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도 육아 하고 싶어요"
"아빠도 육아 하고 싶어요"
  • 윤지아 기자
  • 승인 2016.04.22 1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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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육아를 놓을 수밖에 없는 이유

【베이비뉴스 윤지아 기자】

"아이 보는 게 회사 일보다 더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는 거 공감하세요?"
"네!"

서울시가 주최하는 '아이조아 아빠교실'에 아빠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오전 일을 마치고 점심시간을 할애해 아빠교실을 방문한 만큼 그 여느 육아교실보다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아빠들은 ‘육아’가 스트레스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서로 공감하며 육아 참여를 위한 적극적인 의지를 다지는 시간을 가졌다.

맞벌이가 대부분인 요즘도 육아와 집안일이 엄마에게만 집중될 때가 많다. 일하랴, 살림하랴, 아이 돌보랴, 엄마들은 '가혹하다'고 까지 표현한다. 정부에서도 ‘양성평등’, ‘일·가정 양립’ 등의 제도를 앞세워 아빠의 육아 참여를 돕고 있지만, 현실은 언제나 ‘녹록치 못하다’는 이야기가 새어나온다. 아빠들은 육아를 하고 싶고, 아내를 돕고 싶다. 그렇지만 아빠 육아 활성화로 가는 길은 아직도 험난하기만 하다.

맞벌이가 대부분인 요즘 가정에서 엄마에게만 육아와 집안일이 집중된다면 너무 잔인하다. 아빠도 육아하고 싶다. 여건이 안될 뿐이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맞벌이가 대부분인 요즘 가정에서 엄마에게만 육아와 집안일이 집중된다면 너무 잔인하다. 아빠도 육아하고 싶다. 여건이 안될 뿐이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 아빠들 육아 몰라서 못 한다?

최근 서울시건강가정지원센터는 ‘서울 아빠들, 육아 모른다’는 설문조사를 발표했다. 아버지교실 등 가족지원서비스 및 건강가정사업에 대해 아빠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그에 대한 결과를 발표한 것이었다.

조사 응답자들은 서울시가 더욱 강화해야 할 교육으로 ‘바람직한 자녀 양육 방법’과 ‘아버지 역할’을 꼽았다. 5점 만점의 조사에서 4.34점을 차지 했을 정도로 육아에 대한 아빠들의 열망은 컸다.

이 같은 아버지들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아빠를 위한 다양한 사업과 프로그램이 운영 중이다. 여성가족부는 가족친화문화 조성사업을 실시하고 있고, 고용노동부 역시 남성 육아휴직제도 이용 활성화 및 육아참여지원을 위한 가이드북 발간 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도 건강가정지원센터와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신청 기업을 대상으로 직접 찾아가 교육하는 ‘찾아가는 아버지 교실’과 점심시간을 이용해 근처 직장인을 대상으로 교육이 진행되는 ‘아이조아 아빠교실’ 등도 운영하고 있다.

다른 지자체에서도 마찬가지. 부모 커뮤니티로 구성된 마을공동체 지원 사업이나 아빠와 함께하는 1박 2일 캠프 사업으로 아빠들의 육아 참여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아빠들의 참여율은 그다지 높지 않다. 아빠를 위한 프로그램이 생기고, 참가하기를 바라지만, 참여할 수는 없는 것이 대한민국 아빠들의 현실이다.

◇ 아빠도 육아 하고 싶다! 현실은?

회사 업무로 와중에도 시간을 내 ‘아이조아 아빠교실’을 찾은 박 아무개(31) 씨는 5살 딸아이 아빠다. 맞벌이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이 씨는 “가사 일은 분담하고 있지만 육아는 아내 몫일 때가 많다”고 전했다.

박 씨는 그 이유로 “육아에 참여할 수 있는 시간이 아내에 비해 적고, 아무래도 아내보다는 육아에 서툴다는 이유로 육아 참여가 적다”고 토로했다.

육아휴직을 쓰지 않고서야,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란 쉽지 않다는 박 씨의 말이 모든 아빠들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듯하다.

실제로 2014년 통계청 생활시간조사에 따르면 서울시 기혼 남성들의 가사 참여시간은 하루 38분, 가족 보살핌에는 14분의 시간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 보살핌 항목 중 미취학 아동 보살핌에는 10분의 시간을 사용했다.

아빠들은 이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근무환경'에 있다고 가리키고 있다.

서울시 3040 워킹대디의 일·가족양립지원방안 연구(2015)를 살펴보면 가족친화문화제도 활성화를 위해서는 ‘경영진과 중간관리자의 적극적인 의지와 지원이 필요’하다는 응답을 한 아빠들의 응답이 59.1%를 차지했다. 그 다음으로는 ‘사회적 남성의 양육참여에 대한 인식개선’(24.2%), ‘제도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 필요’(11.8%) 순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일가족양립지원센터 이선형 센터장은 "남성의 육아 참여를 이끌기 위해서는 근로환경과 인식변화 모두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변화뿐만 아니라  남성들의 가족생활 참여 시간을 늘리기 위해서는 근로시간 감소 및 불필요한 야근, 초과근로 감소 등 근로환경 변화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

"남성들의 가족생활 참여 시간을 늘리기 위해서는 근로시간 감소 및 불필요한 야근, 초과근로 감소 등 근로환경의 변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아빠들이 가족생활에 참여하는 것이 단순히 아내 역할의 보조가 아닌, 주도적으로 돌봄에 참여해야 한다는 남편들의 인식의 전환도 돼야 한다."

◇ 육아와 직장, 별개가 아닌 맞물린 사회 돼야

육아를 하고 싶지만 육아가 익숙해질 시간은 없고, 육아를 위한 휴직이나 배려는 없는 악순환의 고리는 어떻게 끊어야 할까.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일가족양립지원센터 이선형 센터장은 "남성들이 자녀양육에 참여하지 못하는 이유는 '양육기술을 몰라서'가 아닌 장시간 근로와 가족친화제도 미비 등의 직장 요인과 남성 양육에 대한 편견 등 사회적 환경의 요인이 크다"고 지적했다.

"아빠 교육 프로그램의 내용 구성을 자녀 연령에 따라 나눠 직장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일·가족 양립 제도 이용 방법을 적극적으로 안내하면 아빠들이 전 보다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좋은 아빠되기' 등의 교육뿐만 아니라 맞벌이 가구와 워킹대디의 일·가족 양립의 중요성을 환기시킬 수 있는 내용을 담은 교육을 추가하는 방안도 제안한다."

또한 이 센터장은 아빠뿐만 아니라 어릴 때부터 일·가족 양립을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돌보는 아빠, 일하는 엄마'를 가시화 할 수 있는 교육이나 활동 콘텐츠를 개발해 성평등한 가족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물론 제도적으로, 인식 또는 문화가 빠른 시일 내에 변하는 것은 쉽지 않다. 육아하는 아빠로 '계란찜 아빠, 꼬막 남편'를 집필하고, 아이조아 아빠교실 강사로 나선 탁경국 변호사는 "일·가족 양립 제도가 갖춰지고 자리 잡기 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만큼 아빠 스스로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근로시간을 줄이거나, 육아휴직 등을 얻는 것은 개인의 의지로는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개인적인 의지로도 가정에 투입할 수 있는 시간은 충분히 만들 수 있다. TV시청 시간을 줄여 가족간 대화를 늘린다거나, 음주시간, 골프시간을 줄여 아이를 돌보는 시간을 늘릴 수 있다."

이어 탁 변호사는 "조직의 충성도에 좋지 않은 평가를 받아 경쟁에서 도태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가정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함으로써 얻는 장점도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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