들에게 되레 해가 될 수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자신의 연령에 맞지 않는 영상물은 아이들에게 되레 해가 될 수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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