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7일 오전 10시 45분 천호동역 내 만남의 광장. 카메라 플래시가 쏟아진다. 대상은 다름 아닌 모유를 먹이고 있는 엄마와 아기. 20여 명의 엄마들이 순식간에 아기를 안고 나와 동시에 10분 동안 모유를 먹이는 퍼포먼스를 과감하게 선보였다.
서울시 강동구는 세계모유수유주간(8월 1~7일)을 맞아 지자체 최초로 공공장소에서 ‘모유수유 플래시몹’을 펼쳤다. 모유수유를 활성화하기 위한 모유수유 인식 개선 캠페인의 일환이다.
플래시몹(flash mob)은 이메일이나 휴대폰 연락을 통해 약속장소에 모여 아주 짧은 시간 동안 행동을 한 뒤 순식간에 흩어지는 것으로 이번 캠페인은 공공장소에서 모유수유 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버리고 아기가 배고플 때 언제든 모유를 수유 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지지하기 위해 마련됐다.
모유수유 플래시몹에 참여한 박고은(35) 씨는 “아직 우리나라는 가슴을 내놓는 게 성적인 것으로 생각되는데 이런 인식을 바꾸고자하는 캠페인이 있다고 해서 참여하게 됐다. 캠페인 통해서 아이들 밥 먹는 거니까 먹고 싶을 때 어디서든 먹일 수 있게 인식이 좀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영미(38) 씨는 “엄마들이 공공장소에서 모유수유하는 걸 대개 죄스러워 한다. 우리는 지나다니면서도 막 먹지 않나. 애기들이 먹고 싶을 때 먹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게 안타깝다. (모유수유 할 때) 이상한 눈으로 안 봤으면 좋겠다. 먹을 권리인데 당연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우혜숙(43) 씨는 “공공장소에서 모유수유하면 가슴을 드러내다 보니 다른 사람이 쳐다보니까 부끄럽다. 모유수유방을 찾아가도 지저분하고 관리가 안돼 있는 곳이 대부분이다. 모유수유방 환경관리가 잘됐으면 좋겠고 누구나 쉽게 찾아 들어갈 수 있도록 구석지지 않은 곳에 위치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날 플래시몹을 지켜본 이영란(39) 씨는 “두 아이를 완모해 키웠다. 항상 집 밖을 나오기 전에 미리 수유공간을 알아보고 나왔다. 그런데도 마땅치 않을 때는 화장실에서 먹이거나 기저귀 가는 곳에서 먹이기도 했다. 모유수유가 부끄러운 게 아니라 당연한 사회현상으로 받아드리는 게 필요할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강동구보건소는 이날 캠페인에서 모유수유의 장점, 성공적인 모유수유법 리플렛을 나눠주며 교육하고 완전 모유수유 기간(6개월)을 인식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활동을 펼쳤다. 또, 모유수유 은행 홍보 및 임산부 체험 부스를 운영하는 것은 물론 관내 모유수유 가능 시설 24개를 지도로 제작해 안내했다.
아기와 엄마에게 ‘최고의 선물’이라 불리는 모유수유는 아이의 면역력을 높여주고 정서적 안정과 애착 등을 형성하는 데 중요하다. 엄마에게도 산후 출혈예방 및 난소암, 유방암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완전 모유 수유율은 2016년 기준 18.3%로 세계 평균의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집 밖이나 직장에서의 수유 공간 부족, 잘못된 젖물림, 불규칙한 수유로 인한 부족한 모유량, 여성의 사회진출 증가 등이 원인으로 분석됐다.
이번 캠페인은 강동구보건소가 주최하고 강동경희대병원, 강동미즈여성병원, 하이사랑단체, 시월애 산후조리원이 주관해 열렸다. 강동구 보건소 건강증진과 가족건강팀 최은숙 팀장은 “그동안 제한된 공간에서만 모유수유를 해왔지 않나. 어디서든지 자유스럽게 모유수유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확산하자는 취지다. 강동구에서 개인적 사회적 인식 개선 운동을 시작함으로 해서 타 지역, 타 부서에서도 붐이 일어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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