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하면 애 낳겠다”…탄식·성토 오간 열띤 현장
“이렇게 하면 애 낳겠다”…탄식·성토 오간 열띤 현장
  • 김재희 기자
  • 승인 2017.11.09 02: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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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서울시 저출산 극복 정책토론회 개최

【베이비뉴스 김재희 기자】


서울시는 8일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 국제회의장에서 서울시 저출산 극복 정책토론회 '이래가지고 애 낳겠냐!'를 열었다. ⓒ서울시
서울시는 8일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 국제회의장에서 서울시 저출산 극복 정책토론회 '이래가지고 애 낳겠냐!'를 열었다. ⓒ서울시


‘임신한 여성이 회사를 다닌다’는 말 한 마디가 무사히 지켜질 수 있으려면 어떤 정책이 더 필요할까. ‘아이 낳고 싶은 서울’을 만들기 위해 서울시가 팔을 걷어 붙였다.


8일 오전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 국제회의장에서 정책 제안 토론회 ‘이래가지고 애 낳겠냐!’가 열렸다. 서울시가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해 마련한 연속 토론회 ‘이래가지고 살겠냐!’ 중에서 임신·출산 분과를 토론하는 자리다. 다섯 번의 토론회는 ‘문제 공감을 위한 토크쇼’와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과제 발굴을 위한 워크숍’으로 진행한다. 여기서 발굴된 과제는 전문가 평가와 시민투표를 거쳐 서울시 저출산 대응과제로 선정된다.


엄규숙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환영인사에서 “정부가 저출산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여러 부서에서 시행하고 있는 정책을 모두 모은 것”이라며 “근본적으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민이 원하는 내용은 무엇일까, 중앙정부는 하지 못하는 사업은 무엇일까 하는 고민을 쭉 해왔다”며 토론회를 마련한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장 이야기를 해주면 ‘이래서 애 낳겠냐’는 말을 ‘이렇게 하면 애 낳겠다’는 답으로 바뀌도록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덧붙였다.


◇ 공감 섞인 탄식…‘서울에서 임산부로 살기 힘들다’


워크숍에 앞서 ‘서울에서 임산부로 사는 설움’과 ‘아이를 낳는 것도, 키우는 것도 모두 돈돈돈’이라는 두 가지 주제를 갖고 정책 토크쇼를 진행했다. 토크쇼 패널로 부모교육 전문기업 그로잉맘의 이다랑 대표와 이혜인 부대표가 참석했다.


특히 이 부대표는 4살 아이를 키우면서 다음주에 출산을 앞두고 있어 더욱 눈길을 끌었다. 이혜인 부대표는 “이전에 일하던 회사에서 임신을 하고 제일 먼저 든 생각은 ‘내가 임신했다는 것을 언제 얘기하지’였다”고 말했다. 이 부대표는 축하는커녕 업무에 차질이 없을 것이라는 점을 설득했지만, 임신기간 동안 모든 프로젝트에서 빠지고 역할이 줄었다며 “그 때 느낀 심리적 우울감이 커서 10개월간 직장생활이 즐겁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부대표는 아무도 양보해주지 않는 출근길 임신부 지정석 경험을 털어놓으며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꺼냈다.


이다랑 대표는 임신과 이직시기가 맞물려 결국 회사를 그만 뒀던 경험을 이야기하며, 현실에서는 “임신이 여성 삶의 정지를 줄 수도 있는 장애물”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 대표는 “임신기간에 아이에 대해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감을 가지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사람들이 첫째 아이는 전날까지 일하다가 낳는 경우가 많아서 육아에 멘붕을 겪고 ‘둘째 셋째는 낳지 않겠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충분한 부모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일하는 여성이자 임신·출산·육아를 해내고 있는 두 사람이 경험담을 나누는 동안, 마찬가지로 회사를 다니면서 임신을 준비하거나 이미 임신을 경험한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공감한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이 대표는 “결국 엄마들은 나로서의 삶이 정지되는 피해를 입지만, 엄마로서 살기에 얻는 성장과 기회도 있다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엄마들을 위한 정책을 생각할 때 이들에게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엄마 스스로가 원해서 육아를 선택하고, 아이를 더 낳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엄마가 됐기에 좋은 엄마가 되는 것이 아니라, 엄마로서 사는 기간이 충분히 행복할 수 있는 정책을 내면 좋겠다”며 토론 방향을 제시했다.


◇ 시민과 공무원이 함께 머리 맞대고 정책 만드는 워크숍


토크쇼 후에는 팀별로 모여 워크숍이 이어졌다. 각자 삶의 내용을 공유하고 그 속에서 필요한 정책을 제안하느라 열띤 대화가 활발하게 오가는 현장이었다.


“고운맘 카드 지원금을 상향 조정해주세요.”


“아이 낳고 싶은 가정은 아이를 낳을 수 있게 난임 부부를 지원해주세요.”


“이사 온 지 1년이 되지 않아서 출산지원금을 받을 수 없대요.”


“직장맘이 많아요. 지자체 운영하는 부모 교육 프로그램이 주말에 개설됐으면 좋겠습니다.”


“학교에서도 부모·육아·가정에 대한 교육과정이 필요합니다.”


“출산 교육 수료 의무화 합시다.”


이 자리에는 서울시에서 여성의 임신 출산 육아와 관련한 업무를 맡고 있는 공무원들도 자리했다. 팀토론 시간에 하성숙 마포구 보건소 모자보건팀장은 ‘서울아기 건강 첫걸음 사업’의 대상 확대를 제안했다. 건강 격차를 줄이기 위해 도입된 이 프로그램은 맞춤 교육을 받은 간호사가 임산부의 산전·후에 방문해 엄마와 아기를 위한 건강진단과 상담, 육아정보까지 제공한다. 하 팀장은 “현재는 대상을 제한하거나 신청을 통해서만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며 “모든 임산부에게 확대하면 아이와 산모의 심리적 건강과 신체적 건강을 모두 지킬 수 있다”고 제안 취지를 설명했다.


한 공무원은 “구청에서 출산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데 추진하고 있는 정책이 실효성이 있는지 없는지 감이 잘 오지 않는다”며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을 하는지 알고 싶어서 참여하게 됐다”고 참석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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