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일 가정 양립을 꿈꾸는 워킹대디의 육아칼럼
주말 저녁, 오랜만에 온 가족이 마트에 장을 보러 갔습니다. 가기 전에 집사람과 의논하여 나은공주를 위해 한가지 미션을 준비하였습니다. 나은공주에게 약간의 돈을 준 다음, 간식거리를 직접 고르는 것부터 계산까지 혼자서 해보는 미션입니다.
마트에 도착한 후 나은공주에게 방법을 설명하고 2천원을 주었습니다. 딱 과자 한봉지 사고 몇 백원이 남는 돈입니다. "알았쪄" 하면서 마트를 돌아보는 나은공주. "뭐 살거야? 저기 나은이가 좋아하는 과자가 있네?" 하지만 나은공주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예쁜 공주 스티커.
"아빠, 이거 사고 싶어." "그럼 과자는?" "싫어. 이거 살거야." 하긴, 과자이건 스티커이건 나은공주의 선택이니 상관없죠. 대신 스티커를 산다면 과자는 포기해야 하는 것이죠. 직접 계산대에 들고 가서 계산하라고 했습니다. 쭈삣거리면서도 계산대의 이모에게 "이거 주세요"라면서 내밉니다.
그런데 스티커 한장이 무려 3천원이라는군요. 2천원에서 1천원이나 초과해 버렸습니다. "나은이가 가진 돈으로는 그걸 살 수 없겠구나." 다른 스티커를 이리저리 골라보지만 하나같이 2천원이 넘습니다. 결국 자신이 가진 돈으로는 스티커는 살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럼 다음에 사지 뭐" 그래도 끝까지 사달라고 떼쓰지 않으니 기특합니다.
스티커는 포기하고 과자를 고른 다음, 다시 계산대에 갔습니다. 1300원입니다. 계산대 이모에게 2천원을 주고 700원을 거슬러 받았습니다. "고맙습니다." 큰소리로 인사하니 이모가 귀엽다고 합니다. 남은 잔돈 700원은 집에 와서 양 저금통에 차곡차곡 넣었습니다.
평소 나도 모르는 사이 내가 정해놓은 틀 안에서 아이들을 가두려고 하지는 않나요? 오늘 유치원에 갈 때 입을 옷, 장난감, 과자 하나까지 부모가 정해주고 아이가 직접 선택할 기회는 얼마나 될까요. 아이는 미숙하니까, 시행착오를 줄여주기 위해 그렇게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지.
어릴 때에는 "어리니까" 라고 해도 사춘기를 넘어 대학생이 되고 심지어 한 사람의 어엿한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의 태도는 바뀌지 않습니다. 언제까지고 내 품의 아이로 남기려고 합니다.
요즘 선택장애, 결정장애인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뭐든 부모가 골라주고 스스로 선택을 할 기회를 주지 않으니 당연하지 않을까요.
어릴 때부터, 간단한 것부터 직접 선택하는 습관을 만들어 주세요. 오늘 입을 옷, 오늘 신을 양말을 고르는 것부터 시작해 보세요.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해 봐야 내가 모든 것을 다 가질 수는 없으며 어떤 것을 고르면 다른 것은 포기해야 한다는 사실을 배웁니다. 때로는 잘못된 선택으로 시행착오를 겪기도 합니다. 하지만 실패를 통해 어떤 선택이 나에게 가장 최선인지 고민하는 법, 그리고 어떤 선택을 했건 그에 대한 책임은 내가 져야 한다는 사실 또한 배웁니다.
우리 사회의 자녀 교육 트랜드가 언제부터인가 창의성, 영재성만 강조하면서 어떻게 하면 "똑똑하고 머리 좋은 아이로 만들까"에만 골몰하는건 아닌가 싶을 때도 있습니다. 자녀 교육의 진짜 목적은 아이를 한 사람의 독립적인 인격체로 만드는데 있습니다.
*칼럼니스트 권성욱은 울산 토박이이면서 공무원으로 13년째 근무 중이다. 36살 늦깎이 총각이 결혼하자 말자 아빠가 되었고 집사람의 육아 휴직이 끝나자 과감하게 직장에 육아 휴직계를 던져 시한부 주부 아빠로서 정신없는 일년을 보냈다. 현재 맞벌이 집사람과 함께 가사, 육아를 분담하며 고집 센 다섯 살 딸아이의 수발들기를 즐기고 있다. 인생에서 화목한 가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려고 항상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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