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우리 아이가 지켜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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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지아 기자
  • 승인 2016.08.28 18: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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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참사 5주기 추모제 열려

【베이비뉴스 윤지아 기자】

20대 국회가 들어선 이후 국정조사 특위가 구성되고 청문회를 하루 앞둔 시점, 검은 옷차림을 한 사람들이 국회로 모여들었다.

정부와 가해기업의 외면과 싸우며 흘러온 지난 5년을 추모하기 위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유가족들의 발걸음이었다.

이어지는 추모행렬에 금새 가득찬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는 '사망자 853명'이라는 글씨와 5주기 추모제의 주제인 '빼앗긴 숨'이라는 글씨가 피해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더위가 한층 누그러진 28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2016년 5주기 가습기살균제 참사 추모제가 열렸다.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가습기살균제피해자유가족연대,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가 공동으로 주최한 이날 추모제는 5주기를 맞은 만큼 부산, 당진 등 전국의 피해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더 큰 목소리를 냈다.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 5주기 추모식이 열린 가운데 피해자 및 유가족들과 시민사회단체 등 참석자들이 선언문을 낭독한 후 요구사항을 외치고 있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 5주기 추모식이 열린 가운데 피해자 및 유가족들과 시민사회단체 등 참석자들이 선언문을 낭독한 후 요구사항을 외치고 있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이날 추모제는 대금연주가 한충운 씨의 추모공연으로 시작됐다. 추모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가족들은 눈시울을 붉히며 사망자들을 애도했다.

아무것도 모른채 즐거워하는 아이를 꼭 끌어안으며 눈물을 훔치는 엄마부터, 조용히 꽃을 헌화하고 이내 자리를 떠버리는 가족들의 모습들의 모습이 보이는 가운데 시작된 추모제.

이날 추모제 사회를 맡은 환경운동연합 염형철 사무총장은 "아이들에게 깨끗한 공기로 숨쉴 수 있도록 직접 손으로 넣어준 것이 가습기살균제 였다"며 "너무도 안타깝고 불쌍하게 우리 곁을 떠나간 아들, 딸, 어머니 ,아버지, 아내, 남편들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우리를 떠나갔다. 오늘은 우리가 할 일이 무엇인지를 찾는 추모제"라며 말문을 열었다.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강찬호 대표는 5주기 참석한 모든 이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하며 마이크를 잡았다.

"추모제는 올해로 5회를 맞았다. 국회에서는 4번째다. 작년까지만 해도 먼 지방에 사는 피해자들로부터 참가 문의가 오면 무리하지 말라고 이야기 했었는데, 올해는 꼭 와달라고 부탁드렸다. 청문회를 앞둔 시기기도 하고, 피해자들 간 힘을 모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어 강 대표는 "그동안 가습기살균제 문제해결을 위해 각계에서 노력을 많이 해줬다"며 "오늘 추모제는 피해자들끼리 함께하는 행사기 보다도 함께 노력해온 우리사회가 추모제를 진행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날 가습기살균제 참사 경과보고를 맡은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도 "오늘 추모제는 떠난 아이들이 하늘에서 지켜보고 있을 것"이라며 추모제장에 마련돼 있는 가습기살균제 참사 달력에 대해 설명했다.

"무대 위에 재단이 만들어져 있다. 설치된 가습기살균제 참사 달력을 자세히 살펴보면 사망자 853명이 모두 표시돼 있다. 첫 사망자는 1997년부터 있어왔다. 가습기살균제로 인해 숨을 빼앗긴 피해자들이 모두 표기됐다."

최 소장은 "이 사건은 가습기살균제가 만들어진 지난 1994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2011년에 피해 원인이 밝혀졌기 때문에 5주기라고 하지만 실은 94년부터, 참사 22주기가 되는 해"라고 덧붙였다.

또한 이날 추모제에는 국회 가습기살균제 특위 위원들과 가습기살균제 사태 해결을 위해 함께했던 시민단체들도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추모사를 전한 가습기살균제 특위 우원식 위원장은 "가습기살균제 국정조사가 시작되기까지 피해자분들이 얼마나 국정조사를 원했고, 국회가 이 문제를 제대로 다뤄졌으면 하는 염원이 얼마나 컸는지 잘 안다"며 피해자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했다.

우 위원장은 "우리 사회의 안전 불감, 기업의 탐욕, 정부의 무능으로 인해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며 "사태를 바라보면서 어떻게 이렇게 황당한 일이 있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있는 제도만 제대로 실행됐어도 많은 피해자를 내지 않았을 것이라는 안타까운 생각도 든다. 구멍난 제도를 꼼꼼히 채워나가겠다"고 약속했다.

피해자와 시민단체는 이날 5년간의 요구사항을 담은 선언문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3, 4단계 피해자들의 판정 기준을 개선해줄 것과, CMIT/MIT에 대한 수사착수 및 진실규명 등이었다.

추모제의 마지막 순서는 헌화였다. 피해자들은 헌화하며 가습기살균제 참사 달력에 표기된 자신의 가족을 찾으며 끝내 눈물을 참지 못했다. 헌화를 하는 재단 위에는 아기의 사진, 인형, 물총 등 장난감 등의 유품이 놓여있었다. 아기의 백일 사진이 영정사진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던 엄마, 아빠는 그렇게 힘겨운 헌화를 마쳤다.

헌화를 마친 피해자들과 우원식 위원장을 비롯한 특위위원들은 국회부터 옥시 레킷벤키저 본사까지 행진을 진행했다. 행진 도중 여의도 공원을 찾은 시민들에게 가습기살균제 사태를 알리기도 했다. "옥시는 한국을 떠나라!" 등 피해자들의 요구를 외치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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