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에 박힌 결혼식, 다르게 해보자
틀에 박힌 결혼식, 다르게 해보자
  • 칼럼니스트 이동학
  • 승인 2015.06.03 16: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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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행복한 결혼생활은 무엇일까 생각해봐요

[연재] 다준다연구소 이동학 소장의 결혼 꼬집기


결혼식. 생각만으로도 설레인다. 평생을 함께 살고자 하는 사람, 그간 나를 알아왔던 모든 사람들을 불러 모아 약속을 공표하고, 즐거움을 공유하고, 함께 밥을 먹는 자리. 샹그릴라 조명 속에 빛나는 새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두툼한 턱시도로 한껏 뽐낸 남녀. 평균 24분 동안 치러지는 웨딩타임. 그 시간을 위해 새벽부터 꽃단장을 하고, 수개월 전부터 식장을 예약하고,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업체를 섭외해 놓고, 청첩장을 만들어 돌린다. 아마도 많은 예비신랑신부가 겪는 결혼식 풍경일 것이다.

 

틀에박힌 결혼식. 다르게 해보자. ⓒ이동학
틀에박힌 결혼식. 다르게 해보자. ⓒ이동학

 

최근 모 여론조사 업체에서 미혼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결혼에 대한 인식평가를 진행했는데, 결혼을 꼭 해야 한다는 응답이 30%에 그쳤다. 10명 중 3명만이 꼭 해야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반대로 7명은 하고 싶지 않거나,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 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3포(연애,결혼,출산 포기)세대에서 5포세대(직장,집 포기)를 거쳐 7포(희망,인간관계 포기)세대라는 별칭을 가진 세대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설문조사다. 불황을 맞은 나라에서 경제현실에 쪼들리는 삶에서 결혼은커녕 연애도 사치라는 인식이 퍼져가는 것이다.

 

그런데, 한켠에선 결혼풍속이 변하고 있는 신호도 발견된다. 소위 ‘테마웨딩’이라고 하는 것인데, 기존의 웨딩형식을 파괴하고, 자신들만의 형식을 새롭게 만드는 것이다. 그 요인은 현 세대가 가지고 있는 개성표현의 욕구 때문도 있지만,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울며겨자먹기로 끼어팔기 등의 수단으로 전락해버린 우리의 결혼시장을 반격한다는 의미도 있다. 실제로 이렇게 하게 되면 불필요한 비용을 상당 수 아낄 수 있고, 그간 공장에서 찍어내는 똑같은 형식을 탈피하여 더 의미 있는 시간으로 만들 수 있다는 이점이 생긴다.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의 영역으로 많이 바뀐 요즘의 세태로 보면, 어쩌면 이러한 현상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최근에 결혼한 친구는 노래방기계를 구비한 넓직한 식당에서 지인들을 불러모아 잔치로 결혼식을 대신했다. 부모님과 함께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고, 하객으로 오신 분 중 축하를 위해 즉석공연을 선보이기도 했다. 딱딱한 결혼식장보다야 100배이상의 즐거움을 공유했다. 또 다른 친구는 결혼식이 별거냐라고 하며 양가의 부모님을 모시고 한강 유람선에서 편지읽어드리기 등의 조촐한 시간으로 보냈다. 이들은 별도의 결혼식을 없애고 아낀 돈으로 전 세계를 돌며 신혼여행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또 다른 커플은 결혼식을 통해 들어온 축의금은 모두 기부단체에 기부를 하기도 했다. 물론, 이런 인식을 이해하지 못하시는 부모님을 설득하기 위해, 결혼식에 관해 부모로부터 일절 도움을 받지 않기로 하는 등 끊임없는 설득의 과정을 거쳐야 했다. 그런데 이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들이 기부를 통해 더 행복해진다는 것을 깨달은 부부였기 때문이다. 결혼은 행복해지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닌가? 행복해지기 위해 하는 결혼에서 우리의 행복을 방해하는 요소들은 무엇인가? 그것에 너무 매몰되어 있지 않은가?

 

한번뿐인 결혼이어서 빚을 내고, 결혼 후 그 빚을 갚기 위해 사는 것을 택하는 사람들이 더러있다. 행복한가? 한번뿐인 결혼이어서 비용으로 만들 수 없는 진짜 의미 있는 웨딩은 발상의 전환만으로도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고, 순간적으로 보여주기식 웨딩이 아니라, 양가부모님들의 축복 속에 신부와 신랑 둘만의 진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과정으로 만들 수도 있다. 이번 주말에도 우리나라의 많은 웨딩홀에서는 공장에서 찍어내는 균일한 결혼식이 거행된다. 딱 한번 뿐인 결혼. 다르게 해보면 어떨까.

 

*칼럼니스트 이동학은 '다음 세상을 준비하는 다른 연구소'(다준다연구소) 소장이다. 어린 시절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신문 배달부터 시작한 사회생활 때문에 또래보다 일찍 쓰라린 사회를 경험하면서, 우리 사회를 더욱 따듯하게 만들어야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KTV 한국정책방송의 토론 프로그램 MC를 맡기도 했고, 경기도를 누비며 소외지역에 찾아가 영화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의 MC와 생활공감정책에 대해 강연을 하기도 한다.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아 디지털 싱글(오 친구여) 앨범을 낸 음치가수이기도 하며 레크리에이션 강사로도 활동하며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인권을 공부하기 위해 대학원에서 헌법학 석사과정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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