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유도분만' 둘째 자연분만 출산기
'1박2일 유도분만' 둘째 자연분만 출산기
  • 칼럼니스트 정옥예
  • 승인 2012.01.11 11:38
  • 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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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촉진제 투여, 폭풍진통 30분만에 극적인 자연분만
[연재] 지안이 엄마의 좌충우돌 육아일기

 

◇ 37주 4일 = 산부인과 정기검진. 뱃속 아기가 3.6~3.8kg이라고 하신다. 40주까지 있다가는 4kg을 넘길 것 같다는 의사선생님의 말씀. (첫째는 38주 5일 자연분만으로 3.34kg으로 출산했다.) 아기를 더 키우면 자연분만을 못할 수도 있으니 38주 3일 되는 1월 4일날 유도분만을 하자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엄마의 선택사항이니 남편과 충분한 상의 후에 결정하라고 하셨다. 그때까지만 해도 첫째도 병원에 도착해서 3시간 30분 만에 자연분만했기 때문에 둘째는 아무 걱정 없었다. 선배 엄마들의 후기를 봐도 둘째는 굵고 짧은 진통으로 금방 출산 할 수 있다고 해서 유도분만을 굳이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전혀 나와는 상관없을 거라고 여겼던 유도분만. 후기를 찾아보니 유도분만이 자연분만보다 더 지치고 실패할 시 제왕절개율이 높다고 했다. 첫째를 자연분만했는데 둘째를 제왕절개 한다면 얼마나 억울할까? 겁이 많은 나는 손가락 끝만 베어도 자지러지는데. 하지만 둘째라 몸도 힘들고 막달까지 가면 제왕절개 할 수도 있다는 말에 유도분만을 하기로 결심했다.

 

◇ 유도분만 예약날짜는 1월 4일 오전 8시 = 하지만 날짜를 잡아놓고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그 전에 진통이 와서 부디 자연분만 하기를. 38주부터는 조산이 아닌 정상분만으로 보기 때문에 이제 언제든 나오기만 하라고 기도했다. 12월에 아기가 나올까봐 운동도 한번 안했는데 유도분만 날짜를 잡고 1월 2일날 동네 한바퀴 도는 운동을 처음 했다. 다음날 아기가 나오길 간절히 바라면서.

 

◇ 1월 3일 오전 8시 30분 = 윗배가 살살 아프다. 조금 있다가 보니 끊어질 듯 아프다. 얼른 샤워를 하고 머리를 감고 미리 준비한 출산가방을 챙긴다. 간격은 없다. 그냥 계속 쥐어틀듯이 아프다. 첫째 때 경험해보았기 때문에 왠지 진통이라는 느낌이 온다. 밥도 못먹고 시부모님과 큰애와 함께 산부인과로 향했다. 병원 도착까지 30분. 배가 너무너무 아프다.

 

◇ 오전 11시 = 병원 도착. 내진을 해보시더니 5~6cm 열렸다고 하신다. 촉진제를 맞고 얼른 출산하자고 하신다. 배가 너무 아픈 나는 정신이 없다. 가족분만실로 가서 태동기를 몸에 부착하고 촉진제를 맞기 시작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30분이면 아기 낳을 줄 알았다. 그런데 이상하다. 자궁수축은 일어나지 않는데(기계수치상) 윗배가 쥐어틀 듯 아프다. 진통이 오면 배 전체가 아프다는데. 나는 자궁쪽 진통은 견딜만한데 윗배가 아프다. 그렇게 오후 시간이 다 가버렸다.

 

◇ 오후 3시 = 의사선생님께서 태반조기박리, 자궁파열 말씀을 하신다. 초음파를 보니 태반이 분리되지는 않은 것 같다고. 태반조기박리가 오면 아기는 물론 산모도 위험할 수 있다고 하신다. 진통은 안 오는데 배 특정부위가 심하게 아프면 의심할 수 있다고. 제왕절개 말씀을 하신다. 양수는 살짝 새고 있다. 그런데 내 느낌상 체했을 때, 또는 전에 위경련 왔을 때와 비슷하게 위가 아프다. 그래서 소화제를 링겔에 주입했다. 조금 있으니 윗배가 아프지 않다.

 

◇ 오후 6시 = 촉진제를 끊는다. 진통이 계속 오는지 체크한다. 진통이 사라졌다. (저녁에는 촉진제를 맞지 않기 때문에 끊은 후 진통이 걸리는지 체크한다.) 밥을 먹으라고 하셨다. 하루 종일 굶었고 진통은 아니지만 배가 생리통처럼 계속 살살 아팠던 터라 지친 나는 허겁지겁 가족분만실에서 밥을 먹었다. 그러자 또 위가 아프다. 역시 체한 거였다.

