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가지고 집 사겠냐!”…저출산 핵심 키워드는 '주거'
“이래가지고 집 사겠냐!”…저출산 핵심 키워드는 '주거'
  • 권현경 기자
  • 승인 2017.11.14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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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서울시 저출산 극복 정책토론회 주거분과 토론회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14일 오전 10시 서울시 청년일자리센터 다목적홀에서 '서울시 저출산 극복 정책토론회' 네 번째 주제 '이래가지고 집 사겠냐!' 주거 분과 토론회가 시작됐다. 권현경 기자 ⓒ베이비뉴스
14일 오전 10시 서울시 청년일자리센터 다목적홀에서 '서울시 저출산 극복 정책토론회' 네 번째 주제 '이래가지고 집 사겠냐!' 주거 분과 토론회가 시작됐다. 권현경 기자 ⓒ베이비뉴스

 

“햇살의 가격은 얼마일까요?”

 

“정확히 3만 원입니다.”

 

“고시원에 창이 없으면 25만 원, 창이 있으면 28만 원. 햇빛도 돈을 내고 쫴야 하는 거죠.”

 

14일 오전 10시 서울시 청년일자리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서울시 저출산 극복 정책토론회’ 네 번째 주제 ‘이래가지고 집 사겠냐!’ 주거 분과 토론회. 사회자는 햇빛도 돈을 주고 쫴야 하는 혹독한 서울 살이 현실을 꼬집으면서 이날의 토론 주제를 알렸다.

 

정유승 서울시 주택건축국 국장은 “서울시는 주거문제 해결에 역점을 두고 있다. 서울시 주택정책 기조는 집을 사라는 게 아니라 영원히 안정적으로 살 수 있도록 공공임대주택을 많이 늘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서울시의 1인 가구는 53만 가구. 그 중 36%가 고시원, 쪽방 등 좁은 환경에서 살고 있다. 연간 2만 1인 가구 서울시로 일자리, 학업을 이유로 유입되고 있다.

 

정 국장은 1인 가구와 신혼부부를 위한 주거를 공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공급량이 너무 적은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그는 “이제는 공공에서 다 할 수 없다. 택지가 부족하기 때문에 민간 자원을 활용해야한다. 민간에서 많은 임대주택을 짓도록 지원하고 공동체 주택, 수요자 맞춤형 주택, 공동육아 주택 등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살 수 있도록 마련하고 있다. 집을 사지 않고도 안정되게 살 수 있도록 공공임대주택을 많이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토론회 1부에서는 1인 가구와 관련, ‘청년들의 방 구하기 리얼 다큐, 레이방 한 평 구하기’로 젊은이들의 공감을 얻고 있는 스브스뉴스 라규영 에디터와 실제 고시원에 거주하고 있는 청년이 자리해 ‘안정적 삶을 위한 주거 정책 제안’이 있었다. 2부에서는 2인 가구 이상 거주 관련, 박상훈 지속가능한 가정경제연구소 소장과 실제 주거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신혼부부가 참여해 경험담을 나누며 실질적인 정책을 제안했다.

 

'서울시 저출산 극복 정책토론회' 네 번째 주제 '이래가지고 집 사겠냐!' 주거 분과 토론회에서 시민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상이 소개됐다. 권현경 기자 ⓒ베이비뉴스
'서울시 저출산 극복 정책토론회' 네 번째 주제 '이래가지고 집 사겠냐!' 주거 분과 토론회에서 시민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상이 소개됐다. 권현경 기자 ⓒ베이비뉴스

 

◇ 서울서 집구하면서 느낀 점…시민 절대 공감

 

서울에서 주거 문제를 직접 몸으로 겪고 있는 시민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상이 소개됐다. 아래는 영상에 담긴 인터뷰 내용이다.

 

“서울 살이 10년차. 이사를 총 4번 했다. 가지고 있는 전세금이 한정적이니까 물이 잘 안 나오는 집이라든가, 오래된 집이라든가 한두 가지는 빠져있는 집이었다. 부동산에서 워낙 좋게 말씀하셔서 ‘와~ 아~ 좋겠다’하고 이사한 후 어려움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겨우 마음에 드는 집을 구해 살고 있는데 2년 살다보니 집주인이 바뀌어서 나가야하는 상황이다.”

 

“결혼 3년차다. 저렴한 동네를 찾는다고 찾았는데 집이 기울어져있고, 너무 오래된 집이라 정화조가 없는 집이었다. 집주인도 놀랐다. 보증금 1억 원에 매달 30만 원, 11평에 분리형 원룸이었다. 행복주택이라고 하고 신혼부부를 위한 것이라고 해서 낫겠지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결혼 4년차, 두 아이를 키우는데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집 평수가 너무 작아 가기가 어렵더라. 맞벌이를 할 수밖에 없다.”

 

“취업한지 1년도 안돼서 경제적으로 안정적이지 않다. 안정되려면 5년은 더 있어야 집도 결혼도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하루에 12시간 일을 하는데 살림이 나아지지 않는다.”

 

“제도가 중요한 게 아니라 연봉을 올려 줘야죠? 그렇지 않습니까?(웃음)”

 

'서울시 저출산 극복 정책토론회' 네 번째 주제 '이래가지고 집 사겠냐!' 주거 분과 토론회. 1인 가구 패널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권현경 기자 ⓒ베이비뉴스
'서울시 저출산 극복 정책토론회' 네 번째 주제 '이래가지고 집 사겠냐!' 주거 분과 토론회. 1인 가구 패널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권현경 기자 ⓒ베이비뉴스

 

◇ 1인 가구 정책 제안…1인 가구 바퀴벌레 소독 지원· 평수별 정찰제 등

 

‘어떻게 하면 안정적인 삶을 위한 살 자리를 구하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해 사회자를 포함한 네 명(라규영 에디터, SH서울주택도시공사 서종균 주거복지기획처장, 대학생)의 패널이 토론을 이어갔다.

