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가 커도 18세까지는 소아청소년과에 가야 해요"
[연재] 오재원 교수의 '우리 아이 튼튼하게'
우리 아이를 어떻게 하면 신체적으로 건강하게 정신적으로 성숙한 인격체로 제대로 키울 것인가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문제다. 아이가 출생하기 전, 그리고 태어나서부터 어린 시절의 건강은 아이의 평생을 좌우한다. 이런 관점에서 오늘부터 ‘우리 아이 튼튼하게’ 칼럼을 통해 아이에 대한 좀 더 올바른 정보와 상식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우선 첫 번째 이슈는 과연 ‘아이라는 개념이 몇 살까지 인가?’이다. 가끔 부모들이 아이들이 아파 병원을 갈 때 고민하는 경우가 있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특히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생 정도 되면 더 그렇다. 아이는 엄마보다 더 커서 키가 170cm 이상이고 체중도 50kg이 넘는데 소아과를 가야 하나, 내과를 가야 하나 고민이다.
대개 의사들이 나이를 분류할 때 소아 연령은 태어나서부터 18세까지로 정한다. 의과대학 교과서에도 그렇게 명시되어 그렇게 배우고 실제로 병원에서 인턴이나 전공의 수련 시절에도 그렇게 환자를 입원시키게 된다.
그렇게 나이를 분류하게 된 배경은 아주 명백하다. 그 나이 때까지 성장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성인은 말 그대로 모든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성장이 완성된 사람이다. 그 이후 연령이 되면 혼자 스스로 클 수 있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18세까지는 비록 체구는 자기 부모보다 더 크지만 아직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성장을 하고 있는 미완성된 사람이다. 그래서 미성년자로 부른다.
이러한 사람을 체구만 크다고 성인들이 다니는 과에 다녀서 성장과 발달을 제대로 점검이 안 된 상태로 진단과 치료가 된다면 이 또한 낭패가 될 수 있다.
한편 나이가 어리고 체중이 적다고 하여 어른의 축소판을 계산하고 성인이 복용하는 약을 무작정 반으로 나눠주거나 줄여서 주게 되며 이 또한 그 아이의 발달 상태와 성장은 고려치 않는 불안한 진료가 될 수도 있다.
어느 경우는 소아에서 사용되지 않고 주로 성인에게 사용되는 약제인데도 절반씩을 처방하는 경우도 종종 보게 된다. 어느 날 어떤 초등학생이 알레르기 비염이 심하다고 하여 진료실에 들어와 아이 엄마가 “몇 달 동안 이 병원에서 약을 먹었어요.” 하면서 처방전을 내밀었는데 재미있게도 모든 약이 어른의 반씩 들어갔다. 그런데 그중 약전에 12세 이상만 사용해야 하는 약제도 있었다.
정신적인 측면도 마찬가지이다. 덩치는 어른보다 큰 데 행동이나 사고방식은 어린이이기 때문에 벌어지는 해프닝을 다룬 어느 영화처럼 그들의 상태를 정확하고 적절하게 파악하지 못하면 의외의 상황이 나타날 수도 있다.
미래에는 질병을 심하게 아파서 병원에 찾는 경우보다 미리 예방 접종을 통해 감염 질환을 예방하거나 정기적 검진을 통해 성장과 발달을 체크하여 이상이 있는 부분을 미리 교정하기 위해 병원을 찾을 일이 더 많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경우 무조건 덩치가 크다고 내과로 가고 어린 연령만 소아청소년과로 가게 된다면 그로 인한 부작용은 생각보다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
어린이와 청소년은 국가의 미래라고 어디든지 언제든지 말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들을 위한 국가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배려는 생각보다 그리 많지는 않은 것 같다. 이는 모두 우리 어른들의 책임이 아닌가 싶다.
*칼럼니스트 오재원은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소아청소년과 교수로서 현재 한양대학교구리병원 과장으로 재직 중이다. 해외 논문 50여편과 국내 논문 110여편 발표하였고, 저서로는 '꽃가루와 알레르기', '한국의 알레르기식물' 등 10여 권이 있다. 특히 소아알레르기 면역질환 및 호흡기질환을 전문으로 하고 있으며, 대한소아알레르기호흡기학회와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에서 학술, 교육, 총무, 국제이사 등을 역임하였고, 세계알레르기학회 기후변화위원회, 아시아태평양알레르기학회 화분위원회 위원장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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