 

밤새 진통이 오는지 체크하고 시간마다 내진을 한다. 첫째 때는 내진이 하나도 아프지 않았는데.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병원에 가서 첫 내진 후 엉엉 울다시피 했다. 얼마나 아프던지. 진통도 없는데 한시간 마다 내진을 하니 죽을 지경이다. 그중에서도 의사선생님이 하는 내진이 제일 아프다.

 

◇ 1월 4일 오전 8시 = 아침밥을 먹고 촉진제를 맞기 시작했다. 우리 병원은 관장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걱정이 된다. 진통은 전혀 오질 않는다. 전날에는 그래도 생리통같은 진통이라도 있었는데 아무 느낌이 없다. 점점 촉진제를 올린다.

 

◇ 오후 3시 = 양수가 새고 있고 감염수치도 올라갔기 때문에 제왕절개를 생각해보라신다. 저녁에 수술하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에 오늘 수술을 할거면 오후 5시 30분까지 촉진제를 맞고 진통이 안걸리면 그때 수술 하거나 오후 6시까지 촉진제를 맞아보고 다음날 아침 수술을 하거나. 결정하라고 하신다. 남편과 나는 하는데 까지 해보기로 한다.

 

‘아~ 둘째를 제왕절개하다니…. 첫째는 어떻게 돌보나?’ 걱정이 된다. 마음을 편안하게 먹고 영화 '도가니'를 휴대폰으로 보다가 잠이 들었다.

 

◇ 오후 4시 45분 = 자고 있는데 뭔가 주룩 하고 흐른다. 간호사를 불렀다. 양수인줄 알았는데 피라고 한다. 갑자기 진통이 오기 시작한다. 맞다. 이거다. 첫째 때 기억이 난다. 폭풍진통. 으악. 배가 제일 아플 때 힘을 주라고 한다. 둘째라고 어떻게 힘주는지도 알려주지 않는다. 물어볼 경황도 없다. 기억을 더듬어 두 번 연달아 힘을 준다. 근데 자꾸 얼굴에 힘이 간다. 항문에 힘을 줘야 하는데…. 배가 아파도 죽을 힘을 다해서 항문에 힘을 준다. 이 고통을 끝내려면 힘을 주는 수밖에 없다.

 

사랑스러운 둘째 생후 5일째 모습. ⓒ정옥예
사랑스러운 둘째 생후 5일째 모습. ⓒ정옥예

 

◇ 오후 5시 = 분만대가 갑자기 변신한다. ‘아, 이제 끝이 보이는구나.’ 의사선생님이 들어오신다. 주위가 분주해진다. 의사선생님이 들어오시면 이제 5분안에 끝이다. 마지막 힘을 쥐어짜낸다. 머리가 나왔다. 한번 더 힘을 주라고 하신다. 젖먹던 힘까지 내서 한번 더 힘을 준다. 어깨가 나오고…, 끝이다.

 

◇ 오후 5시 15분 = 둘째 공주님 출산. 둘째는 왠지 눈물이 날 것 같았는데 역시나 첫째처럼 너무 지쳐서 눈물이 나올 겨를도 없다. 태반이 나오고 회음부 봉합을 하고 나는 지쳐서 누워있다. 내 인생 마지막 출산. 이제 이 고통을 겪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니 행복하다.

 

이상 나의 둘째 출산기였다. 1박2일 촉진제 투여. 폭풍진통 30분만에 극적인 자연분만. 꼭 제왕절개를 해야 할 상황도 있겠지만 끝까지 자연분만을 고집했던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이 든다. 산후조리원에서 만난 언니도 오전 10시에 아기가 내려오지 않는다며 제왕절개를 권했는데 10분 후에 자연분만으로 아기를 만났다고 했다. 제왕절개를 권하는 병원인지, 아니면 정말 위급한 상황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연분만으로 둘째까지 순산을 하게 돼서 너무너무 기쁘다.

 

호야&축복맘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jsl81

 

*칼럼니스트 정옥예는 국민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아이에게 좋은 교육환경을 제공하고자 평생교육원을 통해 아동학 학위를 수료했다. 9년 동안 영어학원 강사와 과외강사를 하며 많은 아이들과 학부모를 만나면서 아이의 90%는 부모가 만든다는 것을 깨닫고 출산 후 육아에만 전념하며 지혜롭고 현명한 엄마가 되기 위해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는 이 시대의 열혈엄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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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 2012-01-24 23:29:00
유도분만
에 대해서 자세히

ya**** 2012-01-16 13:59:00
둘째~
첫째때는 다른사람들에 비해 오랜시간 고통안받고 낳았지만..

1004go**** 2012-01-12 11:11:00
축하드려요~
힘들었지만 축하드려요~
저도 곧 출산인데

luck**** 2012-01-12 10:40:00
유도안해봐서
전 유도 안해봣거든요

moonsu**** 2012-01-12 07:57:00
와...
대단해요. 출산하시는 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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