 

라 에디터와 자신을 ‘서울 성동구 보증금 2000만 원에 월세 30만 원 내고 4평짜리 방에서 살고 있는 대학생’이라고 소개한 한 청년, SH서울주택도시공사 서종균 주거복지기획처장의 1인 가구 주거 정책 제안 토론이 시작됐다. 라규영 스브스뉴스 에디터는 300만 원 보증금에 월세 30만 원을 내고 살기 시작한 첫 서울 살이를 시작으로 현재 1000만 원 보증금에 50만 원 월세 내는 오피스텔로 옮긴 경험담을 털어놨다.
 
‘보증금+월세+관리비가 일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소개한 한 청년은 “학교 내에서 알바를 통해 30만 원을 번다. 하루에 1만 원만 써야 한 달을 살 수 있는데 술이라도 한 번 마시는 날엔 3만 원은 든다. 그래서 술 마시는 날 하루를 위해 이틀을 간단히 라면으로 식사를 때운다”고 말했다.

 

라 에디터는 보증금과 관련해 “한 달에 빠듯하게 100만 원씩 10개월을 오롯이 모아야 사람이 살만한 곳에 집을 구할 보증금을 마련할 수 있다. 취미생활, 해외여행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결혼은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여자친구도 없다”고 말했다.

 

‘어떤 집에서 산다’(보증금 2000만 원에 월세 30만 원과 같은)라는 것은 청년 스스로 역량을 보여주는 숫자는 아니다. 어디에 내보이기 자랑스럽지 않은 숫자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청년의 잘못이 아니라고 사회자는 청년들을 응원하기도 했다.
 
정책 제안에는 청년들이 방을 구할 때 법적 자문 등 도와줄 수 있는 사람, 청년 편, 뒷배가 돼 줄 사람이 제도적으로 마련돼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과 직접 발품을 많이 팔지 않아도 청결도, 입지조건, 보안 등 점수를 매겨주는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의 필요성에 대한 의견, 월세를 카드납부, 분할 결제가 가능했으면 좋겠다는 제안이 있었다.

 

시민들이 이날 현장에서 포스트잇에 적은 정책제안에는 ▲1인 여성가구 안심주택 ▲평수별 정찰제 ▲계약기간 보장 ▲전세금 적정성 ▲임대업 과세 ▲주거지원금 정책 ▲서울시에서 재건축, 재개발 지원 ▲서울광장에 임대주택 건설 ▲월세 지원금 제도 ▲1인 가구 바퀴벌레 소독 지원 등 다양한 의견이 있었다.

 

'서울시 저출산 극복 정책토론회' 네 번째 주제 '이래가지고 집 사겠냐!' 주거 분과 토론회에서 시민들이 포스트잇에 적어 붙여 준 아이디어를 사회자가 소개하고 있다. 권현경 기자 ⓒ베이비뉴스
'서울시 저출산 극복 정책토론회' 네 번째 주제 '이래가지고 집 사겠냐!' 주거 분과 토론회에서 시민들이 포스트잇에 적어 붙여 준 아이디어를 사회자가 소개하고 있다. 권현경 기자 ⓒ베이비뉴스

 

◇ 2인 이상 주거 정책…국민임대주택 신청 자격 변화 필요

 

박상훈 지속가능한 가정경제연구소 소장은 “‘결혼, 돈 없으면 꿈도 꾸지마!’, ‘신혼부부 평균 2억 3798만원 써’. ‘주택비용만 1억 6835만원’. 이런 기사의 산술 평균에 속지말자. 원룸 월세라도 원하는 삶을 살자”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박 소장은 신혼집 마련 팁(tip)으로 “돈 벌어서 결혼? 결혼해서 함께 모아라, 전세대출은 보증금의 30%, 출퇴근·출산 후 양육 고려해서 지역 선택, ‘금액’에 맞춰 주거유형과 집 크기를 살펴라, 신혼부부 우선공급 ‘임대주택 공급 계획’ 염두에 두라”고 조언했다.

 

특히 행복주택 관심 지역 알림 서비스 신청 등 공익적 정보를 잘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지는 패널토론에서는 신혼부부 결혼 2년차 41살의 남편(정부 대출로 염창동 빌라 자가 소유), 육아 10년차 아내(반포동 장기전세아파트 거주), 박 소장(국민임대주택 거주)이 참여해 1인 가구 시절 주거 마련부터 결혼 후 현재까지의 주거 마련 경험을 나누고 정책안을 제안했다.  

 

신혼인 남편은 국민임대주택은 아이를 임신 중이거나 아이가 있어야만 신청을 할 수 있다는 점의 자격조건에 대한 변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신혼부부가 안정된 주거가 마련돼야 출산도 계획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장기전세 아파트에 살고 있는 아내는 월세는 내지 않지만 2년에 한 번씩 재계약 하면서 할 때마다 오른 공시지가를 반영해 오른 전세금에 대한 부담이 너무 크다고 했다.

 

박 소장은 “장기전세의 전세금 인상분이 만만치 않다. 주변 시세를 서울시로 광역화해서 임대료를 평준화 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임대주택 재건축을 통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로 다시 이 금액이 주거복지에 이용되는 순환구조가 필요하다. 기금을 형성해 보편적인 삶의 질을 광역화하고 집단화하고 단지화 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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