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이희준 교수의 난임클리닉
난임으로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분들을 대상으로 난임센터에서는 난소기능검사(ovarian reserve test)라는 것을 시행한다. 여성의 난소기능(ovarian reserve)은 나이가 증가함에 따라 감소하며, 동시에 임신능력(생식능력)도 감소하게 된다. 여성의 자연적인 임신능력의 감소는 30세부터 시작되며 35세 이후가 되면 가속화되어 평균 40세가 넘으면 자연적인 임신능력의 많은 부분을 소실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연령과 관련된 임신능력의 감소는 체외수정시술(시험관 아기)의 성적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체외수정시술을 통한 정상 분만아의 출생 가능성은 35세 이후에는 더 빠른속도로 감소하는 양상을 보인다. 따라서 여성의 나이는 시험관 아기 시술의 성공여부를 예상하는 매우 중요한 인자로 여겨진다.
그러나 나이 증가에 따른 임신능력의 감소는 개인차가 매우 심하기 때문에 단순히 나이만으로는 시험관 아기 시술시 약제에 대한 난소의 반응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난소기능이 감소된 경우가 있는가 하면, 반면에 생식능력이 급격히 소실되는 평균 나이인 41세임에도 비교적 난소기능이 잘 유지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임상적으로는 체외수정시술 중에 약제(과배란유도제)에 대한 저반응군(체외수정시술시 약제 반응이 낮은 군 poor responders)을 감별해 내는 것과, 나이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과배란유도시 충분한 수의 난자를 얻을 수 있어서 임신의 가능성이 잘 유지되는 정상 반응군(normal responders)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군을 구분함으로서 체외수정시술시에 적정한 약제 사용량과 적절한 과배란유도 방법의 선택을 개별화(individualization) 할 수 있다.
현재까지 난소기능을 평가하는 방법에는 혈중 FSH, AMH 라는 호르몬 측정과 초음파 검사에 의한 난소내 난포의 개수(antral follicle count, AFC)를 세는 방법이 있다. 생리시작 후 3일째에 측정한 혈중 FSH 수치는 난소기능의 간접적인 지표로서, 혈중 FSH 농도의 비정상적 상승은 낮은 임신율과 관계가 있다. 특히 20 mIU/mL 이상의 높은 농도를 고연령군에서 보일 때는 임신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그 다음으로 AMH 라는 호르몬이 있는데, AMH는 여성의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양상을 보이고, 기존의 다른 지표들에 비하여 그 변화가 이른 연령에서부터 시작되며, 폐경 이후에는 검출되지 않는다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지금까지 알려진 어떠한 지표보다 더 우수한 난소 노화, 즉 임신능력 감소의 지표로서 유용한 역할을 하고 있다.
난소기능을 반영할 수 있는 또 다른 지표로 antral follicle count(AFC)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초음파검사 지표로써 난소기능을 양적으로 가장 잘 반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AFC는 생리 초기에 질식 초음파 검사를 통해 난소 내에 직경이 10 mm 가 안되는 크기가 작은 난포의 개수를 세는 것인데, 체외수정시술시 저반응군(poor response)의 예측력이 매우 우수하며, 이는 혈중 FSH 농도의 예측력보다 더 월등하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난임환자에게 체외수정시술을 하기 전에 난소기능을 측정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임신 가능성에 대한 예측 정보를 얻기 위함이며, 또한 임신이 불가능한 환자를 감별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사용되고 있는 난소기능 측정 지표들 중에 아주 정확하게,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임신을 예측할 수 있는 검사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위에 언급한 FSH, AMH, AFC 세가지 지표를 통해 어느 정도의 짐작은 가능한 수준이다.
1) FSH > 20 mIU/mL
2) AMH < 1.1 ng/mL
3) AFC < 6개
위 세가지 중 한 가지 이상이 포함 된다면 본인의 난소 나이가 실제 나이보다 더 많을 수 있음을 의미하므로 적극적인 난임 치료를 통해 빠른 시일내 임신을 시도해야 함을 권고한다. 물론 나이가 35세이상이라면 위 검사의 결과와 상관없이 빠른 임신시도를 해야 한다.
현재의 의학기술로는 ‘당신의 실제 난소 나이는 몇 살입니다’ 라고 정확히 얘기할 수 있는 검사 지표는 아직까지 없지만, 위 세가지 지표를 이용한다면 ‘당신은 실제 나이에 비해 난소 나이가 더 많다 또는 적다’는 정도의 예측은 할 수 있겠다.
*칼럼니스트 이희준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과 졸업했으며,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산부인과 전공의, 생식내분비(불임) 임상강사 수료 후 현재 차의과대학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여성의학연구소(불임센터) (조)교수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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