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사이좋은 콩쥐 부녀"
"우리는 사이좋은 콩쥐 부녀"
  • 칼럼니스트 권성욱
  • 승인 2015.12.21 13: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집안일 돕기, 아이의 자립심을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

[연재] 일 가정 양립을 꿈꾸는 워킹대디의 육아칼럼


주말에는 집안 청소를 하는 날입니다. 집사람이 싱크대에 쌓인 그릇을 설거지하는 동안, 바닥 청소는 아빠 몫. 나은공주가 청소기 소음을 아주 싫어하기 때문에 저희 집에서는 청소기를 쓰지 않고 그냥 걸레질만 한답니다.


걸레를 두개 준비해서 아빠 하나, 나은공주 하나. "아빠와 경주하자" 앞에서 걸레를 밀고 가면 자기도 지지 않으려고 쫄래쫄래 따라옵니다. "아빠는 여기를 닦을 테니 나은이는 여기 닦아" 조그만 손으로 아빠를 흉내 내며 바닥을 문지르며 걸레질을 합니다. "나는 지금 청소 중이야" 대충 한다 싶어서 "빠닥빠닥 닦아야지"라고 했더니 진짜로 손에 힘을 주고 빠닥빠닥 닦습니다. 집사람이 옆에서 시기어린 목소리로 "사이좋은 콩쥐 부녀 났네"라는군요. 물론 5분도 안되어서 딴 짓을 하지만요.


ⓒ 권성욱
ⓒ 권성욱


바닥을 다 닦고 나면 다음은 유리창 청소과 장난감 닦기. 뜬금없이 "아빠 많이 힘들지?" 라는군요. "아니 안 힘든데 나은이는 힘들어?" "나은이 안 힘들어" 옆에서 열심히 빠닥빠닥 닦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은 분리수거. 종이는 종이 박스에, 스티로폼과 캔, 병은 분리수거망에 따로 담습니다.


평일에도 집에 오면 나은공주에게 가장 먼저 하는 말. "집에 오면 뭐부터 해야하지?" 그러면 유치원 가방에서 식판을 꺼내어 싱크대에 올려놓습니다. 신발은 가지런히. 비록 서툴러 엄마, 아빠가 도와줘야 하지만 간단한 일이라도 자기 손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나은이 정말 잘 하네. 나은이 최고!"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워주면 으쓱해 하면서 더 열심히 합니다. 어떨 때는 시키지 않아도 할 때도 있습니다. 역시 칭찬은 고래만이 아니라 다섯살 베이비도 춤추게 합니다.


ⓒ 권성욱
ⓒ 권성욱


세탁기에서 빨래 꺼낼 때, 건조대에 빨래 널 때, 설거지할 때에도 나은공주는 엄마 아빠의 어시스트입니다. 거의 어깨까지 올라오는 고무장갑을 끼고 머리에는 두건, 앞에는 앞치마를 두른 채 엄마가 주는 그릇이나 세탁물을 아빠에게 전달해 줍니다. 때로는 아빠의 구두를 닦아 주기도 하고 아빠와 함께 엄마의 다리를 주무르기도 합니다. 바닥에 어질러 놓은 책, 장난감, 색종이도 "나은이가 했으니 나은이가 치워야지"라며 직접 치우도록 합니다. 때로는 자기 기분에 따라 못 들은 척할 때도 있지만요.


이렇게 하는 이유는 ‘생활 속의 놀이’가 되기도 하지만, 어릴 적부터 집안일을 돕는 것이 가족애를 키운다는 점, 그리고 자기 일은 자기 스스로 하도록 해야 자립심과 책임감을 만들어 주기 때문입니다.


미국 가정에서는 자녀들에게 집안일을 돕도록 하는 것이 보편적인 모습이라지만, 우리 사회는 뿌리 깊은 가부장 문화 탓인지 집안일은 오롯이 엄마 몫으로 여깁니다. 퇴근 후 아빠는 쇼파에 누워 TV와 삼위일체가 되고 아이들도 집에 들어오자 말자 제일 먼저 컴퓨터 앞에 앉습니다.


맞벌이 부부도 다를 바 없습니다. 얼마 전 통계청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맞벌이 부부의 가사 노동 시간은 엄마는 무려 3시간이 넘는 반면, 아빠는 고작 40분이라고 합니다. 5배 차이라는군요. 언젠가 중학생 아들만 둘 있는 사무실 여직원에게 이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아빠가 안하니까 아이들도 '아빠도 안하는데 우리가 왜 해야지?'라더라. 잔소리 하느니 그냥 내가 하는게 속 편하다" 어릴 때부터 집안일은 엄마 몫, 이라는 관념이 한번 머리 속에 박히면 커서도 바꾸기가 어렵나 봅니다.


그래서 아빠가 나서야 합니다. 아빠는 아이들에게 자립심과 자신감을 키워주는데서 엄마보다 훨씬 능숙합니다. 원시 시대 이래의 생물학적 본능이기 때문입니다. 이 점이 아빠 육아의 가장 큰 강점입니다. 주말에는 아이들과 함께 청소와 설거지, 빨래 널기를 해보세요. 아이들에게 역할과 임무를 부여한 다음, 다 끝난 뒤 누가 더 잘했나 서로 비교하면서 자연스레 책임감을 심어줍니다. 공부 한자 더 하는 것보다 집안일을 돕게 하는 것이 아이들의 장래에 훨씬 도움이 됩니다.


콩쥐는 계모의 온갖 구박 아래 눈물을 훔치며 홀로 집안일을 도맡아야 했지만(동화에 콩쥐의 아버지는 아예 나오지도 않죠), 사이좋은 콩쥐 부녀는 가장 멋진 모습이 아닐까요.


*칼럼니스트 권성욱은 울산 토박이이면서 공무원으로 13년째 근무 중이다. 36살 늦깎이 총각이 결혼하자 말자 아빠가 되었고 집사람의 육아 휴직이 끝나자 과감하게 직장에 육아 휴직계를 던져 시한부 주부 아빠로서 정신없는 일 년을 보냈다. 현재 맞벌이 집사람과 함께 가사, 육아를 분담하며 고집 센 다섯 살 딸아이의 수발들기를 즐기고 있다. 인생에서 화목한 가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려고 항상 노력 중이다.


【Copyrights ⓒ 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베사모의 회원이 되어주세요!

베이비뉴스는 창간 때부터 클린광고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언론으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뉴스는 앞으로도 기사 읽는데 불편한 광고는 싣지 않겠습니다.
베이비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대안언론입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에 동참해주세요. 여러분의 기사후원 참여는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베이비뉴스와 친구해요!

많이 본 베이비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78 경찰공제회 자람빌딩 B1
  • 대표전화 : 02-3443-3346
  • 팩스 : 02-3443-3347
  • 맘스클래스문의 : 1599-0535
  • 이메일 : pr@ibabynews.com
  • 법인명: 베이컨(주)
  • 사업자등록번호 : ​211-88-48112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 01331
  • 등록(발행)일 : 2010-08-20
  • 발행·편집인 : 소장섭
  • 저작권자 ©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보험가입(10억원보상한도, 소프트웨어공제조합)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유미 실장
  • Copyright © 2024 베이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ibaby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