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책 좋아하는 아이로 만드는 노하우
우리 아이 책 좋아하는 아이로 만드는 노하우
  • 칼럼니스트 권성욱
  • 승인 2015.04.21 16: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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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책을 몇 권 읽었는 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연재] 일 가정 양립을 꿈꾸는 워킹대디의 육아칼럼

 

평소 아이에게 ​책을 어떻게 읽어주시나요? 아내의 닥달에 마지못해 아이가 듣든 말든 국어책 읽듯 성의없이 읽어주는 아빠도 있을 것이고, 마치 책과 한몸이 된 듯 감정 이입과 과장된 몸짓을 섞어가면서 아이들을 즐겁게 해주는 아빠도 있을 것입니다. 그림을 하나 하나 설명하며 아이의 상상력을 최대한 자극하는 아빠도 있는가 하면 "책은 알아서 읽는 거야"라며 그냥 던져주고 TV에만 눈을 파는 아빠도 있겠지요.

새삼스러운 얘기지만, 독서는 정말 중요합니다. 글자를 아는 것과 글을 이해하는 것은 엄연히 다릅니다. 아무리 글자를 술술 읽는다고 해도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면 문맹이나 다를 바 없습니다. 공부를 잘 하는 아이들은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에 비해 문장 이해력이 매우 높습니다. 문장 이해력이 떨어지면 문제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똑같이 책상에 앉아서 똑같은 시간을 공부해도 ​시험 점수에서 큰 차이가 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입니다.

그래서 비록 나는 책을 멀리하더라도 적어도 내 자식은 책을 좋아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몇 십 만 원에서 백 만 원이 넘는 거금을 투자해 전집을 사서 거실에 비치해 둡니다. 비싼 돈 주고 산 책을 아이들이 알아서 부지런히 읽어주었으면 하고, 하다못해 엄마 아빠와 같이 읽기라도 해야 하는데 모처럼 "책 읽어줄게"라고 하면 "재미없어"라고 도망가 버립니다. 책장에는 책이 가득하지만 거실의 장식품 신세일 뿐입니다.

왜 우리 아이들은 책을 읽지 않을까. 그 전에 이 질문부터 던져야 합니다. 그럼 나는 왜 책을 읽지 않는가. 대부분 이렇게 대답합니다. 바빠서, 재미없어서. 작년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의 연간 평균 독서량은 겨우 9권에 불과하고 가구별 한달 평균 도서 구입비는 1만 2000원이 채 안 된다고 합니다. 왠만한 교양서적 1권도 사지 않는다는 것이죠. 반면, 문화생활을 위해 쓰는 돈은 한달 평균 15만 원이 넘습니다. 값비싼 커피는 아무렇지 않게 사먹어도 책은 사지 않습니다. 이렇다보니 동네마다 스타벅스가 없는 곳이 없는데 서점은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제가 사는 울산은 인구 120만 명의 광역시이지만 대형 서점 하나, 변변한 도서관 하나 없습니다.

내가 책을 읽지 않는데 아이들이라고 읽을 리 없습니다. 부모부터 책이 재미없다고,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책 따위 읽지 않아도 살아가는데 지장 없다고 생각하니 아이들이라고 다를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아이들도 어른들만큼이나 바쁩니다. 게다가 인터넷과 스마트폰 덕분에 굳이 책을 뒤져보지 않아도 원하는 정보는 손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 검색을 통해 얻는 정보는 매우 단편적이며 잘못된 것도 많습니다. 그것은 정보일 뿐 지식이 될 수 없습니다. 풍부한 상상력을 자극할 수도 없고, 창의력을 키워줄 수도 없습니다.

 

그게 인터넷과 독서의 차이입니다. 또한 책에서 꼭 뭔가를 배우기 위함이 아니라도 이야기 그 자체에서 즐거움을 얻기도 하고 정서적인 안정감을 얻기도 합니다. 독서는 읽는 이에게 간접 체험을 통해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해 줍니다. 이것이 책을 읽는 이유이죠.

 

하지만 그 사실을 알아도 막상 책에 손이 가지 않는 이유는 뭘까요? 독서는 습관이 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저는 꽤 독서광인데 한 달에 적어도 10권 이상의 책을 읽습니다. 어디를 가더라도 꼭 책 한권은 끼고 다녀야 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더욱 책의 재미에 빠져드는 것같습니다. 이런 독서 습관이 어떻게 생겼나 곰곰히 생각해 보아도 딱히 이유는 모르겠네요. 어렸을 때 부모님이 책을 많이 읽어준 것도 아니고 집안이 책을 읽는 분위기도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제 직업이 책과 관련되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언제부터인가 책이 좋아서 습관이 되었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독서광들이 이렇지 않을까요.

