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매, 꼭 들어야 할까?
사랑의 매, 꼭 들어야 할까?
  • 칼럼니스트 권성욱
  • 승인 2016.08.22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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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낼 때도 아이의 인격을 지켜주는 것이 중요해

[연재] 일 가정 양립을 꿈꾸는 워킹대디의 육아칼럼

"아이는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 vs 사랑하는 자식일수록 매를 아끼지 말라"

예로부터 엄부자모(嚴父慈母)라는 말이 있다. 어머니가 사랑으로 자식을 대하는 존재라면, 자식에게 부모로서의 권위를 바로 세우고 엄격하게 가르쳐 올바른 인성을 갖춘 한 사람의 인간으로 만드는 역할은 아버지에게 있다는 의미이다.

물론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얘기다. 노동시간이 짧고 아버지가 가정에서 양육에 직접 동참할 수 있었던 과거 농경사회라면 몰라도, 고도 성장기를 거치는 과정에서 우리 대다수 아버지들은 세계적으로도 유례없을 만큼 살인적인 업무에 시달리며 생계를 꾸려나가기도 급급했다. 서로 같이 하는 시간이 별로 없다보니 아버지는 자녀를 이해하지 못하고 자녀도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했다. 오죽하면 자녀가 성공하려면 할아버지의 재력과 어머니의 정보력, 그리고 아버지의 무관심이라고 하겠는가.

하지만 근래에 들어 우리 사회도 점차 서구식 가치관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과거와 달리 젊은 아버지들은 '집단'보다는 '나'를 우선시한다. 따라서 예전처럼 조직에 충성하고 승진에 매달리기보다는 내 가정, 내 가족의 행복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퇴근 후 집에 오면 아내가 들고 오는 밥상에 신문을 펼친 채 밥을 먹고 그 옆에서 자녀들이 눈치를 보던 것이 이전 아버지 세대의 모습이라면, 지금은 자녀들과 함께 저녁상을 차리고 집 앞에서 자녀들과 배드민턴을 친다. 이른바 '스칸디 대디'라 하여 권위적이고 군림하는 아버지 대신 친구같은 아버지, 격의 없는 아버지 상이 강조되고 있다.

ⓒ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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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육아 참여가 늘어나면서 그만큼 아버지들의 고민과 갈등 또한 늘어나고 있다. 성장 과정에서 아버지 역할을 제대로 배울 기회는 없다보니 주변의 선배 아버지로부터 조언을 얻거나 인터넷, 육아책을 참고하지만 공부하면 할수록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 그만큼 정보는 넘쳐나는데 제대로 된 멘토는 없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종종 이런 질문을 받는다.

"아이가 잘못을 저질렀을 때 부모가 사랑의 매를 드는 것은 옳은가요?"

참으로 어려운 질문이다. 과연 누가 여기에 대답할 수 있을까.

'사랑하는 자식일수록 매를 아끼지 말라'는 것이 수천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동양식 육아 철학이라면, 요즘 말하는 '꽃으로도 아이를 때리지 말라'는 것은 아동 인권이 본격적으로 강조되기 시작한 20세기 후반 이후의 서구식 육아 철학이다. 어느 쪽을 따를지는 개개인의 가치관 문제이지, 이쪽이 옳고 저쪽이 그르다고 도식적으로 얘기할 수는 없다.

또한 아무리 탈권위 시대라고 해도 부모와 자녀는 유별한 존재이다. 친구같은 아버지라고 진짜 친구가 되는 것은 아이를 위해서도 좋은 것은 아니다. 학교에서 교사의 권위가 무시되면 학교의 기강이 무너지듯, 가정에서도 부모의 권위는 필요하다. 권위주의와 권위는 엄연히 다르며, 어떤 조직이건 그 조직이 규율과 질서를 유지하려면 상하의 위계와 권위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어떤 식으로 세울 것인가에 있다.

