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이희준 교수의 난임 클리닉
1978년 영국에서 세계 최초의 시험관 아기가 태어났을 때에는 자연주기 시험관 아기 시술을 이용했습니다. 가임기 여성은 보통 한 달을 주기로 생리를 반복하는데, 한 번의 생리주기에는 한 개의 난자만 배란이 됩니다. 이 때 이 하나의 난자를 배란 직전 체외로 채취해서 정자와 수정시킨 후 다시 자궁 내 배아 이식을 시행한 것이 자연주기 시험관 아기 시술입니다.
자연주기 시험관 아기 시술은 조기 배란의 위험성이 높아 난자 채취의 실패율이 높고 임신율도 낮은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난자 채취 전에 조기 배란이 일어나면 난자를 채취할 수 없으므로 임신 시도조차 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즉, 난자채취 전에 조기 배란을 억제할 수 있다면 임신율은 훨씬 좋아질 것입니다. 보통은 생리 주기 12~14일째 사이에 배란이 일어나는데 배란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황체형성호르몬의 급증(Luteinizing hormone surge, 이하 LH surge)이 생겨야 합니다. 이러한 LH surge를 미리 방지할 수 있다면 조기 배란도 억제할 수 있고 임신율 향상도 기대할 수 있으니, 이 때 개발된 약이 조기배란 억제제입니다.
조기배란 억제제 외에도 과배란 유도 주사제가 개발, 한 번의 생리 주기에 여러 개의 난자를 채취할 수 있게 되어 현재와 같은 과배란 유도 시험관 아기 시술 체계가 완성됐습니다. 조기배란 억제 주사제의 종류에 따라 과배란 유도 시험관 아기 시술을 장기요법과 단기요법으로 구분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자연주기 시험관 아기 시술에서 조기 배란의 단점을 보완하고자 처음에는 장기요법으로 성선자극호르몬 유사제(GnRH agonist)가 먼저 개발됐는데, 이 주사제는 사용기간이 길고 비용이 많이 들며 난소 과자극 증후군의 위험성이 높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이에 단기요법으로 성선자극호르몬 억제제(GnRH antagonist)가 개발돼 약제 사용기간을 단기간으로 줄일 수 있었고 난소 과자극 증후군이나 비용적 측면에서 장점을 가지게 됐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전체 시험관 아기 시술의 대부분을 단기요법 시험관 아기 시술로 시행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단기요법에 비해 장기요법의 장점은 전혀 없는 건가요?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현재 대부분의 시험관 아기 시술을 단기요법으로 진행하고 있지만 장기요법을 시행했을 때는 과배란 유도 시에 여러 개의 난포의 크기가 고르다는 장점이 있고, 단기요법에 비해 난자가 1~2개 이상 더 많이 채취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현재는 대부분 단기요법이 주를 이루고 있으나 난포의 크기가 서로 크게 차이가 나거나 채취되는 난자의 개수가 부족한 젊은 환자의 경우에는 장기요법을 쓰기도 합니다.
*칼럼니스트 이희준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과를 졸업했으며,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산부인과 전공의, 생식내분비(불임) 임상강사 수료 후 현재 차의과대학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여성의학연구소(불임센터) 교수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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