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인간과 냉동배아
냉동인간과 냉동배아
  • 칼럼니스트 이희준
  • 승인 2016.08.12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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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관 아기 시술, 신선배아이식과 냉동배아이식의 차이점

[연재] 이희준 교수의 난임 클리닉

차의과대학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여성의학연구소(불임센터) 이희준 교수. ⓒ이희준
차의과대학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여성의학연구소(불임센터) 이희준 교수. ⓒ이희준


영화 '이디오크러시(Idiocracy, 2006)'를 보면 조바우어스라는 주인공이 군 기밀 실험 대상자로 뽑히면서 1년 동안만 동면 후 깨어나게 하는 실험에 참여하게 된다. 그러나 실수로 500년간 냉동인간으로 보관된 후 다시 깨어나게 되는데, 500년 후에 깨어난 인간이 완전히 다른 미래 세계에 살면서 발생하는 좌충우돌 사건들을 이 영화는 코믹하게 엮고 있다. 영화 '이디오크러시' 외에도 냉동인간을 소재로 한 영화들은 지금까지 여럿 개봉되었는데, 현재에는 영화에서뿐 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냉동인간 실험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

미국 앨코르(Alcor)라는 생명 연장 재단에서는 현재 100여 구 이상의 냉동 인간 또는 인간의 장기가 보관돼 있고, 사망 시 본인의 시신을 냉동하겠다고 예약한 사람도 1000여 명 이상이 된다고 한다. 그러면 냉동한 시신을 해동하면 다시 소생할 수 있을까? 아쉽지만 아직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비슷한 분야에서 인간 세포 단위의 냉동과 해동의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있으며 임상적으로 실제로 많이 이용되고 있다. 시험관 아기 시술 중에 난자, 정자 및 배아 냉동을 통해 우리는 벌써부터 난임 부부들의 임신을 위한 냉동 및 해동 기술을 의학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특히 난자와 배아의 급속 냉동(vitrification) 및 해동 기술의 발달로 인해 해동 후 난자 및 배아의 생존율은 현재 90% 이상이다. 이에 결혼 계획이 없는 늦은 미혼 여성을 위한 난자 냉동 기술과, 난임 부부에서의 시험관 아기 시술을 통한 임신율을 높이기 위한 배아 냉동 및 해동 기술은 현재 널리 이용되고 있다.

시험관 아기 시술 과정에서 배아의 냉동과 해동은 매우 중요한 절차인데, 그 과정을 보면 생리 2~3일째부터 과배란 유도 주사를 시작하고 대개 생리 11~13일째에 난자채취 후 정자와 수정하고, 3일 배아 배양 또는 5일 배양을 거쳐 자궁 내 배아 이식을 진행하게 된다. 배아 이식 방법에는 신선 배아이식(fresh embryo transfer, Fresh ET)과 냉동 배아이식(Thawing embryo transfer, Thawing ET) 두 가지가 있는데, 이 중에서 난자채취, 수정 및 배양 후 바로 자궁 내 배아 이식하는 것을 신선 배아이식(fresh embryo transfer, Fresh ET)라고 한다. 대부분의 시험관 아기 시술에서는 신선 배아이식으로 진행을 하지만, 최근에는 난자 채취 및 수정에 이어 배아를 3일 또는 5일간 배양 후 바로 자궁 내 이식을 하지 않고 모두 냉동을 하였다가 그 다음 생리 주기에 냉동된 배아를 해동하여 배아 이식을 하는 냉동 배아이식(Thawing embryo transfer, T ET)의 경우가 점차 늘고 있다.

그럼 어떤 경우에 냉동 배아이식을 하게 될까?

첫 번째는 여성이 다낭성 난소 증후군이 있는 경우, 난자 채취 후 난소 과자극증후군이 예상되면 신선 배아이식 대신 냉동배아이식을 하게 된다. 왜냐하면 신선 배아이식 후 임신이 되면 난소 과자극증후군의 증상이 더 악화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난포와 자궁내막의 주기가 맞지 않을 때 (난포 터지는 주사를 맞는 날 혈액 검사에서 혈청 프로게스테론(Progesterone) 값이 1.5 ng/ml 이상일 때) 냉동 배아이식을 준비한다.

세 번째는 배아의 자궁내막 착상률을 높이기 위함이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과배란 유도 주사가 자궁내막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는데, 이는 고용량의 과배란 유도 주사를 맞은 주기에서는 난자 채취 및 수정 후 배아를 바로 이식(신선 배아이식)하지 않는 대신 배아를 모두 냉동해 놓고 그 다음달에 과배란 유도 주사 없이 냉동 배아이식을 진행하면 과배란 유도 주사에 의한 자궁내막의 나쁜 영향을 배제할 수 있어 착상율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원리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제약은 있다. 냉동과 해동에는 추가 비용이 들어가고, 또 해동 과정에서 배아의 손상(damage)이 일부 있을 수 있기 때문. 이러한 부담이 있지만, 최근에는 기술적 발전으로 인해 해동 후에도 90~95% 이상의 배아 생존율을 보이고 있고, 임신율 측면에서 분명한 장점이 있어 신선 배아이식보다는 냉동 배아이식을 진행하는 빈도가 점차 증가하고 있으며, 이러한 경향은 미국이나 유럽 등 전세계적인 추세다.

만약 본인의 시험관 아기 시술에서 냉동 배아이식이 결정됐다면 이는 결코 실망할 일이 아니라, 시간과 비용이 조금 더 들더라도 임신율(착상율)을 높이기 위한 시도다. 이렇듯 냉동 인간의 해동에 있어서는 아직 해결할 기술적 문제들이 많이 남아 있지만, 냉동 배아를 이용한 임신 시도는 우리 생활 가까이에 벌써부터 적용되고 있다.

*칼럼니스트 이희준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과를 졸업했으며,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산부인과 전공의, 생식내분비(불임) 임상강사 수료 후 현재 차의과대학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여성의학연구소(불임센터) 교수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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