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정가영 기자】
[연재]정가영의 MOM대로 육아
"쯧쯧. 뭔놈의 핸드폰을 저렇게 보여주냐? 애는 뒷전이고 지들끼리 신났네, 신났어."
신혼 초 식당에서 저녁을 먹는데 한 아주머니의 혀 차는 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인가 싶어 주위를 둘러보니, 옆 테이블에서 식사 중인 부부와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보였다. 스마트폰 화면 속 뽀로로에게 한껏 빠진 아이는 얌전하게 엄마가 넣어주는 이유식을 잘도 받아먹었다. 그 모습을 지켜본 다른 테이블 아주머니가 아이 모습이 안쓰럽다는 듯 한소리 한 것이다.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신경쓰였는지 엄마는 얼른 볼륨을 줄이는 것 같았다. 겨우 두세살 정도 된 아이가 핸드폰에 빠져도 괜찮을까 괜히 걱정스러웠다. '나는 애 낳으면 최대한 천천히 보여줘야지'라고 다짐하기도 했다.
지금 내 아이 태어난 지 17개월 2일째. 우스갯소리로 엄마 입에서 '숫자 18'이 절로 나온다는 18개월이 가까워져서 그럴까? 온갖 짜증을 부리는 아이때문에 진심 도를 닦는 기분이다. 호기심도 왕성하고 엄마, 아빠 하는 건 다 따라하고 싶어서인지 요구사항도 많다. 활동량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넘쳐난다. 주말에는 가급적 야외활동을 하게 되는데, 점심시간만 되면 눈 앞이 캄캄해진다. 아이와 함께 식당을 찾는 건 가장 피하고 싶은 일이지만, 밥 먹으러 집으로 다시 돌아갈 수도 없지 않은가? 이맘 때 아이에게는 식탁이 있는 식당이든, 방이 있는 식당이든 상관없다. 어느 곳이든 한바탕 소란이 일어날 것이다. 그나마 사람 없는 시간, 사람 없는 식당을 찾아나선다.
자리를 잡으면 우리 부부는 온 신경을 집중한다. 유아의자가 있는 식당이라면 '유아의자에 잘 앉아 있을지', '바닥에 음식을 던지지는 않을지', 방이 있는 식당이라면 '수저통과 물컵을 쥐고 흔들지는 않을지', '옆 테이블에 가서 방해하지는 않을지' 온갖 걱정이 밀려온다.
잠깐은 괜찮다. 새로운 장소에 대한 호기심에 아이 기분이 좋다. 견딜만하다. 하지만 몇 분 사이 아이는 곳곳의 장소를 탐색하고 싶어 난리고, 우리 부부는 그런 아이를 잡고 달래느라 애를 먹는다. 음식이 나오면 어떤가? 엄마, 아빠가 먹는 음식은 죄다 먹고 싶어하고 만지고 싶어서 안달이다. 물론 아이에게도 줄 수 있는 음식 위주로 찾아가지만 한계가 있다. "그렇게 하는 거 아니야~"하면 소리를 지르고 울며 발랑 누워버린다. 출산 후 아이와 집에 있으면서 식사 시간이 5분을 넘긴 적이 별로 없는데, 식당에서는 5분이 뭔지. 1분 1초도 한눈을 팔 수가 없다.
우리 부부야 밥이 코로 들어가든 입으로 들어가든 정신 없이 식사해도 괜찮다. 하지만 옆 테이블의 사람들이 무슨 죄인가? 괜한 민폐를 끼치는 것 같아 "죄송하다"는 말을 연신 하다가 한계에 다다르는 것 같으면 남편이 신호를 보낸다.
"그냥 틀어줄까?"
그럼 나는 체념한 듯 휴대폰을 꺼내고 포털사이트 창을 연 뒤 '무료동요듣기'를 검색한다. 그리고 19분 정도 분량의 동영상을 클릭한다. '하늘이와 바다.' 동요를 부르는 캐릭터 이름인 것 같은데, 위급 상황의 처방약 같은 존재로 느껴진다.
휴대폰 보여주는 것만은 정말 피하고 싶었다. 최대한 늦게 보여주고 싶었고 밥상 앞에서는 틀어주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목욕 후 자꾸 도망가는 아이에게 로션을 발라주고자 달래기용으로 잠깐 틀어줬던 동영상이 아이의 마음을 강탈했다. 그리고 식당에서도 아이의 입막음용 노릇을 톡톡이 하고 있는 것이다.
주변 사람들이 우리 부부와 아이를 어떤 시선으로 볼지 이미 알기에 죄인인 것 마냥 후다닥 밥그릇을 비우고 나온다. '스마트'한 육아를 하고 싶었는데, 어쩔 수 없이 '스마트폰' 육아를 할 때가 있다. 어쩔 땐 뽀로로나 하늘이와 바다에게 감사하다가도 '내가 뭘 하고 있는지' 마음이 착잡해진다. 마냥 부모 편하자고 아이 앞에 휴대폰을 들이미는 건 아니라는 사실만 알아줬으면 좋겠다. 휴대폰을 들이미는 부모 마음도 편하지만은 않다.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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