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시대라고? 저인식시대다!
저출산시대라고? 저인식시대다!
  • 칼럼니스트 이동학
  • 승인 2015.02.10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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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것들을 거둬내야

[연재] 다준다연구소 이동학 소장의 결혼 꼬집기

 

저출산 시대. 임산부 배려석을 운영하고 있으니, 임산부를 위해 자리를 양보하란다. 지하철9호선의 안내멘트다. 지당한 방침이다. 열 번도 더 양보할 용의가 있다. 그런데 이것이 저출산하고 무슨 관계가 있는가. 부부가 애를 낳지 않는 것, 더 구체적으론 여성이 애를 낳지 않는 것, 만혼을 넘어 미혼은 여성의 자아실현욕구와 맥을 같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애초 결혼이라고 하는 제도가 여성에게 불리하다. 결혼은 출산을 전제로 해왔던 시대를 반영하고 있고, 출산은 필히 여성의 자아실현(꿈과 이상추구, 행복추구)을 억제하는 기제로 작동해왔다. 과거 수렵 채집시대부터 여성의 삶은, 부모아래 놓여 일손을 돕다가 남편에게 시집가 아이를 낳고 양육하는 동시에 남편을 내조하는 것이었다.

 

임산부 앰블럼. ⓒ인구보건복지협회
임산부 앰블럼. ⓒ인구보건복지협회

 

그러니 여성의 꿈은 우리 어린 시절만 해도 현모양처를 꿈으로 가진 친구들이 많았다. 그러나 우리세대가 목격하듯 여성의 욕구실현은 평등사상의 확장과 끈질긴 여성들의 투쟁으로 보다 더 확장되었다. 불과 십 수년전 주로 남자들만 일했던 시대가 가고 현재는 다수의 여성들이 일터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과학기술의 발전도 일자리 부족의 원인 중 하나지만, 여성의 사회진출도 원인의 한축을 담당한다. 여성들의 진출이 전에 없이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회에서는 불합리한 점이 많다. 특히 출산영역을 보유한 여성은 결혼과 동시에 출산을 하고 집에서 아이양육을 할지, 출산을 포기하고 자아실현에 나설지를 선택해야 하는 가혹한 상황에 놓여 있다.

 

출산휴가를 당당히 쓰지 못하는 사회, 육아에 대한 고민을 여성에게만 내팽게 치는 사회에서는 여성들의 암묵적 출산거부는 너무도 당연한 결과이다. 애를 낳고도 자아실현과는 무관하게 맞벌이로 몸을 축내야 하는 여성들에게 다수의 남성은 집안일의 영역에서도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육아도, 집안일도, 돈도 벌어야 하는 여성들. 정말 가혹하지 않은가.

 

게다가 직장에서의 성추행, 성희롱 등 변화된 시대를 감지하지 못하는 남자들이 여성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남성중심적 문화의 기득권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고 위와 같은 상황에서도 소수의 여성들의 쟁투가 현실 속에서 진행 중이다. 기존의 관성권력에 대항하는 여성들은 상당히 많은 것을 갑내해야 한다.

 

난 여성들이 진정 이런 굴레에서 해방된 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처럼 출산과 일을 양립시키지 못하는 구조에선 필연적으로 하나를 포기하게 만든다. 욕구의 동물이 욕구를 포기하게 만드는 것이 온당한 것인가. 가능한한 개인의 욕구를 발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때문에 출산을 하고도 얼마든지 자아실현 또는 꿈을 향해 인생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 정책결정자들도, 회사의 상사들도, 여성을 억압하는 문화와 제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못하고 있다. 여성들은 부족한 어린이집의 제비뽑기에 아이의 운명을 맡겨두어야 한다. 그도 여의치 않으면 힘없는 노모의 등을 의지해야 하고, 이것은 다시 어린이집 문제와 노모들의 건강과 삶에 지대한 악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 문제는 우리가 역사상 경험해보지 않은 문제이기 때문에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초점을 어디에 맞추느냐에 따라서 문제해결대책에 따른 효과가 전혀 다른 결과를 내기 때문이다. 결혼을 당연시 하는 세상과, 출산과 보육, 교육의 영역이 여성의 것이라고 전제하는 세상에선 해법이 나올 수 없다.

 

여성의 삶이 쳇바퀴 돌아가듯, 끊임없는 헌신을 감수하라는 식이라면 삶의 낙은 어디에서 찾아야 하겠는가. 우리의 도덕적, 역사적 관념을 뛰어넘는 사회적 인식혁명이 필요하다. 저출산을 극복한 대표적 국가로 꼽히는 프랑스는, 한해 출생하는 아동의 절반이상이 혼외자이다. 그리고 상당수가 이민자들이다. 이민정책과 동거문화를 그대로 인정하고 지원해준 결과이다.

 

우리도 여성을 중심으로 놓고 이들의 삶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고민해야 한다. 프랑스 여성은 미혼모라서 사회적인 피해를 보지 않는다. 미혼모의 자녀 역시 아빠 없는 아이라고 손가락질 당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원의 대상이 되어 자녀와 함께 삶을 영위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자녀도, 엄마도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는 말이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난 세상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 남자들이 함께 나서야 한다. 더 이상 여성운동, 여성주의를 내세운 여성들에게만 이것을 맡겨두고, 남녀갈등으로 끌고 가선 안될 일이다. 문화도, 정책도, 남자들이 나서서 보다 적극적으로 바꿔야 한다. 우리의 딸들이 살아가야 할 나라는 출산과 꿈 어느 하나를 희생시키지 않는 나라였으면 한다.

 

*칼럼니스트 이동학은 '다음 세상을 준비하는 다른 연구소'(다준다연구소) 소장이다. 어린 시절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신문 배달부터 시작한 사회생활 때문에 또래보다 일찍 쓰라린 사회를 경험하면서, 우리 사회를 더욱 따듯하게 만들어야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KTV 한국정책방송의 토론 프로그램 MC를 맡기도 했고, 경기도를 누비며 소외지역에 찾아가 영화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의 MC와 생활공감정책에 대해 강연을 하기도 한다.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아 디지털 싱글(오 친구여) 앨범을 낸 음치가수이기도 하며 레크리에이션 강사로도 활동하며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인권을 공부하기 위해 대학원에서 헌법학 석사과정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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