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이희준 교수의 난임 클리닉
시험관 아기 시술을 받는 분들 중에는 시술 후에 복수가 차서 입원 치료를 받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임신이 되면 증상이 더 심해져서 몇 주간 입원 치료를 받는 경우도 간혹 있습니다.
자연 생리 주기 중에는 한 달에 하나의 난자만 배란되지만, 시험관 아기 시술 중에는 임신율을 높이기 위해 많은 수의 난자를 유도합니다. 자연 생리가 시작되면 처음에는 여러 개의 난포가 보이면서 동시에 다같이 성장을 시작하지만 결국에는 하나의 난포만 성장(selection)을 지속하고 나머지는 도태(atresia) 됩니다.
이렇게 생존한 하나의 난포가 20mm 이상의 크기로 성장하면 마침내 난포는 터지면서 난포 안의 난자가 나팔관 안으로 흡입되는데 이러한 과정을 배란(ovulation)이라고 합니다.
자연 생리 주기와는 달리, 시험관 아기 시술을 시작할 때에는 한 개의 난포만 끝까지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도태의 과정을 미리 방지하여 여러 개의 난포를 배란 직전 때까지 성장시키는데 이를 위해서는 과배란 유도 주사가 필요합니다.
과배란 유도 주사로 인해 시험관 아기 시술 중에 여러 개의 난자를 채취할 수 있게 되었고 이로 인해 임신율은 급격히 상승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일장일단이 있듯이, 간혹 어떤 분들은 과배란 유도 주사를 맞은 후 난소의 반응이 너무나 폭발적으로 발생하여 난소 과자극증후군(ovarian hyperstimulation syndrome, OHSS)이라는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생리불순이 대표적인 증상인 다낭성 난소 증후군(polycystic ovarian syndrome, PCOS)이 있는 난임 환자분들께는 특히 주의를 요합니다.
다낭성 난소 증후군이 의심되는 난임 환자 분들이 인공수정이나 시험관 아기 시술을 받으면 매우 많은 수의 난포가 생기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체내 혈관벽의 투과성이 증가되는 부작용도 유발시킵니다. 혈관 투과성이 증가되면 혈관 내 혈액의 액체성분이 혈관 밖으로 모두 빠져나가게 됩니다.
우리 몸 속의 혈관 내에는 '피', 즉 혈액이 존재하는데 혈액 속에는 액체성분과 고체성분(적혈구, 백혈구 등의 세포들)이 함께 공존하여 적당한 점도(끈적끈적한 정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혈관 내 액체성분이 혈관 밖으로 빠져 나가면 혈액 내 점도가 갑자기 증가하여 피가 매우 끈적끈적해져서 혈전(피떡)이 잘 생기는데, 만약 이 혈전이 체내의 중요한 장기의 혈관을 막는다면 혈액 순환이 안되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한편, 혈관 밖으로 빠져나간 혈액의 액체성분은 우리 몸 안에서 어디로 흘러 들어가기 쉬울까요? 당연히 복강 안쪽입니다. 그래서 복수가 생기게 되고, 심하면 폐에도 물(흉수)이 차게 됩니다. 그리고 혈관 내에서는 액체성분이 급격히 줄어드니 신장으로 들어가는 혈액량이 줄어 결과적으로 소변양도 급격히 줄어들게 됩니다.
가벼운 난소 과자극증후군인 경우에는 난자 채취 후에 이온음료를 하루에 2L 이상 충분히 섭취하고 고기류를 섭취하면 어느 정도 예방 및 치료 가능합니다. 심각한 난소 과자극증후군인 경우에는 입원치료를 요할 수 있는데, 복수가 많이 차서 일상 생활이 곤란한 경우는 복수를 빼주어야 하고, 높아진 혈관 내 점도를 낮추기 위해 수액을 충분히 투여하고, 필요시 혈전용해제나 알부민을 투여하기도 합니다.
난소 과자극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난자채취 후에 신선배아 이식을 하지 않고 모든 배아를 냉동한 후 난소 과자극증후군이 좋아지면 1~2달 후에 냉동배아 이식을 하는 것입니다. 난소 과자극증후군이 의심될 때 신선배아 이식을 바로 해서 임신이 되면 난소 과자극증후군이 급격히 더 나빠지기 때문입니다.
난소 과자극증후군은 충분히 예방 가능하고, 증상이 발생하더라도 거의 대부분 합병증 없이 치료가 잘 되므로, 혹시 시험관 아기 시술을 준비하고 계시더라도 크게 걱정할 바가 아니라는 것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칼럼니스트 이희준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과를 졸업했으며,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산부인과 전공의, 생식내분비(불임) 임상강사 수료 후 현재 차의과대학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여성의학연구소(불임센터) 교수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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