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김은실 기자】
올해 1월 가습기살균제 전담 수사팀을 꾸려 본격적으로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수사 대상을 옥시레킷벤키저를 포함한 4개사로 압축하고, 옥시 측이 제출한 보고서의 조작 여부까지 수사하는 등 가습기살균제의 위해성에 대한 수사 마무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복수의 언론은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이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 △와이즐렉 가습기살균제 △홈플러스 가습기청정제 △세퓨 가습기살균제 등 4개 제품이 폐 손상을 유발했다는 잠정 결론에 도달했다고 3일 보도했다. 와이즐렉 가습기살균제는 롯데마트 PB(Private Brand, 자체 상표 상품)이다.
검찰은 위해성 조사를 마치는 대로 이달 중순부터 가습기살균제 기업 관계자를 소환하는 것을 목표로 수사 중이다.
특별수사팀은 2011년 정부가 위해성을 조사한 가습기살균제 10개 제품을 수사했다. 기존에 발표된 연구와 동물 실험, 역학조사 결과를 검토했고, 피해자 160~170여 명의 사례를 살폈으며 일부 피해자를 검찰로 불러 진술을 들었다.
가습기살균제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이하 피해자모임)과 환경보건시민센터는 2012년부터 올해 3월까지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한 기업들을 검찰에 연이어 고발했다. 위의 네 제품을 제조 혹은 판매한 기업들도 고발된 상태다.
검찰이 폐 손상과의 관계성을 인정한 제품들은 PHMG phosphate(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 인산염)나 PGH(염화에톡시에틸구아디닌) 성분이 함유된 것들이다. 피해자모임과 환경보건시민센터는 두 가지 성분 외에 CMIT(클로로메틸이소치아졸리논)/MIT(메칠이소치아졸리논)가 포함된 제품만 사용한 피해자도 있다며 조사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셈이다.
검찰은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한 옥시레킷벤키저의 의뢰를 받아 제출한 가습기살균제에 관한 보고서가 조작됐다는 의혹도 조사 중이다. 옥시레킷벤키저는 옥시싹싹 가습기당번이 폐 손상과 관련 있다는 정부의 조사 결과를 반박하고자 서울대 A교수팀에 연구를 의뢰했다.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서울대 연구팀이 충분히 실험하지 않은 상태인데, 옥시 레킷벤키저측이 "서울대 연구팀의 실험 결과 살균제와 폐 손상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보고서를 증거로 제출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이 일을 주도한 것이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해 서울대 A교수팀을 소환해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 피해자들, “피해자 구제 절차도 개선돼야”
가습기살균제 업체를 상대로 한 수사에 속도가 붙자 피해자모임과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이제 피해 구제를 보완해야 한다고 다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환경부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와 가습기살균제와의 연관성을 조사해 피해자를 1~4등급으로 나누고 있다. 이 중 1·2등급은 정부가 기업에 구상권을 행사하는 전제로 의료비와 장례비를 지원한다. 하지만 3등급은 1년에 한 번 생사와 건강 상태만 점검하고, 4등급은 생존 여부도 파악하지 않는다.
피해자모임과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정부가 피해자 판정을 한 후부터 줄곧 3·4등급에 관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4일 발표한 자료에서도 “(4등급은) 사망 여부조차 파악 안 하는 엉터리 대책”이라고 평가했다.
이들은 정부가 1·2차 피해자 조사 이후에 발생한 사망자가 6명 중 3단계가 1명, 4단계가 3명이나 된다며 “정부는 판정 등급과 관계없이 최소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의 생사와 건강 상태를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피해자 판정 기준을 보완하고 사후 조사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3단계 피해자 중 폐를 이식한 사례도 있고, 4단계 피해자 중에서는 추가 사망자도 나왔다”며 “가습기살균제가 폐 이외의 어떤 장기 질환과 연관이 있는지, 기저 질환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등을 조사하고, 사망자는 부검 등을 통해 가습기살균제와의 관련성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Copyrights ⓒ 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