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기] 힘들지만 보람 있는 아이 낳기
[수기] 힘들지만 보람 있는 아이 낳기
  • 강석우 기자
  • 승인 2010.11.30 13:55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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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아이 행복체험수기 공모전 대상 수상작

보건복지부(장관 진수희)는 지난 26일 서울시 종로구 계동에 위치한 보건복지부 청사에서 ‘우리아이 행복 체험수기 공모전’ 시상식을 열고 총 622편의 출품작 중 최종 11편(대상 1편, 우수상 10편)을 선정해 시상했다. 

 

다음은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윤혜숙(여,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씨의 ‘힘들지만 보람 있는 아이 낳기’ 전문이다.

 

힘들지만 보람 있는 아이 낳기

 

보건복지부가 마련한 '우리아이 행복 체험수기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윤혜숙씨와 가족들. ⓒ윤혜숙
보건복지부가 마련한 '우리아이 행복 체험수기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윤혜숙씨와 가족들. ⓒ윤혜숙

 

우리 집은 우리 아파트에서 꽤 유명한 편이다. 동네에 소문이 날만큼 잘난 일을 한 적은 없지만 아파트 주민 대부분은 우리 집을 안다. ‘아, 애 넷 있는 집!’ 사람들은 우리 집을 이렇게 부른다. 3년 전 이사를 하고 처음 반상회에 갔을 때 반장님은 나를 이렇게 소개하셨다. “저기, 애 넷 있는 집인데, 2층으로 이사 왔어요.” 자녀가 셋인 집은 가끔 있지만 네 명의 경계를 넘은 가정은 주위에 흔치 않다. 그래서인지 우리가족이 아이 넷과 길을 걷노라면 흘낏거리며 쳐다보는 사람들이 많다. “다 한 집 아이들이예요?” 하고 묻는 사람도 있다.


우리 아파트에 사시는 한 할머니는 우리 집 막내 또래의 외손녀를 돌보시는데 나에게 “엄마가 젊어 보이는데, 아이가 진짜 넷이냐?”고 몇 번이나 물어보셨다. ‘젊어 보인다’는 말씀에 기분이 좋아진 나는 헤헤 웃었다. 남편도 동안이라는 말을 곧잘 듣는다. 우리는 네 살 막내에게 늙은 엄마, 아빠가 되지 않도록 가능하면 더 젊고 건강해지려고 노력하는데 그 노력이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줬을까? ‘늦둥이 키우세요. 그럼 10년은 젊어져요’ 젊어 보이는 비결을 묻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이렇게 대답한다.


“엄마가 젊어 보이는데, 아이가 진짜 넷이냐?”는 할머니 말씀을 칭찬으로 받아들이던 나는 어느 날 할머니 말씀이 외모에 대한 칭찬이 아니라 젊은 사람이 어떻게 자식을 넷이나 낳았느냐는 의아함의 표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저 출산이 사회의 주요 논제가 된 이 시대에 젊은 세대답지 않게 자녀를 넷이나 키운다고 의아해 하시며 ‘엄마가 젊은데.......’라고 표현하신 것이 아닐까?

   

사실은 나도 내가 네 아이의 엄마가 될 줄은 몰랐다. 상상한 적도 없다.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표어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고 자랐고 우리 집 형제가 4남매나 되는 것을 부끄러워했다. 고만고만한 살림에 형제가 많아 내 삶까지 구질구질해진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결혼을 하더라고 아이를 낳아 엄마가 되더라도 가정이나 자녀에게 얽매이는 삶은 살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결혼 후 나의 삶은 완전 딴판이 되었다.


결혼 1주년에 나는 첫 딸을 품에 안고 있었고 결혼 2주년에는 둘째를 임신하고 있었다. 결혼 후 남편이 네덜란드로 유학을 갔는데 자녀 둘은 가난한 유학생 부부에게는 경제적으로 꽤 부담스러운 존재였다. 그러나 네덜란드 친구들은 ‘자녀는 복이고, 자녀가 둘이니까 너희는 부자’라는 말을 해 주었다. 부자라는 말이 현실적으로 다가오지는 않았지만 육아의 어려움을 잠시 잊을 정도의 위로가 되었다. 남편이 공부를 마치고 귀국한 후 우리는 셋째를 낳았다. 계획하지 않은 임신이었고, 몇 달 동안 입덧으로 죽을 듯 고생을 한 후 셋째 아들을 낳았다. 귀국 후 삶이 아직 정착되지 않은 상태에서 입덧과 육아를 경험하며 마음이 무척이나 힘들었다. 그러나 손자를 얻으시고 특별히 기뻐하시는 시부모님을 보며 셋째 낳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건강하고 사랑스럽게 자라는 아이들을 통해 기쁨도 누렸다. 특히 아들 키우기는 딸 둘을 키울 때와 다른 기쁨을 주었다. 그렇게 나는 1남 2녀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세 자녀에 만족하며 지냈다.

