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워킹맘의 일과 육아 저글링, 어떻게 할 것인가
이제 사회생활 15년 차. 그러나 워킹맘으로는 겨우 4년 차인 30대 후반의 워킹맘인 나. 평범한 하루를 보내던 어느 순간, 갑자기 에너지가 떨어지는 때가 있다. 일터에서 오전까지 분명 회의하고, 카운터파트와 신경전도 벌이고, 보스에게 새 프로젝트에 대한 플랜과 기대를 야심 차게 어필했을 오후 3시까지 분명히, 분명히 멀쩡했었는데….
갑자기 에너지가 꼴딱 떨어져서 이메일에 회신할 힘조차 없는 때가 있다. 자리에 앉아 급히 홍삼진액을 찾거나 책상 위에 굴러다니던 사탕이나 초콜릿을 입에 욱여넣는다. 마치 당이 떨어진 중증 당뇨환자가 당을 찾든 마지막 힘을 다 해 당분을 찾는 듯한 상황과 흡사 비슷하다.
그래서 기운이 돌아오면 그나마 다행. 그렇게 해도 기운이 안 돌아오면 겨우 전화를 받고, 오늘 안 하면 큰일 날일들만 간신히 처리하고 좀비처럼 집에 기어서 퇴근한다.
어느 주말에는 그런 일도 있었다. 분명히 아이랑 잘 놀았었는데, 주중에 얼굴 볼 시간이 많지 않아 늘 미안한 마음이라 주말 아침에 심기일전해 파이팅 넘치게 아이랑 놀이터에서도 잘 뛰어놀았고, 틈틈이 밥도 챙겨 먹고 이런저런 디저트도 먹었을 때만 해도 분명히, 정말 분명히 멀쩡했었다.
근데 슈퍼마켓에서 장보고 돌아고는 길에 갑자기 에너지가 떨어지고 말았다. 하필이면 이런 때에 어디에 앉을 곳조차 마땅치 않아 아이와 함께 동네 거지처럼 바닥이나 계단에 앉아 방금 슈퍼마켓에서 장본 것들 중 몇몇 아이템을 꺼내서 주섬주섬 먹었던 거지 모녀의 기억도 있다.
누가 나를 어떻게 보든 신경 쓸 힘조차 없는 날, 그나마 뭔가를 욱여넣고 기운을 차리면 그제야 지나가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는데 가끔 우리 모녀를 흘끔 보는 것이 아마 왜 저러고 앉아있나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이 요즘 자주 찾아온다. 에너지가 정말 한순간에 꼴딱 떨어진다. 평소에 카페인과 당 그리고 비타민과 강장제로 연명하던 에너지가 예고 없이 꼴딱…. 그리고 에너지가 떨어지면 당연히 의욕은 동시에 실종되고, 방금 전까지 분명 타올랐던 나의 일과 육아 그리고 일상에 대한 열정까지 '이게 다 뭔 의미인가~'로 스리스리 사라지는….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제 6개월 뒤면 앞자리가 바뀌는 결코 젊지 않은 워킹맘에게 힘이 넘칠 리도 없다. 그러나 늙은 엄마라고 일이나 육아가 줄어드는 것도 아니고, 아이가 그걸 이해할 정도로 성숙한 나이도 아니다 보니 결국 에너지가 꼴딱 떨어지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고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쓰는 것만이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느 날은 일이나 어떤 상황에 오랜만에 흠뻑 빠져 토론에 열정적으로 참여했다가 오후에 꼴딱 에너지가 안 남느니 차라리 말을 아끼고 들을 것을 그랬다 싶기도 했다.
아이가 없던 시절에는 꼬인 이슈도 야근이나 철야 한 번 하고 나면 어느 정도 해결됐는데 이제는 그런 식으로 몸을 던졌다가는 회복하는 데만 일주일이 걸리니 현실을 철저히 인식해야 할 때이다. 이게 무슨 에너지 조울증도 아니고 안타깝다 싶으면서도 그것을 관리하는 것이 바로 노화와 함께 워킹맘의 생존을 보존하는 유일한 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는 어느 오후 4시에 적어본다.
*칼럼니스트 김신희는 초보 워킹맘의 일과 육아 고군분투기 ‘워킹맘의 딸’의 저자이며 14년 차 직장인이자 네 살 된 딸을 키우는 엄마다. 일하느라 결혼 7년 만에 아이를 낳고 다시 복귀해 치열하게 일하고, 아이를 키우고 있다. 아이의 성장과 동시에 스스로도 성장하고 싶은, 그래서 행복하기도 하지만 괴롭기도한 이 시대의 전형적인 워킹맘. ‘워킹(Working)’으로는 오랫동안 경영 컨설턴트였고, 지금은 외국계 소비재 회사의 디지털마케팅팀 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맘(Mom)’으로서는 꿈이 엄마이자, 육아좀비, 그리고 동네 아줌마다. 사람들 만나기를 좋아하고 이야기하기를 좋아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살아가는 이야기, 함께 하고싶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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