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사업가로 만든 '아기와의 첫 외출'
엄마를 사업가로 만든 '아기와의 첫 외출'
  • 김고은 기자
  • 승인 2016.10.10 1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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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수연 커넥터스 대표

【베이비뉴스 김고은 기자】

시민들의 발이 돼주는 대중교통은 모든 대중에게 편리한 시설은 아니다. 바퀴 달린 유모차를 끌고 이동하는 이들에게는 특히 그렇다. 서울 시내 지하철 307개 중에 출구, 환승구간, 개찰구와 승강장 사이에 엘리베이터가 없어 유모차가 이용 못 하는 곳만 현재 기준으로 37곳을 훨씬 넘는다. 승강장과 열차 틈이 넓어 안전사고가 우려되는 역을 더하면 사정은 더 나빠진다.

교통약자의 이용을 배려하는 저상버스의 도입률은 전국 평균 21.9%로, 사정이 그나마 좋은 서울(35.5%)과 지방 간 격차가 크다. 국토교통부의 지난해 조사에 의하면 임산부가 가장 많이 이용하는 대중교통수단은 버스(31.5%)가 지하철(3.8%)이나 다른 교통수단에 비해 월등히 많은데, 만족도는 60점에 그칠 만큼 불편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은 상황이다.

교통약자의 대중교통 이용 불편을 몸소 겪었던 한수연(37) 커넥터스 대표는 최근 유모차 이용자를 위한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맘비(Mombi)를 만들어 출시를 앞두고 있다. 국내 유모차 이용자의 육아와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것이 그의 목표다. 교통약자들에게 상징적인 공간으로 통하는 광화문 광장에서 지난 7일 오후 한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한수연 커넥터스 대표가 앉아 있는 계단은 세종문화회관 정면 계단이다. 유모차 이용자는 건물을 한 바퀴 돌아 뒷편으로 가야 세종문화회관에 들어갈 수 있다. 도시계획·건축을 전공한 한수연 대표는 이를 두고
한수연 커넥터스 대표가 앉아 있는 계단은 세종문화회관 정면 계단이다. 유모차 이용자는 건물을 한 바퀴 돌아 뒷편으로 가야 세종문화회관에 들어갈 수 있다. 도시계획·건축을 전공한 한수연 대표는 이를 두고 "웅장한 분위기를 주고자 계단을 많이 설치한 것인데, 교통약자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라고 설명하며 "계단이라면 무조건 앉아 있고 보는 외국인들과 달리,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 계단에 잘 앉지 않는다. 앉아보니 정면에 있는 건물과 경치가 너무 못나서 그런 것 같다"고 농을 섞었다. 이기태 기자 ⓒ 베이비뉴스


◇ 아기와의 첫 외출 경험을 토대로 만든 사업

육아 3년 차의 한수연 대표가 맘비의 사업을 구상한 건 지난해 아기와 함께한 첫 외출 때문이었다. 8개월 된 아기를 디럭스 유모차에 태우고 호기롭게 집을 나섰다가, 약속 장소로 가기 위해 올라야 했던 2호선 건대입구역 승강장 계단에서 한 대표는 어쩔 줄 모르고 한참을 서성여야 했다.

“엘리베이터를 아무리 찾아도 안 보이더라고요. 그날 크게 충격을 받았어요. ‘우리나라에서 보행 약자들이 마음 놓고 외출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구나’ 하고요. 얼마 후에는 출산 전 다니던 카페에 유모차를 끌고 갔다가 그제야 그 집 출입문 턱이 높은 걸 알았어요. ‘대체 유모차로 편하게 갈 수 있는 곳은 어디지?’하고 생각하다가 맘비의 서비스를 구상하게 됐습니다.”

맘비를 만들겠다고 생각하고 실행에 옮기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엄마로서, 또 보행 약자로서 느낀 점을 반영해 콘텐츠를 만들자니 의욕만큼 일이 술술 풀렸다. 한 대표를 포함한 국내 이용자들의 사례, 국외 서비스와 사례를 연구한 끝에 사업계획서를 만들었고 미래창조과학부 K-Global 스타트업 프로젝트의 지원까지 받아 사업에 날개를 달게 됐다.

“전문적인 분야에서 오랫동안 공부하고 일을 했는데도 출산, 육아 시기를 거치는 동안 자신감을 잃게 되고 위축되더라고요. 다른 엄마들도 똑같은 말들을 많이 해요. 아기를 키우면서 드는 감정이나 생각이 사업으로 발전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꼭 도전해봤으면 좋겠어요. 정부나 여러 기관에서 여성들에게 기회를 많이 주고 있거든요.”

