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모증과 난임의 상관관계는?
다모증과 난임의 상관관계는?
  • 칼럼니스트 이희준
  • 승인 2015.10.15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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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낭성 난소 증후군과 난임 치료법

[연재] 이희준 교수의 난임클리닉


1631년 ⓒ Jose de Ribera
1631년 ⓒ Jose de Ribera


스페인의 관광도시 톨레도의 타베라(Tavera) 박물관에는 남성의 모습을 한 중년의 한 여인이 아이에게 젖을 물리고 있는 독특한 그림 한 점이 있다. 17세기 후반 스페인의 화가 호세 리베라가 그린 것으로 ‘막달레나 벤투라(Magdalena Ventura)’라는 여인과 그녀의 가족 초상화를 그린 것이다.


그림 속에 두 사람 중에 누가 막달레나인가? 그림 속 앞쪽의 약간의 대머리와 긴 턱수염을 가지고 있으며 오른쪽 젖가슴을 훤히 내놓고 아이에게 젖을 물리고 이가 막달레나 벤투라다. 그녀의 뒤에는 턱수염의 비슷한 모습을 한 남편이 서 있다. 얼핏 보면 누가 남편이고 누가 부인인지 헛갈리지만 자세히 보면 분명 젖을 물리고 있는 오른쪽 앞에 서 있는 사람이 여성임을 추측해 볼 수 있다.


그림 속 막달레나 벤투라는 52세 때 그녀의 마지막 셋째 아이를 출산하였다고 알려졌는데, 이상하게 그녀는 성인이 된 이후에도 계속 수염이 자라기 시작했다고 한다.


다모증(hypertrichosis)은 안드로겐(남성 호르몬의 일종)의 영향을 받지 않는 부위에 모발이 비정상적으로 과도하게 발생하는 것을 말하는데, 그중에서 특히 남성에게만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콧수염, 턱수염 등이 여성이나 어린이에게 과도하게 자라는 것을 hirsutism(조모증 또는 다모증)이라고 한다.


여자나 어린이의 경우는 안드로겐의 체내 농도가 낮은데, 어떤 원인에 의해 정상범위를 넘어서면 남성의 특징적인 털이 이들에게도 나타나게 된다. 즉 hirsutism은 체내 호르몬 불균형으로 나타나는 질환이다. 이러한 hirsutism의 원인으로는 다낭성 난소 증후군, 난소나 부신, 또는 뇌하수체의 종양, 쿠싱 증후군 등이 있으며, 특히 다낭성 난소 증후군은 난임을 유발하는 주요한 질환으로 가임기 여성의 약 5~10% 정도의 발병률을 보이며 점점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다낭성 난소 증후군은 남성호르몬 과다증을 동반하고, 난소 내에 많은 미성숙 난자를 가지고 있어 무배란과 불규칙한 생리 주기 등이 나타난다. 외국에서는 이러한 경우 대부분 비만과 다모증을 동반하지만 한국인의 경우는 비만과 다모증이 흔하지는 않다. 다낭성 난소 증후군을 유발하는 기본적인 기전은 인슐린 과다증과 인슐린 내성이며, 부작용으로 자궁내막 증식증 또는 자궁내막암까지 발병한다는 보고가 있다.


임신의 가능성을 제외하고 석 달 이상 특별한 이유 없이 생리를 하지 않는 가임기 여성은 꼭 가까운 난임 센터나 산부인과를 방문하여 검사를 받을 것을 권하며, 이 진단을 받은 여성은 임신을 원하지 않더라도 반드시 규칙적인 생리를 만들어 줘야 한다.


또한 다낭성 난소 증후군은 대사성 질환에 속하며, 그 중의 많은 증상 중에 난임이 나타나는 것이다. 따라서 이 환자들은 당뇨병이나 심혈관 질환 등에 걸릴 위험이 높으므로 출산 이후에도 치료가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라 정기적으로 내과 진료를 볼 필요가 있겠다.


다낭성 난소 증후군 환자들은 무배란과 불규칙적인 생리 주기로 인해 자연 임신율이 떨어지지만 자연 임신이 전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또 다행스럽게도 배란유도제나 과배란 주사에 잘 반응한다. 다만 이러한 환자들은 약제에 대한 반응이 오히려 폭발적으로 좋아서 난소 과자극 증후군이나 다태아 임신의 위험성이 높은 부작용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임신을 위한 다낭성 난소 증후군의 치료에는 앞서 말한 배란유도제나 과배란 주사 외에도 체중 감소를 통해서도 생리가 정상적으로 돌아올 수 있다. 다만 다모증만은 몸무게를 줄여도 호전되지는 않는다. 간혹 배란유도제에 반응하지 않는 다낭성 난소 증후군이 있는데 이 경우에는 복강경과 같은 수술적 치료를 통해 난소 표면에 여러 군데 구멍을 내서 남성호르몬의 생성을 감소시켜 주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 배란 유도를 3~4 주기 이상 시도한 이후에도 임신이 되지 않으면 인공수정이나 시험관 아기(체외수정) 시술을 시도해야 하며 다행스럽게도 다른 이유로 난임 시술을 받는 환자들보다 임신율이 더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신을 원하지 않는 미혼 여성에서는 피임약이 도움이 되기도 하는데, 피임약은 황체형성호르몬을 감소시켜 남성호르몬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막달레나 벤투라는 앞서 말한 어떤 치료도 하지 않고 출산을 세 번이나 했으니 아주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겠다.


*칼럼니스트 이희준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과 졸업했으며,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산부인과 전공의, 생식내분비(불임) 임상강사 수료 후 현재 차의과대학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여성의학연구소(불임센터) (조)교수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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