 

그러던 우리 가족은 셋째가 네 돌이 되면서 특별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 아이들은 동생을 원했고 남편도 ‘자녀가 더 있으면 더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모두들 엄마인 내가 결단을 내려주기를 기다리는 눈치였다.

 

몇 달의 가족회의 끝에 우리 가족은 입양을 하기로 결정했다. 세상에는 부모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자라는 아이들이 많고 누군가 그 아이들에게 부모가 되어 주어야 한다는 거창한 대의명분 때문이 아니었다. 가족들은 동생을 원하고 나는 입덧의 고통이 싫다는 단순한 이유로 우리는 입양을 선택했다. 남편이나 셋째와 함께 축구를 하려면 아무래도 남자가 좋겠다는 생각에서 남자 아이를 입양하기로 했다.


마음으로 입양을 결정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이 없어졌다. 자녀가 셋이나 있는데 왜 넷째를 키우려고 할까? 하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시작하여 아이를 입양하면 내 아이처럼 사랑할 수 있을까? 우리 아이들과 사이좋게 잘 지낼까? 나중에 나쁜 일이 생기지나 않을까? 하는 방정맞은 걱정과 애가 넷이면 생활비가 얼마나 들까? 아이 넷을 대학이라도 보내려면 그 감당을 할 수 있을까? 막내 뒷바라지를 마치려면 남편이 몇 살까지 경제생활을 해야 할까? 등의 현실적 경제적 걱정이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게다가 다시 아기를 안고 엎고 우유 먹이고 할 생각을 하니 눈  앞이 캄캄해지는 것 같았다. 이제 육아의 수고에서 조금 벗어나 여가 시간도 챙기고 우아한 취미생활도 시작하고 싶은데 그 모든 것을 접어야 하다니... 마지막으로 양가 부모님을 설득하는 일이 남아 있었다. 시댁, 친청 부모님 모두 싫은 내색을 하셨다. 그렇게 애가 키우고 싶으면 맞벌이 하는 동생네 조카이나 대신 키워주라는 말씀을 하시기도 했다.


우리 친정어머니는 4남매를 낳으셨다. 장남인 친정아버지와 결혼하시고 딸 셋을 주르르 낳는 바람에 죄인 같은 심정으로 10년을 사셨다고 한다. 친정 부모님은 넷째에 도전하셨고 마침내 원하던 아들을 얻으셨다.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표어가 한창이던 시절에 1남 3녀를 낳으신 친정 부모님은 내가 아들을 입양해 2남 2녀 4남매를 키우겠다고 하자 어이없어 하셨다. 시대가 변했는데, 아들이 없는 것도 아닌데, 무슨 이유로 아들을 입양하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를 모르겠다고 하셨다. 내가 셋째를 키울 때만 해도 “빨리 아이 키우고 다른 일 하라”고 격려(?)하셨던 친정 부모님은 내가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리고 넷째를 키우겠다고 하자 “언제까지 그러고 살거냐?”며 짜증을 내셨다. 어릴 때부터 공부를 잘해 크면 뭔가 멋진 일을 할 줄 기대했던 당신의 큰 딸이, 남들이 부러워하는 서울대학을 나왔는데도 결혼하고 15년이 넘도록 아이 씻기고 먹이는 일만 하고 있으니 오죽 답답하실까?


부모님을 설득하여 적극적인 동의를 받는 일은 불가능한 것 같았다. 그렇다고 입양하기로 결심한 것을 취소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오랜 갈등과 많은 상담 끝에 우리는 입양 수속을 밟았고 긴 기다림 끝에 우리는 넷째 예서를 우리 가족으로 맞았다. 1~2년은 죽었다 생각하고 육아에만 전념하려고 생각했는데 십 수년 육아 경험에서 요령을 터득해서인지 세 아이 키울 때 힘겹기만 했던 육아가 여유를 부리며 즐기는 단계로 성숙해진 것을 경험했다. 남편은 40 중반에 얻은 아들의 살인 애교 덕에 더욱 젊어지고 삶의 의욕이 넘치게 되었다. 두 딸은 엄마보다 더 지극정성으로 동생을 돌보며 동생이 주는 기쁨에 매일 행복해한다. 셋째는 동생으로 인해 ‘형’이 되었음을 아주 뿌듯해하고 고마워한다. 특히 두 형제가 함께 어울려 노는 모습을 보노라면 이보다 더 아름다운 풍경이 있을까 싶다. 셋째에게 동생을 만들어 준 것은 참 잘 한 일이라고 새록새록 느낀다. 이렇게 넷째 예서는 우리 가족에게 참 특별한 기쁨을 주었고 우리 가정은 예전보다 더욱 활기차고 행복해졌다. 온 가족이 둘러 앉아 나누는 대화내용도 주로 막내 예서에 대한 것이다. 예서가 무슨 말을 했고, 어떤 행동을 했고 무슨 음식을 얼마나 잘 먹었고, 응가는 몇 번 했다는 것까지 막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 가족은 즐거워한다. 막내 예서는 우리 가정의 핵심이다. 2남 2녀 4남매 덕에 여석 식구 대가족이 된 우리 가족은 버스전용차선을 달릴 수 있는 기쁨까지 선물로 받았다. 명절 때 우리 가족은 9인승 차를 타고 버스전용차선을 싱싱 달린다. 꽉 밀려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옆 차를 향해 우리 가족은 “아이 많이 낳으세요. 식구 여섯 되면 버스전용차선 달릴 수 있어요.”하는 기쁨의 구호를 외친다.