 

디지털 기기가 등장하면서 아이들은 제가 어릴 때보다 책에 친숙해지기가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디지털 기기는 책보다 훨씬 재미있고 자극적입니다. 그러니 모처럼의 여가 시간에 따분한 책을 읽는 것보다 스마트폰이나 게임을 합니다. 인생을 즐겁게 보낼 수 있는 것이 주변에 얼마든지 있으니 굳이 책을 찾을 리가 없죠. 제가 어렸을 때에는 TV를 바보 상자라고 부르며 많이 보면 중독될 수 있다고 부모님은 TV를 못 보게 하곤 했는데 스마트폰의 중독성은 TV의 몇십배라고 합니다. 이런 환경에서 우리 아이들이 책과 가까워지게 하려면 부모의 노력 없이는 안됩니다.

 

아이들이 책을 좋아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 전에 아이들이 책을 싫어하게 하는 방법부터 먼저 알려드리겠습니다. 첫째로 매일 몇권을 읽으라고 할당하기. 둘째로 아이가 원하는 책 대신 부모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책을 강요하기, 셋째로 억지로 자리에 앉혀서 강제로 읽어주기, 넷째로 성의없이 따분하게 읽어주기, 다섯 째로 아이가 엉뚱한 질문을 하면 "아빠 말에나 집중해"라고 핀잔주기, 여섯 째로 읽고 나서 감상문 쓰게 하기.

 

이렇게 하면 아이는 반드시 책에서 멀어집니다. 왜냐하면 독서를 재미가 아닌 '노동'으로 여기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 독서가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 책을 보아도 머리에 들어오지도 않기에 시간 낭비일 뿐입니다. 자랄수록 책과는 더욱 담을 쌓게 됩니다. 안하는 것보다는 낫다가 아니라 오히려 안하니만 못합니다. 부모의 잘못된 독서 교육이 아이들을 책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아이가 책을 좋아하게 하려면 반대로 하면 됩니다. 부모의 눈높이가 아닌 아이의 눈높이에 맞고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골라주어야 합니다. "오늘은 책 다 읽었어?"라고 숙제 확인하듯 하지말고 자유롭게 읽게 해야 합니다. 또한 아이가 글자를 안다고 해도 혼자 읽게 하는 것보다 부모가 같이 읽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읽는 속도는 아이가 듣고 이해할 수 있도록 천천히 또박또박 읽어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글만 읽어주는 것보다는 그림과 상황을 설명해주면 아이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더욱 자극합니다.

 

책을 읽어주다보면 아이는 온갖 질문을 쉴새 없이 던집니다. 나은공주는 아빠가 책을 읽기도 전에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멍이는 왜 이러고 있어?" "왕자는 왜 치마를 안 입어?" "이 언니는 왜 인상쓰고 있어?" "할아버지는 왜 화났어?" 성가실 만큼 질문이 쏟아집니다. 도대체 읽으라는 거야, 말라는거야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짜증을 내는 대신 아이의 눈높이에서 이해할 수 있게 다양한 대답을 해주고 때로는 "너는 어떻게 생각해?"라고 역질문도 해봅니다. 그럼 골똘이 생각한 다음 "이래서가 아닐까?"라고 나름의 생각을 얘기합니다. 나은공주는 또래 친구들에 비해서 어휘력이 무척 좋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데 아마 이 덕분이 아닐까 합니다.

 

아빠는 한창 열을 내어 읽고 있는데 아이가 책의 내용과는 관계가 없는 얘기를 할 때도 있습니다. 책이 재미없어서가 아니라 아이는 어른만큼 장시간 집중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럴 때는 핀잔을 주는 대신 "우리 조금 쉴까?"라고 물어보세요. 계속 읽자고 하면 읽고 조금 쉬자고 하면 쉬었다가 다시 읽으면 됩니다. 때로는 읽었던 책을 몇번이나 다시 읽어달라고 하기도 합니다. 읽어주는 입장에서는 꽤나 지루한 일이지만 아이에게는 그 책이 너무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곰곰히 생각해 보면, 책 한권 읽어주는 것이 보기에는 쉬워도 막상 해보면 꽤나 인내심을 필요로 하는 일입니다.

 

오늘 우리 아이가 책을 몇 권이나 읽었는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한 권을 읽더라도 얼마나 재미있게 읽었는가가 중요합니다. 아이가 어릴 때에는 다독보다는 정독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하루 한 권이라도 매일 꾸준히 읽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기 전에 아이에게 책을 두어 권 골라오게 해서 같이 읽어주세요. 때로는 아이의 손을 잡고 서점으로 나들이를 나가보세요. 아이들에게는 또 다른 세계를 체험할 기회가 됩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독서 습관이 생기게 됩니다.

 

*칼럼니스트 권성욱은 울산 토박이이면서 공무원으로 13년째 근무 중이다. 36살 늦깎이 총각이 결혼하자 말자 아빠가 되었고 집사람의 육아 휴직이 끝나자 과감하게 직장에 육아 휴직계를 던져 시한부 주부 아빠로서 정신없는 일년을 보냈다. 현재 맞벌이 집사람과 함께 가사, 육아를 분담하며 고집 센 다섯살 딸아이의 수발들기를 즐기고 있다. 인생에서 화목한 가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려고 항상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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