물론 여섯살 딸 아이를 가진 나의 지론은 어떤 경우에도 매를 들어서는 안된다는 쪽이다. 여기에는 꼭 물리적인 도구가 아니라 언어적 폭력, 인격적 모독도 포함한다. 비록 아이는 미성숙한 존재이며 부모의 보호를 받아야 할 존재이지만, 부모의 소유물이 아닌 독립된 인격체로서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아이가 어긋난 행동을 했을 때 그것을 바로잡아 주어야 하는 것 또한 부모의 역할이다. 아이에게 매를 들지 않겠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나 혼자의 결심일 뿐, 세상 모든 부모가 반드시 따라야 할 만고불변의 진리가 될 수는 없다. 어차피 육아는 정답이 없으며 가치관 또한 다르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인격적인 대화로 풀어나가면 된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대다수 부모들로서는 이런 도덕 교과서 같은 얘기는 현실과 동떨어진 소리라고 코웃음 칠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이 말하는 것처럼 서로 "인격적인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부모도, 아이도 자기 표현력, 냉철한 판단력, 감정 조절 등 그만한 노력과 충분한 연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10년 이상 경력을 가진 상담 전문가라면 몰라도 일반 사람이 쉽사리 흉내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솔직히 우리가 직장 생활을 하면서, 또는 부부나 친구와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와 갈등이 과연 진솔한 대화 몇 마디로 해결이 되던가. 그런 사람은 거의 없다. 하물며 미숙하기 짝이 없는 아이를 상대로 '대화' 운운하는 사람은 진정한 육아의 고수이거나 아니면 아이를 실제로 키워보지 않은 사람들의 입에 발린 말에 불과하다.

사실 '부모는 아이를 때릴 권리가 있는가'는 문제의 핵심이 아니다. 진짜로 고민해야 할 점은 따로 있다. 나는 지금 왜 매를 들려고 하는지, 매를 들지 않으면 안될 만큼 아이의 잘못이 큰 것인지, 아니면 당장의 내 감정을 참지 못해 아이에게 화풀이를 하는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또 매를 들어서 아이에게 확실하게 겁을 주어야 나의 권위가 서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가에 대해서 말이다.

매의 가장 큰 문제점은 맞는 쪽은 수동적으로, 때리는 쪽은 타성적으로 만든다는 것에 있다. 그나마 아이가 어릴 때에는 회초리 한대만 때려도 맞은 아이 이상으로 때린 부모의 마음이 더 아픈 법이다. 하지만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만성이 되면 그런 마음조차 사라진다. 잔소리도 하면 할수록 는다고 하듯, 부모는 더 이상 훈육이 아니라 "너는 맞아도 싼 존재"로 여기게 되고, 아이 또한 "맞을 짓을 해서 맞는다"가 아니라 "우리 부모는 나를 미워하기 때문"이라고 여긴다. 바로 이게 '매'의 문제점이다.

물론 아이를 키우다보면 정말 매를 들지 않으면 안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매를 들기 전에 이 점을 한번 더 생각해 봐야 한다. 내 감정을 풀기 위함이 아니라 아이에게 무엇을 잘못 했으며 그것을 가르치고 교정하기 위함이라는 사실을. 만약 이것을 잊어버린다면 매는 훈육이 아니라 가정 폭력일 뿐이다.

조선 시대 명문 사대부 집안에서는 매를 아끼지 안되, 언제 어떻게 들어야 하는지를 분명히 했으며 아이에게도 왜 맞는지를 가르쳐 스스로 반성케 했다. 사랑하는 자식일수록 매를 아끼지 말라고 말할 수 있었던 이유 또한 부모가 자녀를 가르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역시 매를 들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하기 앞서서 이 사실부터 돌아보아야 한다.

매를 들더라도 너무 어린 아이에게는 훈육의 효과가 없으며 단지 공포심을 주는 것에 불과하다. 아이는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부모가 왜 화를 내고 있는지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 판단 능력이 없다. 단지 매의 아픔과 부모가 주는 공포 분위기가 무서울 뿐이다. 따라서 화풀이로 때리는 부모의 매는 자칫 아이의 자신감 상실과 트라우마로 이어질 수도 있다. 적어도 초등학생 이상 되었고 사리 분별을 어느 정도 할 수 있는 아이에게 매를 들어야 효과가 있는 법이다.

물론 최고로 좋은 방법은 뭔가 잘못을 저지르고 잔뜩 겁에 질린 아이에게 굳이 회초리를 들어서 혼쭐을 내는 대신, 별일 아닌 것처럼 꼭 안아주는 것이 아닐까.

*칼럼니스트 권성욱은 울산 토박이이면서 공무원으로 13년째 근무 중이다. 36살 늦깎이 총각이 결혼하자마자 아빠가 되었고 집사람의 육아 휴직이 끝나자 과감하게 직장에 육아 휴직계를 던져 시한부 주부 아빠로서 정신없는 일 년을 보냈다. 현재 맞벌이 집사람과 함께 가사, 육아를 분담하며 고집 센 다섯 살 딸아이의 수발들기를 즐기고 있다. 인생에서 화목한 가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려고 항상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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