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 고맙습니다"
"고마워, 고맙습니다"
  • 칼럼니스트 권성욱
  • 승인 2015.12.03 09: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작은 것, 사소한 것에 감사함을 가르쳐주세요
[연재] 일 가정 양립을 꿈꾸는 워킹대디의 육아칼럼

 

퇴근 후 집에 들어오자 나은공주가 뭔가를 손에 들고 뛰어옵니다.

 

"아빠, 엄마가 마트에서 스티커북 사줬어."

 

"나은아, 언니는 엄마 아빠가 오시면 우선 뭐부터 해야하지?"

 

아빠의 말에 그제야 배꼽에 손을 모으고 꾸벅 인사를 합니다. "다녀오셨습니까?" 그러면서도 다시 3천원 짜리 스티커북을 자랑하는걸 보니 어지간히 기뻤던 모양입니다.

 

"나은이는 좋겠구나. 그런데 엄마한테 "고맙습니다"라고 했어?"

 

"아니" 고개를 젓더니 "지금 하면 되지" 부엌에 있는 엄마한테 "고맙십니다"라고 말합니다. 아직도 조금 혀 짧은 소리가 너무 귀엽습니다.

 

입으로는 이렇게 말하면서도 막상 나 자신은 평소 얼마나 "고마워"라고 했던가 싶네요. 사실 모든 것이 고마운 일이 아니던지. 하루종일 아이들에게 시달리면서도 퇴근하여 집에 오자말자 저녁 준비를 하는 집사람의 노고. 늘 밝고 명랑하면서 구김살 없이 커 주는 나은공주. 한번씩 전화 드리면 한없이 반기고 나은공주에게 무한한 사랑을 베풀어 주시는 처가 부모님들.

 

가끔은 사소한 일로 집사람과 말다툼하기도 하고, 고집 부리는 딸아이에게 화가 날 때도 있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면 열에 아홉은 저의 행복이요, 고마운 일입니다. 사실 이것도 습관의 문제라, 고마운 줄 몰라서가 아니라 평소에 자주 고마워, 고마워라고 말해야 자연스레 나오지, 그렇지 않으면 입에 담는 것조차 왠지 쑥스럽습니다.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 "죄송합니다."

 

이 짧은 세 마디는 대인관계에서 가장 기본이자 가장 중요한 말입니다.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나의 인간됨을 보여 주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훨씬 부드럽게 합니다. 하지만 누구나 알고는 있지만,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권위주의 문화 탓인지 막상 입 밖으로 쉽게 나오지 않습니다. 특히 나와 가깝다거나, 나보다 어리거나, 또는 지위가 낮거나 나보다 못하다고 생각되는 사람한테는 예의를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보편적인 모습은 아닌지.

남의 배려를 받고도 모른 채 무시하고, 사소한 일로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남과 언성을 높이는 모습을 너무나 쉽게 봅니다. 언젠가 나은공주에게 커다란 솜사탕을 사주었는데 옆에 있던 아이들이 먹고 싶은지 쳐다보길래 "너희도 먹고 싶니?" 라면서 조금 떼어 주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의 엄마는 짜증 가득한 표정으로 "손 지저분해진다"라며 아이들을 나무래며 못 먹게 하더군요. 같은 부모로서 생각해서 준건데 저로서는 꽤나 무안했습니다. 차라리 웃으면서 "안 주셔도 괜찮아요" 좋게 얘기했다면 훨씬 낫지 않았을까요.

우리 부모들의 자녀 교육 열의는 세계 제일이라지만 성적과 경쟁에만 국한되다보니, 정작 남과 더불어 살아가는데 필요한 인성 교육은 소홀히 합니다. 얼마전 모 고등학교에서는 급식을 먹는데도 성적순으로 먹게 한다는 신문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마치 공부를 잘 해야 사람이요, 공부를 못하면 사람도 아니다라는 식으로 성적 하나로 사람의 가치를 매기는 것이죠. 틀림없이 그 학교장부터 인성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사람이겠지요. 이런 것이 누구 한 사람만의 모습도 아니니, 명색이 예로부터 동방예의지국이라고 불리었던 나라가 언제부터 예의를 멀리하게 된 것일까 싶기도 합니다.

게다가 요즈음 ​자녀 교육에서 "아이의 자아존중감이 가장 중요하다"라는 말이 유행하면서 젊은 부모들은 자아존중감을 키워주겠다면서 아이 기 살리기에만 급급합니다. 마치 상전처럼 대하다보니 어느 새 부모는 아이의 종이 되어 있습니다. 자아존중감과 자존심이 어떻게 다른지를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자아존중감이란, 말그대로 내가 나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이지만 남이 어떻게 생각하건 나만 억지로 자존심을 세운다고 되는 일이 아닙니다. 내가 남을 존중하고 배려하고 또한 남이 나를 존중하고 배려해 줄 때 비로소 생겨나는 것입니다. 오히려 자아존중감이 낮은 아이일수록 그것을 숨기기 위해 과도하게 자존심을 고집하기도 합니다. 요즘 우스개 소리로 "핵존심"이라고 하죠.

자아존중감이 높은 아이로 만들려면 남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법을 가르쳐야 합니다. 그래야 아이도 남에게 존중받고 배려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나부터 실천해야 합니다.

 

아내에게, 아이들에게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고마워"라고 말해주세요. 잘못했을 때에는 "미안해. 아빠가 몰랐어"라고 말해주세요. 이웃 사람을 보면 "안녕하세요"라고 먼저 인사해 보세요.

젊은 부모들 중에는 "인성교육도 학교가 당연히 해 주어야 하는게 아니냐" 라고 개념없이 말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대부분 자녀 교육에 무관심하거나 성적만 중시하는 부모들입니다. 하지만 인성교육은 누가 대신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가정에서 부모가 해야 할 몫입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유대인 ​교육법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첫째, 모든 일에 감사하라. 작은 일이나 큰일이나 감사하는 사람이 되어라. 둘째, 원망하는 사람과 놀지 마라. 셋째, 감사하는 사람과 친하게 지내라." 이보다 더 중요한 교육이 어디에 있을까요.

 

*칼럼니스트 권성욱은 울산 토박이이면서 공무원으로 13년째 근무 중이다. 36살 늦깎이 총각이 결혼하자 말자 아빠가 되었고 집사람의 육아 휴직이 끝나자 과감하게 직장에 육아 휴직계를 던져 시한부 주부 아빠로서 정신없는 일년을 보냈다. 현재 맞벌이 집사람과 함께 가사, 육아를 분담하며 고집 센 다섯 살 딸아이의 수발들기를 즐기고 있다. 인생에서 화목한 가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려고 항상 노력 중이다.

 

【Copyrights ⓒ 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베사모의 회원이 되어주세요!

베이비뉴스는 창간 때부터 클린광고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언론으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뉴스는 앞으로도 기사 읽는데 불편한 광고는 싣지 않겠습니다.
베이비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대안언론입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에 동참해주세요. 여러분의 기사후원 참여는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베이비뉴스와 친구해요!

많이 본 베이비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78 경찰공제회 자람빌딩 B1
  • 대표전화 : 02-3443-3346
  • 팩스 : 02-3443-3347
  • 맘스클래스문의 : 1599-0535
  • 이메일 : pr@ibabynews.com
  • 법인명: 베이컨(주)
  • 사업자등록번호 : ​211-88-48112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 01331
  • 등록(발행)일 : 2010-08-20
  • 발행·편집인 : 소장섭
  • 저작권자 ©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보험가입(10억원보상한도, 소프트웨어공제조합)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유미 실장
  • Copyright © 2024 베이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ibaby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