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의 경제 훈련이 빛을 발하려면
어린 시절의 경제 훈련이 빛을 발하려면
  • 칼럼니스트 강현식
  • 승인 2015.07.20 1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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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의 성인식 축의금을 보면서 느낀 것

[연재] 심리학자 아빠의 행복한 육아

 

유대인은 어린 시절 경제습관을 길러줌과 동시에 성인이 되어서 그 습관이 빛을 발하도록 하는 중요한 장치를 가지고 있다. 바로 성인식의 축의금이다. 유대교 아이들은 성인식을 치르기 위해서 1년 동안 회당에서 준비를 한다. 그리고 성인식 당일 친구와 친지 앞에서 성대한 성인식을 치른다.

 

이 때 성인식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축의금을 내는데 1인당 몇백 달러 정도를 낸다고 한다. 이 돈의 일부는 행사비용으로 들어가고 나머지는 부모가 아닌 아이의 몫으로 돌아간다. 개인차는 있지만 평균 5~6만 달러 정도가 아이에게 돌아온다. 1달러를 1천원으로 계산하면, 5~6천만 원 정도다. 물론 아이가 이 돈을 당장 써버리는 것이 아니다.

 

부모는 이 돈을 예금이나 채권처럼 안전한 방식으로 대신 투자를 해주는데, 아이가 대학을 졸업할 때쯤이면 아이에게 준다고 한다. 대략 10년 정도 지났으니 수익률에 따라 다르겠지만, 경제가 한참 좋았을 때는 보통 2배가 된다고 한다. 우리 돈으로 대략 1억 원 정도가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유대인 청년의 수중에 있다는 것이다.

 

대학을 다니면서 학자금 대출을 받은 아이들은 졸업과 함께 채무자가 되지만, 유대인 청년들은 1억원을 가지고 사업을 할지 계속 투자를 할지 행복한 고민을 하는 사람이 된다. 생각해 보라. 얼마나 대단한 발상인가! 어렸을 때부터 아무리 경제훈련을 시켜도 정작 어른이 되어서 돈이 없다면 훈련이 무의미해질 수 있다. 하지만 유대인들은 어린 시절의 훈련이 빛을 발하도록 실탄까지 장착해 준다. 과연 유대인이었다.

 

이런 사실을 알고 아내와 나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이렇게 해 줄 수는 없을까?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불가능했다. 이는 부모만이 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유대인의 문화였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도 이런 축의금 문화가 있다. 하지만 유대인들과 달리 우리 문화는 결혼식 때 축의금을 준다는 점이 문제다. 그리고 많은 경우도 이 축의금은 부모님들의 몫으로 돌아간다. 당신들이 그 동안 살아오면서 여러 친지와 친구들 경조사에 뿌렸던 품앗이 결과라고 주장하신다.

 

아내와 나는 우선 약속했다. 우리 두 아들이 결혼할 때 축의금을 가져가지 않고, 아이들의 살림 밑천으로 넘겨주기로 말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미진했다. 결혼 축의금으로는 자신의 인생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시기의 목돈을 대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내와 나는 이런 대화를 하다가 내가 물었다.

 

“결혼 말고 또 아이들에게 축의금을 들어올 때가 언제지?”

 

“돌잔치!”

 

“그럼 돌잔치 때 들어오는 축의금을 아이 몫으로 남겨놓으면 어떨까? 비록 유대인의 성인식만큼은 많지는 않겠지만, 돌 때 시작하면 대학 졸업할 때까지 23년 정도 시간이 있잖아.”

 

“그래, 여보. 시간이 그 정도 시간이면 적지 않은 돈이 되겠다.”

 

아내와 나는 대단한 발견이라도 한 것처럼 좋아했다. 아내가 현실적인 이야기를 할 때까지는 그랬다.

 

“그럼 돌잔치 비용은?”

 

“맞다. 식사비용도 적지 않게 들어갈 텐데 말이야.”

 

아내와 나는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마음이 통했다.

 

“우리가 대신 내주지 뭐!”

 

돌잔치 비용이 얼마나 들지는 모르겠지만, 아내와 나는 그렇게 하기로 했다. 그리고는 다시 행복한 상상에 빠졌다. 이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가 큰 아이 6개월 정도 되었을 때였으니 남은 6개월 동안 열심히 아이의 돌잔치 비용을 모으기로 했다.

 

6개월 후 돌잔치를 치렀다. 친척과 친구들, 지인들이 방문해 주셔서 우리 큰 아이의 첫 번째 생일 축하해 주셨다. 그리고 아내와 내 손에 흰 봉투를 쥐어주고는 맛있는 뷔페를 잡수셨다. 돌잔치가 끝나고 얼마나 들어왔는지 계산해 보았다. 놀라웠다. 돌잔치 비용과 거의 일치했다! 정말 신기할 정도였다. 물론 돌잔치 비용은 우리 부부가 하기로 결정했으니 망정이지, 축의금에서 돌잔치 비용을 제하고 나머지를 아이에게 주려고 했으면 한 푼도 못 줄 뻔했다.

 

돌잔치 축의금은 아주 큰 돈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적은 돈도 아니었다. 아이의 미래를 위한 투자를 시작하기에 딱 알맞은 정도였다. 사실 돈의 액수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부모의 마음이다. 우리 부부는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 중요한 준비를 시작했다는 마음에 행복하고 즐거웠다.

 

시간이 지나 둘째는 돌잔치를 하지 않기로 했다. 그 때 경기가 좋지 않아서 돌잔치를 한다는 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누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고, 또 돌잔치를 하면 여러 사람의 축하를 받아서 좋기는 한데 손님 접대하느라 마음만 바빠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친가와 외가 식구들만 모여서 둘째의 돌잔치를 하기로 했다.

 

이렇게 하면 축의금이 얼마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아내와 나는 첫째 축의금을 기준으로 우리가 직접 아이에게 선물로 주기로 했다. 어차피 돌잔치 비용과 엇비슷해 지출은 매한가지였다. 이렇게 우리 두 부부는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경제준비를 하나씩 준비해 나갔다.


*칼럼니스트 강현식은 ‘누다심’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심리학 칼럼니스트다. 누다심의 심리학 아카데미(www.nudasim.com)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다양한 심리학 정보와 소식을 전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일보다는 두 아들과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하는 행복한 아빠다. 많은 아빠들에게 아빠 육아의 즐거움과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서 『아빠 양육』1, 2권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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