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정말 화나게 해서 미안해
정말정말 화나게 해서 미안해
  • 칼럼니스트 최은경
  • 승인 2016.02.19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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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크롤의 <정말정말 화가 나요!>

[연재] 다다와 함께 읽은 그림책

"엄마, 내가 행복을 줄게."

 

특별히 좋아하는 표현이다. 지금은 몇 권의 책을 낼 만큼 유명해진 여행작가 오소희씨의 책 이름이기도 한 이 문장은 그의 아들이 한 말. 읽을수록 감동 그 이상의 뭉클함을 주는 터라 눈으로만 읽기 아쉬워 몇 번이고 소리내어 읽은 기억이다. 그러다 아예 큰아이 돌 앨범 뒷표지에 '아이에게 하고픈 말'로 새겨놓기까지 했다. 표현은 조금 바꿔서. "엄마아빠가 행복을 줄게" 하고.

 

이렇게 영원할 것 같았던 아이를 향한 그 뜨거운 마음도 식더라. 알게 모르게 서서히. 그리고 무뎌지고 무뎌지더라. 급기야 아이를 '정말정말 화나게 하는 일'도 아무렇지 않게 한다. '아주 작은 일, 아무것도 아닌 일'로. 그것은 정말이지 '날마다 일어나는 일, 셀 수 없이 많다'. 누구나 다 그럴 것이다. 스티븐 크롤이 쓰고 그린 <정말정말 화가 나요!>에 등장하는 니나의 일들이 그다지 놀랍지 않으면서도 뜨끔했던 건 바로 그 때문이다.

 

내가 화나는 이유, 정말정말 몰라요?

 

정말정말 화가 나요. ⓒ크레용하우스
정말정말 화가 나요. ⓒ크레용하우스


니나의 아빠는 저녁을 준비중이에요. 니나는 맛있는 걸 먹을 생각에 들떠 있었죠. 아빠가 아주 맛있는 거라고 말했거든요. 그런데 생선이라니. 내가 싫어하는 것을 알면서 좋아할 거라고 말할 때, 정말정말 화가 나요.

 

우리 둘째도 그렇지요. 정말 예쁜 옷을 사왔다며 너도 분명 좋아할 거라고 말했지만, 아이는 본 척도 안 했어요. "내가 좋아하는 색깔이 아니"라면서요. 오로지 핑크만 입겠다며 말했죠. "엄마는 내가 분홍색 좋아하는 거 알면서, 왜 파란색 원피스를 사왔어요?" 그러게요, 왜 그랬을까요?

 

니나는 이제 옷도 혼자 입을 수 있다고 말해요. 그런데 생각 대로 잘 되지 않았죠. 혼자 하려는 일이 잘 되지 않을 때 니나는 정말 정말 화가 나요. 우리 둘째도 그렇지요. "혼자 먹을 수 있다"며 젓가락질을 하는데 반찬이 잘 집어지지 않는다고 울며 화를 냈어요. "괜찮아, 처음엔 다 그래... 연습하면 잘 할 수 있어"란 말도 위로가 되지 않는가 봐요.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하려는 니나. 멋지게 장식한 트리를 엄마에게 보여주고 싶었지요. "엄마, 이것 좀 보세요." 그러나 엄마는 "잠깐만" 할 뿐 오지 않았어요. 엄마가 왔을 때는 이미 트리가 넘어지고 난 뒤였죠. 빨리 와 달라고 하는데, 마냥 시간을 끌 때 니나는 정말 정말 화가 나요.

 

우리 둘째도 그렇지요. 저녁을 먹고 한창 설거지 중인데 "빨리 와 보라"고 둘째가 말해요. "잠깐만"이라고는 했지만, 쉽게 고무장갑을 벗을 수 없었지요. '조금만 하면 다 하는데...' 그러는 사이 둘째가 울먹거리며 말해요. "엄마가 빨리빨리 오지 않아서 속상하다"고. 육아책에서 '아이가 요청할 때는 하던 일을 멈추고 바로 가라'는 대목을 읽고 밑줄만 쳐 놓으면 뭐하나요. 실전에서 써먹지를 못하는데. 고무장갑 벗는 게 뭐 그리 어려운 일이라고. 후회해도 늦었지만요.

 

공원에 갈까? 박물관에 갈까? 고민하던 니나와 엄마는 박물관에 가요. 그런데 갑자기 사방이 어두운 박물관이 싫어졌어요. 공룡도 싫어졌지요. 니나는 엄마에게 다시 공원에 가자고 졸랐어요. 마음을 바꾸고 싶은데, 너무 늦었을 때 니나는 정말정말 화가 나요.

 

우리 둘째도 그렇지요. 놀이터에 갈까, 방방을 타러 갈까? 고민하다 방방을 타러 간 둘째. 그런데 실내놀이터가 너무 덥고 사람들이 많아 답답했어요. 가지고 놀고 싶은 장난감도 마음대로 갖고 놀 수 없었지요. "엄마 놀이터에 가요" 하는데 왜 갑자기 본전 생각이 났을까요. "우리 한 시간 돈 냈는데... 좀 더 있다 가자." 왜 중간에 가면 안 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의 둘째. 그러게요. 기다리는 게 더 곤욕이었을텐데. 

 

아이가 정말정말 화 나는 일들에 대해 쓴 그림책 <정말정말 화가 나요!>. 크게 공감하며 읽었다. 그리고 조금만 생각을 달리하면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희망도 생겼다. "엄마아빠가 행복을 줄게" 하고 다짐했던 일들이. 왜냐고? 적어도 아이가 정말정말 화 날 게 뻔한 행동은 하지 않으면 되니까. 아이가 갑자기 마음을 바꾸는 돌발상황일 때는 좀 빼고. ^^;;;

 

다행인 건 아이들 화는 금방 풀린다는 거. 언제 그런 일이 있었나 싶은 게 또 아이들이지 않나. 물론 아이들 화를 푸는 기막힌 방법도 있긴 하다. 니나가 그리고 우리 둘째가 아무리 화가 나도 '이거면' 엄마 품으로 포옥 안기는 마법 같은 비법. 그게 뭐냐고? 책에서 확인해 보자.

 

물론 편차가 있을 수 있다. "나를 정말정말 화나게 하는 건, 그건 바로 내 동생이야. 내 물건을 함부로 만지고 가져가서 숨기고. 내가 하지 말라고 해도 계속 하고"라고 서러움을 쏟아내는 열살 큰 아이에겐 이 비법도 잘 안 먹힌다는 거. 참 해결하기 어려운 숙제다. 육아 선배님들, 동생이 태어나고 시작된 이 자매의 전쟁... 끝은 있을까요? 도대체 그게 언제쯤 일까요. 

 

[정말 정말 화가 나요! , 이 그림책은요!]

정말 아쉬운 소식 하나. 이 책은 절판됐다. 온라인 서점 어디에서도 팔지 않는다. 내 딸 이야기 같은 이 귀한(?) 그림책을 구하려면 헌책방을 뒤지는 수고로움을 감수해야 할 듯하다. 나 역시 그렇게 찾았다.


*칼럼니스트 최은경은 오마이뉴스 편집기자로, 9살 다은, 5살 다윤 두 딸을 키우는 직장맘입니다. 두 딸과 함께 읽으며 울고 웃은 그림책을 소개합니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함께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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