자녀 넷. 결혼하고도 한참 동안 상상도 못한 자녀 넷을 얻고 키우면서 무엇보다 부모인 내가 많이 성장하는 것을 경험했다. 네 아이를 꼼꼼히 돌보는 일은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나의 한계 밖이다. 최선을 다하긴 하지만 다른 집에 비하면 부족한 듯하고 소홀한 듯해서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나의 한계와 동시에 나는 자녀를 내 통제아래 두고 내 혈기대로 조종하려던 욕심도 보게 되었고 자녀를 한 발 물러서서 바라보는 지혜를 배우게 하였다. 자녀가 셋만 되었어도 어느 누구 못지않은 열성 엄마, 헬리콥터 엄마가 되었을지도 모르는데 이제는 나의 한계를 인정하고 느리게 아이들을 양육할 수 있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우리 아이들은 더 여유롭고 행복하게 자라는 것 같다. 4형제가 복닥거리면서 서로 사랑하고 챙겨주는 것, 동생에 대한 배려와 언니, 누나, 형에 대한 존중을 매일 훈련하며 자란다.

 

몇 년 전 어버이날에 아이들이 직접 만든 카드를 우리 부부에게 선물로 주었다. 미로처럼 고불고불한 그림이 그려진 카드의 제목은 ‘힘들지만 보람 있는 아이 낳기’였다. 아이들은 미로 속에 우리 부부가 결혼하여 현재에 이르기까지 우리 가정의 역사, 특히 4남매가 태어나고 자라는 과정을 재미있게 채워 넣었다. 우리 부부의 지난 세월은 고비마다 힘든 순간과 어려움의 순간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 시간들을 통해 나는 성숙해졌고 내 삶은 참 의미 있고, 보람 있는 시간으로 채워졌다. 얼마 전 무더운 날씨에도 개의치 않고 막내가 바깥에 나가 놀자고 성화를 부려 할 수 없이 아파트 놀이터에 나갔다. 한 젊은 엄마가 다가와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저기 애 넷 있는 집 맞으시죠?”


나는 이 동네에서 ‘아이 넷의 엄마’로 통한다. 처음 보는 그분이 계속해서 말씀하신다.


“아이들이 다 예뻐요. 특히 위에 누나 둘이 참 예쁘더라구요. 동생도 잘 챙기고. 그런데 어머니는 항상 표정이 밝으시던데 아이 넷 키우기 힘들지 않으세요? 저는 지금 아이 셋 키우면서 힘들어 죽겠어요. 비결이 뭐예요?”


사람들은 아이 넷의 엄마인 나를 유심히 보고 있었나보다. 나와 우리 가족이 행복하게 보였구나. 그래, 아이 낳고 키우는 일, 힘들지만 보람 있고 즐거운 일이다. 그 즐거움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아이 넷이 주는 기쁨, 경험해 보지 않고는 절대로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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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 2011-04-30 16:42:00
존경해요.
옛날과 달리 요즘은 아이 키우기가 너무 힘든데
4명의 자녀와 함께 하시

tenys**** 2011-04-30 16:01:00
와우..
네 아이의 엄마...
힘드시겠지만.. 정말 보람있으실 듯...
형제 자매가 많으

dlqmsl**** 2011-02-28 22:38:00
완소민서맘
다복한 가정이

dngusw**** 2010-12-03 16:15:00
정말 다복해 보이셔요.
이쁜 마음씨때문인지..더 이

truelove**** 2010-11-30 16:33:00
입양이라 ㄴ너무먻진데요
아무나 할수 없는 일을..정말 대단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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