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오재원 교수의 '우리 아이 튼튼하게'
가을이 되면 독감 예방주사를 맞으러 병원에 방문하는 사람이 증가한다. 최근에는 아이들이 맞아야 하는 예방접종 수도 참으로 다양해 아이 엄마들이 다 기억하기 어려울 정도다. 아이가 꼭 맞아야 하는 기본 접종 외에도 추가로 해야 하는 접종까지 합하면 10가지가 넘는다.
결핵을 예방하는 BCG, 디프테리아, 백일해, 파상풍, 소아마비 등을 예방하는 DPT, 홍역, 볼거리 등을 예방하는 MMR, 수두예방, 폐렴균 예방, 뇌수막염 예방, 뇌염 예방 등이 거의 기본적으로 맞게 되고 최근에는 로타바이러스 예방약도 출시되어 시판되고 있다.
그야말로 세균을 박멸해 거의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아이 몸에 들어올 일은 거의 없게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실제로 1960~70년대처럼 세균 감염이 심각해 소아 중환자실로 가거나 그로 인해 사망하는 경우가 많이 줄은 것도 사실이다.
최근에는 선천성 심장질환이나 선천성 유전질환을 가진 아이들도 거의 없을 정도다. 아예 낳기 전부터 산전검사를 통해 질환이 있을 경우 유산 하거나 미리 처치해 기형아가 출생하거나 선천성 질환을 가지고 나올 확률을 훨씬 줄이게 됐다.
이렇게 되다 보니 감염성질환이나 선천성질환이 줄어든 반면 알레르기질환이나 자가면역 질환, 선천성 면역결핍질환 등 면역질환이 점차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요즘 아이들을 보면 흙을 만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 아침에 유치원 버스를 타고 유치원에 가서 실내에서 놀다가 다시 버스를 타고 집에 오면 TV를 보거나 방에서 공부를 하다가 잔다. 그리고 학원에 다녀오면 다시 손을 씻고 자기 전에 다시 씻고 이를 닦고 자는 아이가 '모범적인 어린이'로 정의된다.
밖에서 축구나 야구를 하다가 들어오면 바로 목욕을 하거나 세수를 한다. 학원에서나 집에서도 햄버거나 피자 등 패스트푸드나 과자 등 인스턴트식품을 사 먹는 경우도 많다. 아파트에서는 침대나 천 소파를 사용하고, 아이가 다치지 않게 카펫이 깔려 있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실은 이 모든 것들이 알레르기를 유발하거나 더 악화시키는 요소들이다. 이를 ‘위생 가설’이라고 한다. 즉, 너무 깨끗한 환경이 세균에 의한 감염성 질환을 감소시켰지만 알레르기질환이나 자가면역 질환 등 면역성 질환과 당뇨, 고혈압과 같은 성인병 등 내분비계 질환이 어린 아이들에게까지도 많이 발생할 수 있게 된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래서 최근에는 너무 실내에서만 끼우지 말고 좀 더 느리더라도 집에서 밥을 해 먹이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소아청소년과 클리닉이나 병원에서는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들이 예방접종을 하면 알레르기가 심해지거나 두드러기 같은 전신질환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이유로 예방접종을 하기를 꺼려하는 부모를 자주 보게 된다. 때문에 아이 부모들도 예방접종을 회피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물론 그 생각도 맞다. 실제적으로 예방접종 후에 발진이 나타나거나 열이 나는 경우도 많이 있다. 볼거리 예방주사 등과 같은 일부 예방주사를 만드는 과정에서 계란흰자에 있는 성분을 이용하여 배양해 예방시약을 제조하기 때문에 특히 계란알레르기가 있는 경우 일부 환자는 알레르기반응을 겪을 수 있다.
그러나 그 확률은 극히 미미하다. 외국 연구를 보면 100만 명이 맞을 경우 2~3명 정도에서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에게 독감예방을 맞춘다는 것이 100% 안전하다고 말 할 수 없다. 그래서 알레르기 환자가 예방접종 시에는 알레르기클리닉이 있고 응급조치를 취할 수 있는 병원에서 미리 예방시약에 대한 알레르기 피부시험을 실시해 미리 부작용 가능성여부를 알아보고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좋다.
*칼럼니스트 오재원은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소아청소년과 교수로서 현재 한양대학교구리병원 과장으로 재직 중이다. 해외 논문 50여편과 국내 논문 110여편 발표하였고, 저서로는 '꽃가루와 알레르기', '한국의 알레르기식물' 등 10여 권이 있다. 특히 소아알레르기 면역질환 및 호흡기질환을 전문으로 하고 있으며, 대한소아알레르기호흡기학회와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에서 학술, 교육, 총무, 국제이사 등을 역임하였고, 세계알레르기학회 기후변화위원회, 아시아태평양알레르기학회 화분위원회 위원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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