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5세 여자아이를 키우는 엄마입니다. 원래 낯을 가리던 아이가 아닌데 어느 순간부터 아이가 낯을 가리고 엄마랑 떨어지기 싫어합니다. 유치원에서 좋아하는 선생님이 아닌 다른 선생님이 마중 나오는 경우 등원을 거부하며 특히 성인 남자를 만나게 되면 엄마 껌딱지가 되어 제 뒤에 숨어 울곤 합니다. 갑자기 낯을 가리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또, 이럴 때는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원래 그렇지 않던 아이들이 갑자기 평상시와 다른 행동을 보인다면 아마 당황하지 않으실 부모님이 있으실까 이런 생각이 듭니다.
우선 낯가림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을 해드리겠습니다. 피아제(Piaget)의 인지발달이론(Cognitive developmental theory)에 따르면 0~2세의 아이들은 감각 운동기(sensorimotor stage)에 속합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감각 기관을 사용하여 세상을 탐색하는데 이때 인지 능력이 생기면서 주변 사람들을 구별하기 시작하며 아이들도 자신의 양육자와 낯선 사람들을 인지할 수 있는 능력이 생깁니다. 낯선 사람을 인지함으로써 아이들은 공포와 불안감을 느끼게 됩니다. 이는 생존본능과도 연관이 있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되려 아이들이 낯선 사람들에 너무 경계심 없이 다가간다면 이는 양육자와의 부정적인 애착 문제를 내포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낯가림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시기는 아이마다 개인차가 있습니다. 빠른 경우에는 3~4개월에, 늦으면 10개월 이후에 나타나기도 하며 18개월쯤 서서히 사라지게 됩니다. 간혹 3~4살이 넘어서도 낯을 가리는 친구들도 종종 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여성보다 남성에게, 나이가 있으신 분들보다는 젊은 여성에게 낯을 덜 가리는데 이는 본인의 주 양육자인 엄마(여성)에게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5세 아이들을 맡아 본 경험을 돌아봤을 때, 아이의 갑작스러운 낯가림은 자연스러운 것으로 보입니다. 남자 어른들을 무서워하는 것도 여성상에 더욱 익숙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비록 유아기에 낯가림이 사라진다고 하였으나 꽤 많은 아이가 아직도 어머니와 떨어지는 것을 힘들어합니다. 그리고 정말 연초에는 누구보다도 모범생이었던 아이도 연말이 되어서 낯을 가리는 경우도 자주 보았습니다. 더욱이 많은 친구가 초반에는 엄마와 떨어지는 것을 힘들어하면서 막상 시간이 지나고 수업이 시작하면 언제 울었냐는 듯 누구보다 열정을 갖고 임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 다양한 원인이 가능성이 있을 것입니다. 어떤 친구는 엄마가 돌아오지 않으면 어떡하지 하며 불안감을 느껴 떨어지는 것을 거부하기도 합니다. 아이마다 불안감을 느끼는 개인차가 있기에 이는 옳고 그름의 문제이기보다 다름의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친구의 경우, 엄마와 있는 것이 훨씬 즐겁고 편안하기 때문에 엄마와 함께하고 싶은 것이지요. 아무래도 친구들이 많은 곳에 가게 되면 관심이 분산되기 때문에 필요한 반응을 즉각적으로 받지 못한 경험이 상처 혹은 그곳에 가고 싶지 않은 마음을 생기게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간혹 청각에 예민한 친구들은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큰 스트레스를 받곤 합니다. 어쩌면 어렸을 때는 순응적이었던 아이가 이제 제법 자신의 의견을 전달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한 것일 수도 있을 겁니다. 혹시 최근 큰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있었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앞서 언급한 상황 외에도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심리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일을 겪은 것이 아니고 무엇보다 원래 적응을 잘 했던 아이라면 이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만약 아이가 최근 힘든 일을 겪었다면 전문가를 꼭 찾아가 상담을 받으실 것을 권장합니다.
이럴 때는 아이들에게 평상시에 엄마와 헤어지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슬픈 일인지 충분히 그 감정을 이해해주시고 항상 돌아올 것이라는 것을 꾸준히 상기시켜주세요. 예를 들어서, “오늘 노래하고 간식 먹고 그림 그리고 점심 다 먹으면 엄마가 다시 OO이 데리러 올게~ 엄마는 일하면서 OO이 기다리다가 시간 맞춰서 꼭 데리러 올게”하고 꼭 안아주시는 것이지요. 간혹 오늘 잘 헤어지면 물질적인 보상을 제시하는 부모님들이 계시는데, 물질적인 보상보다는 가족들과 함께할 수 있는 흔히 할 수 있는 활동보다는 소풍 같은 특별한 날을 주기적으로 보내며 평상시 아이들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게 해주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무엇보다 어머니들이 아이와 헤어질 때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이것을 아이들은 눈치채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엄마의 불안함을 전달받아 아이들은 더욱 불안해 할 수 있습니다.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이때 담대해질 것을 조심스럽게 부탁드려봅니다.
아무래도 울면서 헤어진 후, 아이들이 웃으며 활동하는 모습을 보지 못 한 부모님들의 입장에서는 아이의 우는 모습이 자꾸 생각이나 마음이 불편하실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치료를 요구하는 정도의 분리불안과 같은 특수한 상황이 아닌 경우를 제외하면, 우리 아이들의 성장 과정 중 일부분이니 걱정보다는 격려로 아이를 대해주신다면 아이들은 밝고 건강하게 잘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칼럼니스트 김연수는 미국 남동부에 위치한 미시간대학교(University of Michigan, Ann Arbor)에서 심리학 학위를 받았습니다. YL-TESOL 과정을 이수하고 MCI마인드케어센터에서 영어튜터로 활동하며 ADHD, 자폐 등의 장애가 있는 아동에게 영어로 학습을 돕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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