◇ 지치고 찌들어있는 엄마들을 바깥으로 끌어내는 서비스

맘비는 엄마(Mom)와 좀비(Zombi)를 결합한 최근 미국에서 유행 중인 합성어다. 아리따웠던 아가씨가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 좀비처럼 퀭한 눈에 축 늘어진 몸으로 다니는 육아맘이 된다는 뜻으로 통한다.

“우리나라 육아맘들이 육아를 어려워하는 것처럼 미국 육아맘들도 스스로를 맘비라고 부를 만큼 육아 부담을 크게 느끼거든요. 모두 엄마는 처음 해보는 거니까요. 육아를 어려워하는 건 전 세계가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서비스 개시일을 20일 남짓 남겨둔 맘비는 한수연 대표가 직접 큐레이션한 ‘유모차가 가기 좋은 길’을 추천하고 안내하는 기능을 갖췄다. 오늘 추천하는 길이 광화문 D타워라면 출발지에서 도착지까지 편의시설 상황이 어떤지, 지하철은 어느 문에서 탑승해야 좋은지, 목적지로 향하는 길에 흡연구역이 어디 있는지, 날씨는 어떨지 등을 알려주는 식이다.

아직은 모든 기능이 완성된 건 아니지만 점차 서비스를 확대해 국내 최초이자 최고의 유모차 최적화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것이 한 대표의 계획이다. 향후 이용자가 직접 시설 관련 게시글을 올리고 장소 평가와 후기를 남겨 다른 이용자와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티로서의 역할도 계획 중이다.

오는 30일에는 서울시가 주최하고 베이비뉴스가 주관하는 '제4회 유모차는 가고 싶다'에 참여해 엄마들을 만난다. 맘비의 취지와 꼭 맞는 행사를 너무 적절한 시기에 만나 놀라울 정도라며 한 대표가 미소를 띄었다.

“지금 너무 행복해요. 제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일로 다른 사람에게 유용한 서비스를 만들 수 있게 되니까요. 맘비는 엄마와 엄마들이 육아에 지쳐서 찌들어있지 않을 수 있게 도와주고 싶어요.”

◇ 엄마들에게 추천하는 유모차로 가기 좋은 길

“유모차로 가기 좋은 길을 추천해달라”는 말에 한수연 대표가 꼽은 장소는 광화문이다. 우리나라 역사를 대표하는 시설이 모여 있는 광화문에서 이날 한 시간여 동안 열 명이 넘는 유모차 이용자, 휠체어 이용자, 임산부 등 교통약자를 마주쳤다.

- 경로
경로는 경복궁역 3호선에서 광화문 D타워까지, 거리는 2km이며 유모차와 동반 도보하면 약 50분이 걸린다. 경복궁역 승강장 6-3(독립문 방면) 혹은 5-3(안국역 방면)에서 엘리베이터 탑승 후 지하 1층 대합실 이동, 5번 출구 방향 엘리베이터 탑승 후 지상 진입한다.

- 편의시설(수유실)
5호선 광화문역, 경복궁 안내소 뒤편, 세종문화회관 지하 1층, 해치마당 기념품 가게 옆, 역사박물관 1층 로비 뒤편, 교보문고 유아 서적 코너

- 편의시설(기저귀 교환대)
3호선 경복궁역 여자화장실, 5호선 광화문역 여자화장실, 시민 열린마당 다목적 화장실, 광화문 D타워 1층 장애인 화장실

- 편의시설(유모차 대여)
3호선 경복궁역 고객센터, 경복궁 입구 안내소 및 민속박물관, 역사박물관 1층 안내데스크, 세종이야기 전시관 안내데스크, 교보문고 안내데스크

- 유모차 진입 가능 식음료점
세종문화회관 지하 1층 식당가, 더케이트윈타워 지하 식당가, 광화문 D타워 리플레이스, 교보문고 지하 1층, 대한민국역사박물관 3층 커피숍, 세종문화회관 지하 1층 커피숍, 더케이트윈타워 1층 커피숍, 교보문고 지하 1층 커피숍

- 유모차 진입 가능한 문화 시설
광화문 광장, 경복궁, 세종 미술관, 세종·충무공이야기 전시관(지하2층), 해치마당,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교보문고, 고종즉위 40년 칭경 기념비, 광화문 D타워 1층 유니클로, 세종 예술의 정원, 더케이트윈타워 플라워가든

- 유의해야 할 시설
KT 건물과 교보문고 사이 고 박인환 시인 생가 터 표석 부근에 흡연구역이 아니지만 사람들 수 십 명이 모여 담배를 피우는 흡연구역이 있어 지나갈 때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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