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빠, 유치원 선생님과의 전화통화
육아빠, 유치원 선생님과의 전화통화
  • 칼럼니스트 권성욱
  • 승인 2015.11.17 15: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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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의 소통이 나와 아이를 바꿉니다

[연재] 일 가정 양립을 꿈꾸는 워킹대디의 육아칼럼


유치원에서 나은공주가 가장 좋아하는 발레 수업 중이랍니다.
유치원에서 나은공주가 가장 좋아하는 발레 수업 중이랍니다. "너는 무슨 수업이 제일 좋아?" "응 발레!" ⓒ권성욱


어제부터 나은공주 코끝에 콧물이 조롱조롱. 안그래도 환절기다 보니 혹시 감기가 오지는 않을까 걱정되더군요. 별 탈이야 없겠지만 유치원에 전화하지 않은지도 꽤 된 것같아 겸사겸사 전화했습니다. 원장선생님이 받네요.


"나은이가 감기 기운이 있는 것같은데 환절기니까 혹시 열이 오를 수도 있으니 바쁘시겠지만 신경 써 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아침에 보니까 친구들하고 잘 놀던데 잘 지켜볼께요. 걱정마세요."

그러면서 나은이가 유치원에서 어떻게 생활하는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혹시 수업할 때 산만하지는 않나요? 떼를 쓰지는 않나요?"

저의 질문에 선생님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렇지 않아요. 나은이는 말도 잘 하고 자기 의사 표현이 분명하답니다."

부모로서는 듣기 좋은 얘기지만, 그냥 의례적으로 하는 말은 아닌가 싶어서 다시 물었습니다.

"그건 좋은 현상이지만 그렇다고 자기 생각만 고집하지는 않을까 걱정되네요."

"아니에요. 자기 나름의 논리로, 그건 이래서 그러면 안돼, 라거나 너는 많이 가지고 놀았으니 이제는 내가 가지고 놀아도 돼, 라는 식으로 설득하려고 해요. 그러면서도 선생님이 양보하라고 말씀하시면 끝까지 고집하지는 않아요. 그 나이 또래 아이치고는 나은이는 정말 영특해요."

나은이가 점심이나 저녁밥은 잘 먹는데 아침밥은 잘 안 먹다기에, "원래 아침잠이 많은데다 억지로 깨우다보니 아침에 식욕이 없습니다. 저도 그렇거든요. 점심을 잘 먹으면 되니까 너무 억지로 먹이지 않으셔도 됩니다"라고 했습니다. 어린이집에 있을 때에는 선생님이 음식은 남기는 것이 아니라며 과도하게 먹이는 과정에서 토하는 일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 아이들마다 천차만별이기에 굳이 어른의 잣대를 강요하여 강제로 먹일 필요는 없으니까요.

​20분 정도 통화하면서 많은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친구들과의 관계, 수업 시간에 집중은 잘 하는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등. 담임 선생님이 유치원 일기장에 정성껏 하루의 일을 적어주시지만 글로 읽는 것과 직접 통화하는 것은 또 다른 법이죠.

맞벌이 부모로서 아이의 하루 대부분을 유치원에 맡기는 형편에서 집에서 보는 아이의 모습과 밖에서 보는 아이의 모습은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부모는 내가 아이의 전부를 안다고 생각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유치원 선생님은 부모 다음으로 내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는 분입니다. 물론 그 분도 열명에 가까운 아이를 봐야 하므로 내 아이만 신경써 줄 수도 없고 내 아이의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죠. 그래서 한번씩 전화로라도 서로 소통의 기회를 가지는 것은 정말 중요합니다.

요즘 아빠들 중에도 자녀 교육에 열의 있는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흔히 "자녀 교육"이라고 하면 아이의 학교 성적을 가지고 달달 볶는 것이 전부인양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학부모 아버지들 중에는 아이가 학교에서 어떻게 생활하는지에 많은 관심을 가지며, 바쁜 일정에도 아버지 교육에 참석하고 출근하기 전에 교통 봉사단으로 활동합니다. 아내를 대신해 잠깐의 짬을 내어 학부모 상담에 오시거나 학부모회에 열성적으로 참여하시는 아버지도 많이 계십니다. 맞벌이가 대세가 되면서, 또한 아버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면서 더 이상 자녀 교육이 아내 혼자만의 몫이 아니라고 여기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가부장적인 문화가 지배하는 우리 사회에서 대다수 아빠들의 인식은 "애들 관리는 엄마가 알아서 할 일"이라는 인식에 머물러 있습니다. 물론 직장일로 바쁘기도 하고, 귀찮거나 부담스럽다고 여기는 점도 있을 것입니다. 언젠가 학교 교사인 아내에게 들은 얘기인데, 중학교 3학년인 아들이 아버지에게 급히 무엇을 갖다 달라고 부탁드렸는데 아버지는 엉뚱한 학교에 간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3년 동안 아이가 어느 학교를 다녔는지조차 몰랐다는 것이죠. 극단적인 사례겠지만, 이런 해프닝은 드물지 않습니다. 가정과 학교의 역할은 엄연히 다른데도 그걸 구분하지 못한 채 아이에게 어떤 문제가 있으면 가정이 해야 할 역할까지 학교의 책임으로 떠넘기는 부모들도 있습니다.

자녀 교육에서 아빠의 역할은 엄마의 보조가 아니라 엄마와 동등하게 중요합니다. 더욱이 아이가 자랄수록 엄마보다는 아빠의 중요성이 더 커집니다. 아이에게 아빠는 자신의 첫번째 사회적 롤모델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아빠는 아이를 알아야 하고 아이는 아빠를 알아야 합니다.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만큼 가족으로서 더 많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특히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짧을 수밖에 없는 아빠로서는 아내와의 소통만큼이나 선생님과의 소통 또한 중요합니다. 선생님에게 전화하는 것을 결코 부담스러워 하지 마세요. 10분의 통화가 나와 아이를 바꿉니다.​


*칼럼니스트 권성욱은 울산 토박이이면서 공무원으로 13년째 근무 중이다. 36살 늦깎이 총각이 결혼하자 말자 아빠가 되었고 집사람의 육아 휴직이 끝나자 과감하게 직장에 육아 휴직계를 던져 시한부 주부 아빠로서 정신없는 일년을 보냈다. 현재 맞벌이 집사람과 함께 가사, 육아를 분담하며 고집 센 다섯 살 딸아이의 수발들기를 즐기고 있다. 인생에서 화목한 가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려고 항상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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